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로맨스는 별책부록’ 속, 일도 사랑도 멋지게 해내고 마는 송해린이 제 감정을 흔들림 없이 전해준 배우 정유진을 만났다. 시청자들이 매력적인 송해린을 더 더욱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건 캐릭터의 다이내믹한 하루를, 그 감정을 고스란히 따라가게 만들어준 정유진이 자리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tvN 주말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극본 정현정·연출 이정효, 이하 ‘로별’)을 마친 정유진은 인터뷰 장소에 마련된 긴 회의실 책상을 보면서 “겨루 회의실이 생각난다”고 현장에 대한 애틋함을 표했다.

작품에 깊은 애정을 보인 그는 ‘로별’에서 도서출판 겨루의 3년 차 편집자 송해린으로 활약했다. 책을 사랑하고, 일에 열정적이고, 업무 능력까지 뛰어난 캐릭터다. 또 신입사원 강단이(이나영)에 대한 적대감 없이 처음부터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함께 의지하며 일을 해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송해린은 강단이가 서운함을 토로할 때에도 오로지 회사 선배로서만 조언을 한다. 이는 정유진이 느낀 송해린 캐릭터의 매력적인 점이 되기도 했다. 그는 “송해린은 오래 남으려면 이럴 때 버텨야한다고 한다. 그런데 단이는 사람으로서 공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송해린도 그 부분에 대해 인정을 한다. 송해린은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 자체가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해당 장면을 꼬집으며 송해린이 더 매력적일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송해린은 일 뿐만 아니라 사랑에 있어서도 매력적이었다. 그는 주인공의 사랑에 껴들어 훼방을 놓지도 않고, 자신의 사랑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또 자연스럽게 짝사랑을 보내주고 새로운 사람에 대한 감정을 키우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유진은 “사각관계는 네 캐릭터가 다 망가질 수 있는 위험요소다. 그래서 작가님이 감정선에 대해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했다. 또 지서준(위하준)과의 러브라인이 붙을 때에 대해서는 “일적으로, 또 우연적으로 부딪히는 장면들이 물 흐르듯 등장한 덕에 설명이 잘 된 것 같다”고 겸손한 말을 덧붙였다.

정유진은 “송해린 캐릭터가 처음 접했을 때는 많이 어려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감정 전환도 빠르고, 갭이 컸다는 것이다. 그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상의도 많이 했고, 이해가 안 되면 현장 가서 많이 물어봤다. 준비를 해가고 현장에서 고쳐나가기도 하면서 완급조절을 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3년간의 짝사랑을 떠나보내야 했던 날, 송해린의 감정 기복은 어마어마했다. 정유진은 “그 날의 송해린은 지율(박규영)이의 실수 때문에 회사에서 한 번 운다. 속이 상한 상태로 지서준을 만나 계약서를 받아온다. 그게 너무 기뻐서 차은호(이종석)에게 자랑하려고 갔다가 차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린이의 그날의 복선은 어마무시하다. 9, 10화 연결선이었다. 해린이 마지막 안식처가 부모님이었던 거다. 터진 만두만 먹어서 차이는 것 아니냐고 투정 부렸던 그 장면은 쌓아왔던 감정이 터지는 신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부연했다.

“터진 만두만 먹으니까 차인다”며 부모 앞에서 눈물 섞인 투정을 부렸던 송해린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을 짝사랑한 사람 치곤 제법 빠르게 감정을 털어냈다. 이에 대해 정유진은 “차일 때 상대방이 앞에 있었고, 회사에서도 계속 봐야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 선을 어느 정도까지 지켜야 하나 고민 했다”며 “제가 내린 답은 이 사람을 짝사랑했지만, 사람으로서도 잃고 싶지 않아한 것 같았다. 보면서 마음은 아프지만 이 사람을, 그리고 단이를 잃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고 감정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송해린으로서 완벽히 자리했던 정유진이지만, 가장 공감 가는 캐릭터로는 강단이를 꼽았다. 오랜 모델 생활을 해왔기에 경력 단절 여성 강단이의 심리에 공감이 많이 갔다는 것. 그는 인간적인 강단이가 일을 하며 상처를 받을 때의 심리가 잘 나타나 그 감정에 공감이 많이 갔다고 했다.

정유진은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한지도 벌써 5년차에 접어들었다. 이에 대해 만족하는지 묻자 그는 “만족이라는 게 어려운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잣대가 너무 엄격했다. ‘더블유’ 이후 공백기가 있으면서 정유진으로서 저를 많이 돌아봤다”는 그는 자신의 연기에 피드백을 해주는 가족들이나 지인들 덕에 “제 자신을 사랑해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정유진은 “아직 갈증들이 있는 것 같다”며 배우로서의 욕심도 드러냈다. 그는 “장르나 배역의 크기, 중요성을 떠나 제가 대중에게 행복을 드리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주로 맡아왔던 똑똑하고 당찬 캐릭터들이 실제 성격과는 많이 다르다”며 “정유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아보는 것도 배우로서 욕심”이라고 했다. 자신과 달랐던 캐릭터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 감정을 읽어내 찰떡같이 소화해냈던 정유진이다. 그런 그가 자신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서는 얼마나 더 매력적인 인물을 그려낼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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