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검블유’ 임수정 이다희 전혜진이 검색어를 입력하고 싶어 질 정도로 매력적인 세 인물을 찰떡 같이 소화해냈다. 또한 포털사이트라는 신선한 소재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흥미와 긴장감을 동시에 유발하기도 했다. 다만 깜빡이 없이 치고 들어오는 러브라인은 말 그대로 ‘갑자기 분위기 로맨스’를 만들며 극의 몰입을 방해해 아쉬움을 남겼다.

5일 첫 방송된 tvN 새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극본 권도은·연출 정지현, 이하 ‘검블유’)는 트렌드를 이끄는 포털사이트, 그 안에서 당당하게 일하는 여자들과 그들의 마음을 흔드는 남자들의 리얼 로맨스를 담는 작품이다.

프로페셔널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첫 회, 포털사이트 유니콘의 서비스 전략 본부장 배타미(임수정)를 통해 극을 전개했다. 일 잘하는 여자 배타미는 냉철하게 회사와 상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꼬집을 줄 알았으며, 사람들이 가장 솔직해지는 곳이 익명의 검색창이라는 것을 아는,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고 행동하는 커리어우먼이었다. 또한 퇴근 후에는 혼자 삼겹살을 먹으러 가 모르는 이와 깔끔하게 밥을 먹고 헤어지기도, 오락실에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잘 놀 줄도 아는 멋진 여자였다.

매력적인 배타미를 살린 데에는 임수정의 찰떡같은 소화력도 한몫했다. 임수정은 청문회에서 “개 세 보이고 싶어”하는 배타미의 엉뚱함과,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화제를 돌릴 줄 아는 영리함을 조화롭게 섞어냈다. 또한 지적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상황과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말투와 분위기로 웃음과 긴장감 유발을 동시에 해냈다.

업계 2위 포털 사이트 바로의 소셜 본부장 차현 역의 이다희, 유니콘의 이사 송가경 역의 전혜진 또한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다희는 경쟁사 본부장 배타미와의 갑작스러운 만남에서도 본분을 잃지 않고(?) 그를 살살 긁으며 검색어 조작에 대해 물어보기도, ‘싸움 잘하는 부자’를 꿈꾸며 주짓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첫 회 분량이 많지는 않았으나 잠깐의 등장만으로도 화끈한 캐릭터의 성격을 짐작케 하며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를 높였다.

전혜진 역시 성공 앞에 가차 없는 냉미녀 송가경으로 분해 존재감을 발산했다. 전혜진은 한때 배타미가 동경하는 인물이었으나, 가세가 기운 처가와 이를 이용하는 시어머니 앞에서 한없이 작아져버린 송가경의 모습을 그려냈다. 복잡한 속내를 감추고 냉철하게 검색어를 이용하는 송가경과 배타미의 갈등이 예고되면서 전혜진이 극의 갈등 구조를 어떻게 살려낼지도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

포털 업계와 실시간 검색어라는 신선한 소재도 눈길을 끌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스마트폰과 함께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검색창을 보고, 검색어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사람들이 가장 민낯이 되는 검색창과 익명의 공간에서 행하는 일들을 꼬집기도 했다. ‘검블유’는 등장인물 소개에서도 각각 인물의 성격대로 익명의 공간에 글을 남긴 형식을 차용했다. 배타미는 ‘음슴체’를 쓰고, 차현은 ‘횽들’을 찾는다. 송가경은 업무 보듯 정직하게, 박모건(장기용)은 감성적인 SNS 글 형식으로 소개를 남겨 재미를 더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필수요소처럼 여겨진 러브라인이 오히려 극 몰입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박모건의 등장 때마다 ‘갑자기 분위기 로맨스’가 돼버렸으며, 남주인공은 언제나 후광과 함께 등장, 러브라인과 함께 연출 또한 올드해지는 마법이 일어났다. 가장 큰 문제는 과한 조명 남발과 아련한 BGM에도 감흥이 없다는 점이었다.

‘설레지 않는 로맨스’에 이들이 일할 때 나오는 긴장감이나, 흥미로움이 반감됐다. 박모건 역을 맡은 장기용의 목소리 톤과 연기 역시 담백하지 않아 튀는 느낌을 안겼다. 똑 부러지는 배타미가 일할 때와 달리 박모건 앞 허둥대는 모습 역시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었다.

세 여성의 일과 사랑을 다룬 작품에서 ‘일’은 벌써 성공적으로 잡아낸듯하다. 그러나 아직 ‘사랑’을 하는 이들의 모습은 극에 조화롭게 녹아들지 못했다. 이에 ‘검블유’와 매력적인 세 여성이 일과 사랑을 모두 잡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검블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