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540억 대작 ‘아스달 연대기’의 첫 방송과 동시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어려운 용어와 몇몇 배우들의 연기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됐고, 쿠키 영상까지 만들어가며 세계관을 설명했지만 높은 진입장벽을 완전히 허무는 데 실패, 우려가 현실이 됐다.

tvN 새 주말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극본 김영현·연출 김원석)가 지난 1일 첫 방송됐다.

작품은 태고의 땅 아스에서 서로 다른 전설을 써가는 영웅들의 운명적 이야기를 담는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고대 인류사 판타지로 장엄한 대서사시를 쓰겠다는 포부를 담은 ‘아스달 연대기’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뿌리 깊은 나무’ ‘선덕여왕’ 등을 집필한 김영현, 박상연 작가와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원석 감독이 의기투합해 주목 받았다. 또 화려한 스타 캐스팅과 9개월의 긴 촬영 기간, 총 5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제작비로 거대한 스케일을 예고해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아스달 연대기’ 스태프 측은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드라마 스태프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음은 물론, 근로기준법 역시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열악한 노동 환경 실태를 고발해 논란이 됐다. 당시 제작사 측은 “주 68시간 제작시간, B팀 운영 등을 준수하며 제작환경 개선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미술 분장팀 촬영시간 등은 산정의 기준이 다르며, 기타 의혹에 대해서는 근거가 부족해 서로간의 확인이 필요하다. 당사는 고용노동부의 요청 등이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제작발표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문을 제지하며 즉답을 회피해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방송 전, 순차적으로 공개된 인물 설명과 스틸 컷은 기대를 고조시키기 보단 우려를 품게 했다. 아스, 뇌안탈, 새녘족 등 어려운 용어로 인해 ‘용어 사전’까지 공개하며 이해를 도와야 했고, 낯선 분장을 한 배우들의 비주얼 역시 진입장벽을 높였다. 인기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비주얼, 배경의 유사성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여러 논란 가운데 베일을 벗은 ‘아스달 연대기’는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다. 새롭게 창조된 복잡한 세계관 탓에 방송 전부터 나왔던 우려의 목소리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를 의식한듯 1회에서는 배경 설명에 집중했지만, 한 회 만에 많은 것을 이해시키는 게 부족했다고 느꼈는지 방송 말미엔 쿠키영상을 통해 종족을 설명하기까지 했다. 마니아층이 작품을 분석하고 파고들기엔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울 수 있겠으나, 시청률의 키를 쥐고 있는 중장년층까지 사로잡기엔 부족해보였다.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1회 내내 ‘설명’에 시간을 할애했다. 그럼에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또 등장했다. 배우들의 대사톤과 시대가 따로 노는 듯한 이질감이었다.

특히 어린 타곤 역을 맡은 정제원은 시종일관 가벼운 대사 톤으로 매 등장신마다 몰입도를 저하시켰다. 장동건의 어린 시절을 맡아 비주얼만큼은 납득시켰으나, 주위 다른 전사들이 태고에 있을 때 타곤만은 현대에 있는 붕 뜨는 느낌을 안겼다. 추자현은 성조를 가지고 있는 뇌안탈어는 그 누구보다 잘 소화해냈지만, 사람의 언어를 쓸 때는 어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송 말미 이아르크에 도착했을 땐 생소한 용어 탓인지 대사 전달력이 떨어지기도 했다. 김옥빈 또한 아직은 어린 나이의 태알하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인지 가벼운 대사 톤으로 일관해 극의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 특성상, 초반 시청자를 잡지 못한다면 이후 유입은 더욱 어려울 것을 입증한 1회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아직 주요 스토리라인인 대칸부대의 수장 타곤(장동건)과 와한족과 함께 자란 이그트(사람과 뇌안탈의 혼혈)인 와한의 전사 은섬(송중기)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 제작발표회 당시 ‘아스달 연대기’ 작가, 배우들이 ‘2회’를 강조하며 서사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지난 뒤엔 흠뻑 빠져들 것을 강조한 점 등을 미루어 봤을 때, 작품에 대해 벌써 속단하기엔 이르다.

과연 540억 대작 ‘아스달 연대기’가 극명히 갈리는 반응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이 작품에 빠져들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아스달 연대기’는 공개 방식 또한 독특하다. 서사의 큰 변화를 중심으로 파트 1, 2, 3으로 구성되며, 파트1 ‘예언의 아이들’의 6회 분량이 방송된 후 파트2 ‘뒤집히는 하늘, 일어나는 땅’의 6회 분량까지 총 12회 분량이 방송된다. 이어 올 하반기 내에 파트3 ‘아스, 그 모든 전설의 서곡’이 방송된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아스달 연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