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에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은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말했다.

18일 밤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이하 '욱토크')에서는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이동욱은 "바둑은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갖고 있다. 그래서 몇몇은 바둑을 우주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우주를 정복한 사람이 있다"며 이세돌을 소개했다.

같은 날 AI 한돌과 대국을 펼쳐 92수 만에 불계승을 거둔 이세돌은 한돌과의 대국을 승낙한 것에 대해 "은퇴를 선언한 이후 은퇴 대국을 잡는 거였는데, 다른 기사분들에게 제의를 하면 그분들이 부담될 것 같았다. 그러다 AI 쪽에서 먼저 제의가 왔다.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승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세돌은 "집에도 AI가 깔려있는데 지금껏 승리해본 적이 없다"고 고백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어 이세돌은 "핸디캡 매치이기 때문에 내가 먼저 2수를 놓고 시작한다. 11집 정도 유리한 시점에서 대국을 시작하는 것"이라며 " 박정환 9단, 신진섭 9단 모두 패배했다. 맞대결에선 절대 이길 수 없다. 아마 이 정도 치수라고 해도 이기긴 쉽지 않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세돌은 앞서 지난 2016년 AI 알파고와의 대국을 회상했다. "대국으로 7kg나 빠졌다"는 이세돌은 "아직은 기계가 사람한테는 안된다는 말을 뱉었는데, 3:0으로 지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부분도 있다"고 고백했다.

이세돌은 "당시 대국을 두는 데 알파고도 후반을 가니 실수를 하는구나 싶었다. 역전을 할 수 있겠구나, 완벽하진 않구나라고 생각됐다. 그래서 수비적으로 둘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제 진영으로 들어와 자신의 진영을 넓혀갔다. 이 한 수로 인해서 더 이상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알파고가 저 수를 놓기 위해 계속해 당해주자는 생각을 한것처럼 느껴졌다. 그 친구의 생각을 지금도 알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이세돌은 "대국을 가족도 호텔에서 지켜봤는데, 너무 미안했다. 그러나 티를 못 냈다. 속상해할 딸과 아내가 생각났다"고 덧붙였다.

이를 들은 아내 김현진은 그의 사과를 예상 못 했는지 눈물을 왈칵 흘렸다. 김현진은 "저 말을 처음 듣는다"며 "제가 울어서 저도 당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현진은 "다른 바둑기사 동생과 함께 관전을 했는데 그 친구가 너무 심각한 분위기로 봐 걱정을 했다. 그런데 남편이 아무 내색을 하지 않아 괜찮은가 보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현진은 평소 이세돌이 "집에서는 밝은 모습을 보여주거나, 방에 혼자 들어가 있는 편이다. 저한테는 기분 나쁜 내색을 크게 하지 않는다. 감정 표현이 크지 않은 성격이기 때문에 더 놀랐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마지막 대국에서 승리를 했던 기억을 되새기며 미소를 띠었다. 그는 '신의 한 수'로도 불리는 78수에 대해 "초반에 승부를 거는 건 어리석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을 3연패 뒤에서나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래서 오히려 중반 이후 실수를 노려야겠다 싶었다. 참아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사실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세돌은 은퇴를 마음먹은 것 또한 알파고 때문임을 밝혔다. 그는 은퇴 결심한 이유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다. 나 스스로 '거의 최고다' '최고 중 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AI가 결정타를 날렸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내가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더 이상 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세돌은 "바둑을 처음에 예술로 배웠다. 둘이 만들어가는 하나의 작품으로 배웠다. 그런데 AI와는 그런 걸 할 수 없었다. 내 신념과 생각 자체가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