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래퍼 블랙넛에게 성적 모욕 피해를 입은 키디비가 민사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과는 별개로 키디비에게는 2차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키디비가 블랙넛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키디비가 승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9일, 키디비 측은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해당 입장문에는 승소의 기쁨 대신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키디비는 재판이 시작된 후 "합의금 때문에 소송을 진행한다"는 식의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키디비 측은 "단 한 차례도 합의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몇 차례 악플 고소를 진행한 적이 있지만 이 역시도 악플러들에게 단 한 번도 합의금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단지 모든 범죄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서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키디비 측은 "지금까지도 키디비는 블랙넛의 성범죄를 모방하는 성적 희롱 악플 및 DM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법적으로 유죄가 인정된 범죄 행위를 모방해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블랙넛의 범죄 행위는 멈췄지만, 키디비의 일상에서는 피해가 끝나지 않은 셈이다.

앞서 블랙넛은 키디비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에 대한 성적 모욕이 담긴 가사를 선보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모욕 혐의로 기소된 블랙넛은 힙합 장르에서 용인되는 '디스' 행위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장에 들어설 때 환하게 웃거나, 문제가 된 가사 중 일부인 '김치녀'를 연상시키려는 의도로 보이는 김치 티셔츠를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블랙넛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힙합이라는 장르를 감안한다고 해도 가사가 저급한 점, 실제 피해자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이와 관련된 댓글이 올라온 점 등 피고인의 행위는 모욕죄에 해당된다"며 '디스'라는 문화로 모욕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모욕죄 1심 선고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던 블랙넛은 민사 소송에서 반성의 태도를 내비치며 항소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손해배상액을 약간만 감액해 키디비의 일부 승소를 선고했다. 즉, 블랙넛의 행위는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고 민·형사상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범죄 행위다.

범죄 피해를 입고도 일상에서 위로받기는커녕 계속되는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키디비의 현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이 현실을 딛고 키디비는 뮤지션으로 다시 일어서기 위해 새 앨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의 컴백에는 악플 없이 위로만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