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OTT 시장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플랫폼들의 물량 공세 속에서도 토종 OTT인 티빙, 웨이브 등이 킬러 콘텐츠를 앞세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3일 데이터 조사 업체 NHN DATA가 내놓은 '2021년 하반기 앱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티빙, 웨이브의 하반기 앱 다운로드 수는 상반기 대비 각각 23%, 12% 늘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넷플릭스의 강세가 이어졌고 애플TV+, 디즈니플러스 등 새로운 해외 OTT의 국내 상륙도 시작됐다. 그럼에도 토종 OTT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간 것. 이러한 성장세의 배경에는 입소문을 탄, 작품성을 인정 받은 양질의 콘텐츠가 있었다.

티빙의 하반기 상승세는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 여자들'이 견인했다. '술꾼도시여자들'은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을 각색한 작품으로, 하루 끝의 술 한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본격 기승전술 드라마다. 30대 세 여자의 진한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과 끈끈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술꾼도시여자들'은 전체 회차를 공개하는 넷플릭스와는 달리 회차별 순차 공개를 통해 실제 TV 드라마와 동일한 형식으로 공개를 이어왔고, 이는 입소문과 함께 티빙 가입자 증가로 이어졌다. 티빙 측은 '술꾼도시여자들' 3, 4화가 공개된 이후 시청 UV(순 방문자 수)가 2.5배 상승했고 티빙 유료 가입자 기여 수치는 4배가 뛰어올랐다고 밝혔다. 또한 드라마가 방영된 5주 간 티빙 전체 신규 유료 가입자 수 약 23%는 '술꾼도시여자들' 만을 보기 위해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기에 힘입어 티빙은 15일 '술꾼도시여자들'의 시즌2 제작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올해 드라마 '유 레이즈 미 업'을 통해 처음으로 오리지널 드라마를 선보이기 시작한 웨이브는 바로 다음 작품인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이상청')을 통해 약진했다. 첫 공개 당시에는 크게 화제를 모으지 못했으나,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는 소문이 SNS를 타고 빠르게 번져 나가며 유료 가입자 증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상청'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셀럽이 남편인 정치평론가의 납치 사건과 맞닥뜨리며 동분서주하는 1주일 간을 배경으로 한 블랙 코미디 드라마다. 무겁고 딱딱했던 기존 정치 드라마들을 가볍게 비틀어 코미디를 더했고, 대선을 앞둔 시국에 어울리는 수위 높은 풍자도 입소문이 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실제 공무원 사회를 보는 듯한 고증을 통해 직장인들의 애환까지 담아내며 호평을 받았다.

그간 웨이브는 지상파, 종편 채널에서 방영된 대중적인 TV콘텐츠 만을 제공하는 '다시보기' 용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 이미지를 잘 만든 콘텐츠 하나로 단숨에 반전시키며 저력을 과시하게 됐다. OTT 시장의 후발 주자인 토종 플랫폼들이 추가적인 킬러 콘텐츠 제작을 통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티빙, 웨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