‘유관순’이 되어준 ‘고아성’에게 [무비노트]
2019. 02.25(월) 14:35
항거:유관순 이야기
항거:유관순 이야기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일제강점기란 시대의 아픔을 존재 깊숙이 지니고 있는 우리로서, 외부의 비정상적인 폭력에 항거한 우리의 위인들을 믿을만한 배우가 연기해준다는 건 너무 큰 위안이다. 이 배우라면 누구보다 진지하게 그분들의 삶을 들여다볼 것이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구현화시켜 줄 거라는 믿음, ‘유관순’에 응한 ‘고아성’에게 우리가 은연중에 갖는 믿음이다.

배우로서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인물을 맡는다는 것은 영광인 동시에 부담이다. 우선 그 커다란 생을 담아내기에 나의 그릇이 충분한지 혹 흠이라도 되면 어떡할지, 또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수천만의 시선이 따뜻해질 수도 따가워질 수도 있으니 압박감이 심히 클 수밖에 없으니.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 열사 유관순을 담아낸 고아성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독립투사들을 생각할 때, 험악한 시절을 온몸으로 맞닥뜨리며 살아낸 인물들을 떠올릴 때 으레 느끼기 마련인, 나라면 그러지 못할 거라는 감사하면서도 불편한 안도감이 유관순을 받아 내기 직전의 그녀에게도 있었을 터다. 그것도 유관순, 꽃다운 나이를 자신의 삶보다 큰 가치를 위해 아낌없이 떨쳐버린, 우리가 위인이라 부르는 인물이다. 그저 멀리, 높은 곳에 존재한다 여겼던, 이름만을 되뇌었던 그녀를 자신의 몸 안으로 끌고 내려오는 것은 벅차지만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고문을 받다 마감한 생의 이야기라 연기를 하는 자신은 물론이고 이를 접하는 관객들도 감정적 무거움을 겪지 않을까 염려도 되었을 거다. 그동안 유관순을 비롯한 독립투사들을 극화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 비극적이고 처절하고 남루했던 우리의 역사를 들여봐야 하니까. 하지만 혹시 알고 있는가. 그때의 역사가, 혹은 우리의 짓이겨졌던 역사가 그저 비극적이고 처절하고 남루하다는 사고 자체가 어쩌면, 일본 제국주의가 심어놓은 식민사관일 수도 있다는 것.

모든 희망찬 앞날과 모든 가능성이 철저하게 짓밟아진 상황 속에서도, 나와 우리의 세계를 압도적으로 무너뜨려 버린 힘을 향해 대항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왔다는 건, 독립투사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것보다 더 큰 소망을 위해 자신의 삶을 소진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건, 무엇보다 이들도 그저 웃으며 행복한 삶을 영유하고 싶었던 우리와 별다를 것 없는 보통의 존재였다는 건 비극적이고 처절하고 남루하기만 한 역사일 수가 없다. 우리의, 위대함의 역사다.

그래서 사실 당시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일을 마음이 무겁다며 마냥 불편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태도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감정인지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이 멋들어지고 위대한 역사는 도리어 자랑해야 할 거지, 그저 마음이 아프고 무겁다고, 마치 지난날 어둑하고 부끄러웠던 과거를 숨기듯 대하는 건 상당히 비정상적인 모습이니까. 혹 드러나면 안 되는 파렴치함들이 조장한 것은 아닐지. 이 과정에서 당연히 드러나야 할 누군가의 위대한 생은 묻히거나 축소되거나 왜곡되고, 그 결과 우리의 국가적 자존감은 바닥을 치게 된 걸 수도 있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개봉이 한없이 기쁘고, 그동안 진정성 깊은 연기력을 보여주었던 고아성이 유관순을 연기한다는 게 고맙고 또 고마운 이유다. 그녀를 통해서라면 좀 더 실제적 인간인 동시에 위대한 역사의 실체인 유관순을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서 엿볼 수 있을 테고 우리의 상처 입은 국가적 자존감이 올바른 시선을 회복하는 데 큰 힘을 얻을 테니까. ‘고아성’의 ‘유관순’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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