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조선구마사'가 다소 무성의한 해명으로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22일 첫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극본 박계옥·연출 신경수)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이에 맞서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린다. 북방의 순찰을 돌던 이방원(태종)이 인간 위에 군림하려는 기이한 존재와 맞닥뜨린다는 상상력 위에 엑소시즘을 가미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실존 인물에 상상력을 더한 '조선구마사'는 시작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실존 인물을 두고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해당 인물과 당시 시대상을 역사에서 벗어나게 그려 왜곡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계옥 작가가 앞서 집필한 '철인왕후'에 쏟아졌던 비판과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시청자들의 분노를 산 장면은 충녕대군(장동윤)이 구마사 마르코(서동원)와 요한 신부(달시 파켓)을 대접하는 장면이다. 조선 기생집의 상에 월병, 피단, 중국술 등 중국 음식들이 즐비해있었다. 최근 일부 중국 누리꾼들이 김치, 한복, 방탄소년단 등 한국 문화를 자신들의 것으로 둔갑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는 터. 이에 한국 드라마에서 조선을 그리면서 중국 음식을 늘어놨다는 것에 누리꾼은 분노를 금치 못 하고 있다.

지난 17일 tvN 주말드라마 '빈센조(극본 박재범·연출 김희원)'의 중국산 비빔밥 PPL 논란으로 이미 방송가는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중국의 문화공정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의 비빔밥을 PPL로 등장시켰다가 PPL 잔여분을 취소시켰다. 당시 누리꾼들은 "비빔밥을 중국음식으로 오인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며 중국 문화공정에 여지를 주는 일을 지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논란이 일어난 지 일주일 만에 '조선구마사'에서 중국 음식을 차려놓은 조선 기생집이 등장했다는 점이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조선구마사' 제작진은 23일 공식 입장을 통해 사과했다. 이들은 "명나라를 통해서 막 조선으로 건너 온 서역의 구마사제 일행을 쉬게 하는 장소였고,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하여 소품을 준비하했다"며 "극중 한양과 멀리 떨어진 변방에 있는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어떤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예민한 시기에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시청의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며 "향후 방송 제작에 유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도가 없는 상상력이었다"는 해명은 누리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아무리 판타지를 가미했다지만 역사와 실존 인물을 다루는 만큼, 고증에 집중했어야 했다. 더불어 역사라는 것이 현 상황에 갖는 의미를 되짚어봐야 했다.

결국 누리꾼들은 '조선구마사'의 조기종영을 요청하고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 즉각 방영 중지를 요청한다"는 글이 게재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나아가 투자사, 제작지원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으며, 출연 배우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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