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2014년 4월 16일 ‘그 사건’은 많은 이들이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5년. 상처는 아물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흉터가 그 날의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욱신거린다.

‘생일’(감독 이종언 배급 NEW)은 ‘그 사건’ 이후 세상에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다. 정일(설경구)은 해외에서 일을 하며 오랜 시간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가 아들 수호(윤찬영)가 떠난 날, 가족 곁을 지키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온 정일은 이미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순남(전도연)과 자신을 낯설어 하는 예솔(김보민)을 위해 노력을 한다.

순남(전도연)은 해외에 나가 있는 남편을 대신해 아들 수호를 의지했지만 아들을 잃은 뒤 커다란 상처를 묵묵히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괜찮지 않다. 집안 곳곳에 스며 있는 아들의 추억이 문득 순남을 덮쳐오고 그럴 때마다 그리움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영화 속에는 ‘그 사건’ 이후 남겨진 자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납골당에서 만난 유가족들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침묵을 한다. 그리고 하나 둘 끓어오르는 그리움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수호를 유독 따랐던 우찬(탕준상)의 교복 이름표 위에는 수호의 이름표가 함께 달려 있다.

예솔 역시 어리지만 오빠를 잃은 상처가 큰 아이다. 체험 학습으로 갯벌을 가게 된 예솔은 갯벌에 들어가지 못한다. 강제로 갯벌에 데리고 가려는 정일의 품 속에서 오열을 하며 발버둥을 친다.

이처럼 영화 속에는 남겨진 이들이 여전히 ‘그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실제 안산에 내려가 봉사활동을 한 이 감독이기에 담아낼 수 있는 모습들이다.

특히 30분 롱 테이크로 촬영된 수호의 생일 모임 장면은 배우 한 명 한 명의 감정이 고스란히 다가온다. 자신의 추억 속에 살아 있는 수호를 나누며 함께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모습에서 이 영화가 단순히 흉터가 된 상처에 다시 상처를 내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오히려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어떻게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내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수호의 생일을 끝까지 거절 했던 순남은 다 함께 수호를 기억하며 생일 모임을 가지면서 비로소 자신을 짓누르는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편안해진 얼굴을 보여준다.

배우 설경구, 전도연이 아니면 과연 누가 정일과 순남을 해낼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두 사람의 연기는 끊임없이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슬픔의 감정을 마구 쏟아내지 않는다. 되려 두 배우는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의 절절함을 꾹꾹 눌러 담는다. 슬픔을 강요하지 않는 두 배우의 감정 연기가 오히려 관객들의 눈물을 터트리게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프고 또 아프다. 상처가 컸던 만큼 눈물이 마를 새가 없다. 그러나 마냥 아프자고 하는 영화는 아니다. 어찌 보면 상처가 큰 만큼 더 두려운 영화일지도 모른다. 허나, 생일 모임을 거절했던 순남이 아픔을 덜어냈듯 ‘그 사건’으로 아팠던 많은 이들 역시도 ‘생일’ 모임에 함께 한다면 아팠던 상처가 조금은 나아질지 모른다.

영화는 4월 3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영화 ‘생일’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