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부자와 가난한 자의 모습을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담아보고 싶었어요. 제 전작들과 이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번엔 부자, 가난 그 자체 보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어요. 이 예의를 어느 정도 지키냐에 따라 영화의 시선처럼 '기생'이 되느냐, '공생', '상생'이 되느냐가 달려있는거죠"

금의환향이다.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봉준호 감독은 국내 관객들의 반응이 더 궁금하다 말했다.

봉 감독은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칸 수상은 이미 지난 일"이라며 "한국 관객들, 진짜 관객들의 반응이 더 궁금하다. 개봉 후 편안한 차림으로 관객들 사이에 껴서 몰래 보고 반응을 살펴보고 싶다"고 전했다.

칸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를 이끌어낸 이 영화의 매력은 사실 봉 감독의 전작들을 사랑하는 한국 관객이라면 새삼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봉 감독은 여전히 계급적 요소에 관심을 갖고, 쓴웃음을 짓게하는 블랙 유머로 캐릭터를 다룬다. 그 안에 벤 냉소와 따듯함도 여전하다. 다만 이야기와 메타포가 더욱 풍부해진 느낌이다.

영화는 부자 가족과 가난한 가족, 두 가구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계급적 요소가 노골적이면서도 은밀하게 그려진다. 그 안에서 계급을 초월하는 휴머니티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봉 감독의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그는 왜 꾸준히 이 소재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왜 그 도구로 가족을 택한 것일까.

"가족을 선택한 게 아니라. 가족에서 이야기가 출발했다. '괴물'에도 '설국열차'에도 가족은 있잖아요. 한강에는 '괴물'이 있고 '설국열차'는 기차가 눈 속을 달덜릴 뿐이다. 그 안에 가족이 있지 않나. '기생충'은 부자와 가난한 4인 가족의 이야기를 뒤섞여 그린 것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가 한 공간에 있을 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2013년 처음 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때가 '설국열차' 마무리 작업을 할 때 였다"

'기생충'을 만드는 데 중요한 모티브가 된 게 있다. 바로 냄새다. 봉 감독은 계급을 나누는 요소로 냄새를 차용했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냄새라는 건 참 사적인 요소다. 서로의 냄새를 애기하는 것 자체가 사실 공격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데 이 영화는 그걸 노골적으로 다룬다. 큰 화면으로 냄새를 이야기하며 내적인 곳을 파고 들고 싶었다"며 "사실 부자와 가난한 자들은 서로의 냄새를 맡을 기회가 별로 없다. 비행기 좌석도 다르고 가는 식당도 다른, 동선이 다르기 때문인데 이런 차이를 냄새로 날카롭고 예민하게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금종려상 수상의 기운은 배우들에게도 퍼져있었다. 이구동성 '영광'이라고 말하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송강호는 "봉 감독과 함께 좋은 결실을 맺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고, 조여정과 박소담은 "이 영화에 출연하고 칸에 있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말했다. 최우식은 "어떤 기자 분이 라이브 방송으로 '기생충' 이름이 호명되는 걸 듣고 울던데 저도 정말 기분이 좋았다. 마치 영화의 클라이막스처럼 소름이 돋고 좋았다"고 감격어린 순간을 회상했다.

한편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30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