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노출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라 했지만 글쎄. 스토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길을 잃고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지안의 연기도 물음표가 그어진다. 9년 전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7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그 장철수 감독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실망감을 선사한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감독 장철수·제작 표범영화사)는 출세를 꿈꾸는 모범병사 무광(연우진)이 사단장의 젊은 아내 수련(지안)과의 만남으로 인해 넘어서는 안 될 신분의 벽과 빠져보고 싶은 위험한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은밀하게 위대하게'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등을 연출한 장철수 감독의 9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연우진-지안의 파격적인 전라 노출과 정사신, 그리고 장 감독이 다시 한번 영화의 배경을 공산당 국가로 했다는 점도 화제를 모았다. 소재가 소재인지라 장 감독은 개봉 전 기자간담회와 인터뷰에서 "노출이 이슈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그저 일부이니 감정을 우선시해 봐주셨으면 한다"며 개봉 전부터 쏟아지는 비판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노출이 다인 영화다. 러닝타임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2분 밖에 차이 나지 않는 146분에 달하지만 줄거리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반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러닝타임 대비 스토리와 메시지가 너무나도 가벼워 두 사람의 긴 정사신에 어느새 기억 속에서 지워지고 만다. 그렇다고 노출신에 두 캐릭터의 감정선이 제대로 담겨 있고 의미가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그저 러닝타임을 채우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큰 결심을 했을 두 배우의 도전이 안타까울 정도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저급'하다. 베드신에 대한 이해도도 낮다. 감정을 전하는 데 집중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무조건 벗는다고 되는 게 아닌데 노출에만 중점을 둔 탓이다. 관객들은 작품 속 많은 장치들을 통해 신과 배우가 섹시하다고 느끼곤 한다. 촬영 방식과 BGM은 물론 호흡과 표정 연기, 대사와 미쟝센 등이 그 예다. 이런 것들이 잘 어우러진다면 노출과 스킨십이 없어도 "야하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튀어나오게 된다. 그러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베드신에는 이 모든 게 결여돼 있다. BGM은 극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겉돌고 수련의 대사는 문어체로 쓰여 있어 어색하기만 하다. 또한 카메라는 다이나믹한 움직임 없이 고정돼 있어 마치 평범한 성인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때문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배우들이 모두 벗고 있음에도 야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감정이 전혀 담겨있지 않으니 공감과 몰입이 안 되는 것이다. 심지어 15세 관람가 JTBC '기상청 사람들' '공작도시'보다도 느낌 없는 베드신에 보기 불편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노출이 우선시 되니 스토리에 집중이 안 되는 건 당연하다. 이 여백을 연우진의 열연이 간간이 채워주긴 하나, 상대 배우 지안의 연기는 위태롭기만 하다. 발성은 국어책을 읽는 듯하고 표정은 무엇을 말하려는지 읽을 수가 없다. 팜므파탈로서 극을 이끌어가야 하지만 부족한 연기력으로 무광과의 관계에서 긴장감이 전혀 살지 않는다.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지만 결과물의 완성도는 그때와 비슷하긴 커녕 오히려 퇴화했다. 분명 웃긴 장면은 하나도 없는데 수준 낮은 대사와 장면은 실소를 터트리게 만든다. 제대로 된 게 하나 없는 작품 속에서 연우진만 홀로 고군분투할 뿐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