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가수 백지영에게 지난 20년은 앞으로 써나갈 새 역사의 밑거름과도 같았다. 지난 시간들을 밑거름 삼아 지금 이 순간도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고 있다는 백지영의 겸손함이 롱런 비결이라 여겨졌다.

백지영은 4일 새 미니 앨범 '레미니센스(Reminiscence)'를 발표하며 가요계 컴백했다. '레미니센스'는 '추억담'이란 단어 뜻과 같이 지난 1999년 데뷔한 백지영이 가수로 걸어온 스무해를 되돌아본다는 의미를 담았다.

컴백 타이틀곡은 '우리가'다. 때로는 담담하게, 또 때로는 애절하게 노래하는 백지영 특유의 강약 조절이 돋보이는 곡이다. 특히 이별에 대한 고민 혹은 이별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법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백지영은 '우리가'를 두고 "인트로를 따뜻하게 시작해서 후렴구는 처절했다가 다시 따뜻하게 끝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외 다른 수록곡들 가운데 회사 내부적으로 블라인드 투표를 거친 결과 독보적으로 표를 받았단다. 그만큼 백지영은 이번 컴백 타이틀곡 '우리가'에 대한 자신감이 강해 보였다.

특히 이번 타이틀곡 '우리가'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지성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무려 11년 만에 뮤직비디오 출연이라는 지성은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후 겪는 가슴 절절한 슬픈 이별 연기를 담아내 곡의 감정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백지영은 "'우리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남자 배우를 선정할 때 저와 나이대가 비슷해서 노래의 깊은 감성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화면을 클로즈업 했을 때 얼굴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싶었다. 여기에 오열 연기가 가능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을 합쳐보니 바로 지성 씨였다"며 섭외 요청에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는 지성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번 새 앨범에는 '우리가' 외에도 '하필 왜' '별거 아닌 가사' '혼잣말이야' '하늘까지 닿겠네' 등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를 담은 곡들이 수록됐다. 특히 마지막 트랙 '하늘까지 닿겠네'는 가수 선우정아의 곡으로, 알앤비 분위기의 소울풀한 분위기에서 후렴의 재즈왈츠로 넘어가는 편곡이 신선함을 선사한다.

백지영은 "선우정아 씨의 보컬 색깔과 용감한 그루브가 너무 좋아서 먼저 연락을 했다. 선우정아 씨가 제 앞에서 직접 기타를 치면서 곡을 들려주더라. 완벽하게 만들기 전이었는데 도입 부분만 듣고도 너무 좋아서 바로 하겠다고 결정했다"며 선우정아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평소 제 스타일과 완전히 달라서 걱정은 됐다. 선우정아 씨가 편안하게 불러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정말 힘 하나 없이 불렀다. 이렇게 불러도 노래가 나오나 싶을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새로웠고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백지영은 이번 새 앨범 '레미니센스'를 통해 지난 20년의 추억에 연연하거나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아니었다. '레미니센스'에 다섯 곡의 신곡들을 담은 것처럼 백지영의 노래가, 그의 음악 인생이 여전히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는 "20주년이라고 하니까 앞으로 활동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20년이란 세월이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은 아니지 않나. 세월이 흐르다보니 20년이 됐다. 그게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 그동안 쌓이고 쌓인 역사다. 지금 가수 인생이 끝난 것이 아니고 앞으로 더 활동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제 노래들을 계속해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 20년의 가수 인생을 걸어오는 동안 백지영은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데뷔곡 '선택'부터 '대쉬(DASH)' '총 맞은 것처럼' '그 남자' 등 댄스부터 발라드까지 장르 불문한 다양한 곡들로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백지영은 그중 '사랑 안해'를 가수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곡이라고 꼽았다. 지난 2006년 발표작 '사랑 안해'는 댄스 가수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가 발라드 가수로 입지를 굳히게 만든 곡이다. 이 밖에도 백지영은 그룹 2PM 택연과 함께 부른 '내 귀에 캔디', 드라마 '아이리스' OST '잊지 말아요'를 지난 20년 가수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곡으로 골랐다.


백지영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댄스 가수에서 발라드 가수로 완벽하게 전향하고, 20년의 역사를 지닌 현역 가수로서 많은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기까지 "중간에 고비도 참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가 짱짱하게 20년을 온 것은 아니다. 고비도 있고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힘들었던 시기를 보낸 후 곡을 잘 만났고, 좋은 사람들을 잘 만난 것 같다. 그렇게 각각 시기적으로 타이밍이 좋게 작용해서 20년을 올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백지영은 "가수 생활을 오래하고 좋은 가수가 되기 위해 스스로 치밀하거나 열정적이지는 않았다. 어떤 때는 시간을 밀어도 봤고 또 당겨보기도 했다. 과거에는 시간을 밀거나 당겼다면 지금은 흘러가는 시간 위에 제가 서 있는 느낌이다.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지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이며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노련함을 엿보였다.

그렇게 20년을 보내왔기에 지금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후배 가수들이 대단하다는 백지영이었다. 그는 "오래 견디려면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 체력도 중요하지만 멘탈을 관리해야 한다. 욕심내지 말고 인생을 길게 보고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가야 한다. 이슈 하나 만들어서 주목받으려고 했다가는 긴 시간을 견디기 힘들다"며 오랜 시간 가요계 발라드 퀸으로 자리잡으며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을 밝혔다.

무엇보다 자신의 인생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방향성을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백지영은 "인생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으면 더 이루기 힘들어진다. 선택의 여지를 없애면 갈 길이 분명해진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힘줘 얘기했다.

백지영은 가요계 후배들 가운데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를 언급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 역시도 과거 스캔들로 인해 힘들었다며 "사람이 희망이 있으면 나쁜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희망이 없다면 나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제가 의도하지 않게 힘들었던 일을 경험해보니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희망이 없어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후배들의 나이가 점점 더 어려지는 것을 보면 너무 속상하다. 부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렇게 20년의 세월이 흐름에 따라 백지영의 음악도 농도가 짙어지고 생각도 깊어졌다. 백지영은 "저 역시 앞으로 살면서 어떤 잘못을 저지를지 모르고, 어떤 이슈로 뜨거운 감자가 될지 모른다. 제가 이미 이런 마음의 준비를 한다는 자체가 이슈가 될만한 일을 저지르지 않고 스스로 참고 절제할 수 있다는 뜻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여성 솔로 가수로 연예계에서 여러 일들을 견뎌내고 이겨내면서 살아남았다. 항상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보이지 않더라도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사실이 제게 힘이 많이 됐다. 그런 힘들이 펀치처럼 한방에 오는 것은 아니지만 제 인생에 조금씩 스며들기 때문에 힘든 일이 있을 때도 견디기 수월했던 것 같다. 항상 감사드린다"며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또 백지영은 '사랑 안해' 활동할 당시부터 13년 간 함께한 최동열 대표를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백지영은 최근 최 대표가 차린 기획사 트라이어스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알린 바 있다.

백지영은 "제가 대표님에게 많이 의지하는 만큼 대표님도 제게 기대고 의지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몸도 정신도 건강한 보컬리스트를 양성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내비쳤다.

그 첫 주자로 나선 만큼 백지영의 열의 역시 대단했다. 그는 이번 새 앨범 '레미니센스' 발매에 이어 오는 11월 23일부터 단독 콘서트 '백스테이지(BEAK Stage)'를 통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백지영은 앞으로 음악 활동 및 방송과 공연 등을 통해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약속하며 지난 20년의 역사를 넘어 백지영이 새롭게 쓸 또 다른 역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트라이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