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송희 기자] '왕이 된 남자'가 10.9%(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의 높은 시청률과 호평 속에 종영, 1000만 영화 '광해'의 그늘을 벗어던지고 리메이크 작품의 새 역사를 썼다.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극본 김선덕·연출 김희원)가 4일 종영했다. 영화 '광해'를 리메이크한 '왕이 된 남자'는 임금 이헌(여진구)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쌍둥이보다 더 닮은 광대 하선(여진구)을 궁에 들여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왕이 된 남자' 마지막회에서는 하선이 도승지 이규(김상경)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아 반란군을 진압하고 치세를 굳건히 하며 태평성대를 여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선은 "누구도 용상을 사사로이 탐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드러내며, 성군의 자질을 보이는 종친 기성군(윤박)에게 선위를 하고 용상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이와 뜻을 함께한 소운(이세영)은 폐서인을 청하고 먼저 출궁 했지만 뒤따르던 하선이 대비(장영남)를 따르던 세력으로부터 습격을 받아 소운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하선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소운의 앞에 꿈처럼 그가 나타났고, 임금과 중전이 아닌 평범한 부부로 재회한 두 사람은 영원을 약속하며 가슴 따뜻한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 나가는 하선과 소운의 모습 위로 "계해년 정월, 임금께서 반란을 진압하시고 선정을 펼치시니 온 나라 백성들이 임금의 성덕을 칭송하다. 중전을 폐비하고 선위하시더니 갑자기 붕어하시다. 용안을 닮은 광대가 있어 임금께서 살아 계시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밝혀진 바는 없다"는 자막이 떠올랐다. 이로써 성군으로 기록되고 백성으로 돌아온 하선의 진정한 성군 길에 깊은 여운이 더해졌다.

'왕이 된 남자'는 '얼굴이 같은 자가 왕을 대신한다'는 '광해'의 모티브만 그대로 가져오고 완전히 새로운 서사를 써내려갔다. 영화를 드라마화한만큼 길어진 호흡에 필요한 사건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됐다.

간신 신치수(권해효), 대비, 진평군(이무생)은 각자의 방법으로 계속해서 왕권을 위협,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신치수에 자신이 광대임을 직접 밝힌 하선의 파격적인 행보는 '왕이 된 남자' 후반 전개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

'왕이 된 남자'의 입체적인 캐릭터들 또한 눈에 띄었다. 잠들어있는 왕 이헌 앞에서 "이 나라의 군주가 되고 싶다"고 밝힌 하선, 백성과 나라를 위해 주군을 독살하는 희대의 충신을 그려내며 기존 사극의 선악구도를 전복시킨 이규, 고착화된 중전의 이미지를 탈피해 사랑에 적극적인 신여성으로 바뀐 소운까지.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연기력 구멍 없는 배우들과 만나 남다른 시너지를 뿜어냈다. 배우 인생 최초로 1인 2역에 도전한 여진구는 원작 '광해'의 이병헌과 견주어도 손색 없을 인생 연기라는 호평을 받았다.

풍부한 미장센을 십분 활용한 아름다운 영상미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줬다. 권력 암투, 로맨스, 코믹을 아우르는 절묘한 스토리 밸런스와 기대치가 최고로 올라간 상황에 검은 화면으로 전환되는 시그니처 엔딩은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여운을 안겼다.

"잘해봐야 본전이고 안 되면 욕먹는" 리메이크의 위험을 감수한 '왕이 된 남자'. "원작을 아는 사람은 알아서 재밌고, 모르는 사람은 색달라서 재밌는 작품"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김희원 PD의 말이 시청자들의 호평일색으로 증명됐다.

[티브이데일리 윤송희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왕이 된 남자' 공식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