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만 알 수 있는 아픔에 건네는 타인의 위로란 [이슈&톡]
2019. 02.26(화) 15:20
권오중
권오중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우리는 나와 다르게 존재하는 이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각각의 육체를 지닌 우리는 속한 세계의 모양도 조금씩 다른지라 서로가 서로에게 엄연한 타인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힘들고 고통스럽다 해도 추측만 할 뿐, 비슷한 일을 겪었고 겪고 있다 해도 근접하게 느낄 수만 있을 뿐, 당사자의 마음에 온전히 들이닥쳐 온전히 공감하며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한 것이다.

“당사자만 알 수 있는 아픔이 있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위로와 격려가 도리어 버거울 때가 있다. 아무리 진심 어린 공감이라도 듣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어찌 되었든 어려움을 겪는 건 나니까, 그 사람들이 아니니까, 어차피 일상으로 돌아가면 잊힐, 자신에게 닥친 힘든 일에 집중하느라 곧 사그라들 타인의 고통이고, 결국 이 고통을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 건 나이니까.

‘궁민남편’에 출연한 권오중은 갱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심리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중 자아 기법‘이란 치료를 받던 중 울음을 터뜨린다. 발달장애를 겪는 아들이 가끔 묻고 하던 자신의 병은 언제 낫느냐는 질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방송에 나와 자신은 특별한 아이를 키우고 있다며, 특별한 아이를 키우는 건 생각보다 더 고되지만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고치고 있다며 도리어 시청자들에게 힘을 주었던 그가, 가장 힘들었을 아들의 고통 앞에서 눈물을 쏟고 만 것이다.

특별한 아이라고 생각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를 두었지만 그럼에도 은연중에 가지고 있었던 안쓰러움이 아들의 질문을 통해 순간 확인되었기 때문. 보통의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아들이었다면 아들의 얼굴엔 좀 더 큰 웃음꽃이 피었을 텐데 혹은 좀 더 수월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꼭꼭 숨겨둔 아버지의 아픈 마음이 자신은 언제 낫느냐는 질문 하나로 불쑥 고개를 들고 만 게 아닐까. “나는 나을 줄 알았어.”

발달장애로 인한 직접적인 고통은, 아무리 자신이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아버지라 해도 당사자가 아닌 이상 온전히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저 가능하다면 낫기만을 바랄 뿐, 남들과 다른 아픔을 가진 채 세계에 놓인 아들이 해야 할 고민과 때때로 느낄 절망은 철저히 아들 개인의 몫이었다. 수많은 위로와 격려가 자신과 아들에게 쏟아졌지만 거기서 순간의 힘과 희망을 얻었지만 그 힘도, 희망도 근본적인 상황을 바꾸진 못했다. 나의 아들은 여전히 어떤 위로도 격려도 이해하지 못할 고통 가운데 있는데 순간의 희망이란 게 도대체 무슨 소용인가.

어쩌면 그간 괜찮다고 이겨낼 수 있다고 애써 외면해 왔던 아들의 남모를 고통, 즉, 현실과 두 눈을 맞닥뜨리면서 터진 울음이었는지 모른다. 함께 잘 이겨내며 살아 왔다 생각했는데 실은 어떤 위로나 격려도, 어떤 이해나 공감도 하지 못해 왔다는, 자신조차도 희망을 잊은 채 살아왔다는 현실과의 진지한 대면으로 인한 울음, 하지만 흥미롭게도 생의 진정한 힘과 희망은 이럴 때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나아질 수 없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건 아니야”

‘이중자아기법’에서 권오중 내면의 ‘희망’ 역할을 맡았던 김용만이, 아들이 자기 언제 낫냐고 물어본다며 뭐라고 대답할 거냐는 권오중의 질문에 답한 말이다. 어쩌면 굳이 자신의 속내를 다 드러내면서까지 방송에 나온 그가 꼭 들어야 할 답이 아니었을까.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 내면의 소리, 내면의 응원이 필요했던 그에게, 참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의 시선으로 가득한 자리에서 타인의 목소리를 빌려 ‘희망’의 이야기가 전해진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분명 타인은 당사자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수많은 타인들과 함께 우리가 이 세계를 살아가고 서로 제대로 나누지도 못할 고통들을 겪는 이유는, 서로 다른 존재가 서로의 다름을 넘어 이해하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과정이 세계의 고통을 이겨낼 진정한 힘과 위로를 낳는 까닭이다. 그저 예능프로그램의 일부라 치부할 수 있었던 권오중의 심리치료장면에서 우리가 내면의 울림을 얻었다면 이것을 목격한 거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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