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전주국제영화제가 과연 코로나 이전의 축제 분위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최 및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승수 조직위원장, 이준동 집행위원장, 문석, 문성경, 전진수 프로그래머, 연상호 감독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수현 콘텐츠미디어실장이 사회를 맡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전라북도 전주시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개최된다. 팬데믹 여파로 지난 2년간 온·오프라인 결합 방식으로 진행된 것과 달리 올해는 고강도 방역을 수행하며 오프라인 행사를 정상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팬데믹 이전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던 전주돔과 부대공간을 다시 조성하여 개·폐막식 외 행사들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예정. 지난 2년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게스트 초청 규모도 정상화, 오프라인 현장에서 관객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낼 계획이다.

본격적인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김승수 전주시장은 올해 마지막으로 조직위원장 역할을 수행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오랫동안 함께 해왔지만 올해를 마지막으로 조직 위원장을 떠나게 된다. 다음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라면서 "조직 위원장을 처음 맡았을 때 세 가지 약속했던 게 있다. 첫 번째는 행정에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겠다. 두 번째는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탄탄한 울타리가 되겠다. 세 번째는 부산 영화제처럼 영화의 전당을 만드는 것이었다. 마지막 약속은 독립영화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올 연말엔 착공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 가지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라는 그는 "전주는 용기 있는 도시다. 다른 지역에서 망설였던 영화들도 망설이지 않고 용기 있게 시민들과 영화 팬들께 제공했다. 이 이면에서 노력해 주신 모든 프로그래머 분들과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영화제의 축제성을 완전하게 회복하는 것이 목표"

이날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 목표에 대해 "축제성을 완전하게 회복하는 것"이라고 답해 시선을 끌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었고 저희 전주국제영화제는 2020년 팬데믹이 창궐하고 나서 가장 먼저 열린 영화제였다. 베를린 영화제는 코로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그대로 진행됐지만 저희 전주국제영화제부터 소위 팬데믹이 시작됐다. 그래서 참고할 만한 게 없었다. 지난해 역시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어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갔다. 올해는 코로나가 한창 확산되고 있지만, 지금은 축제성을 완전히 회복할 단계라 본다. 정부에서도 단계적으로 코로나를 완화하고 있다고 이해하고 3년 만에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돔을 설치, 중요한 행사를 진행하자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걱정스러운 건 방역이지만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면서 "전문 의료인과 방역 행정 전문가로 된 방역 자문단을 구성했고 전주의 의료계와 4각 협조 체제를 만들어서 어떤 상황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 감염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보다는 감염자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안전한 영화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성 감독들의 약진이 두드러 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은 콜린 패럴과 저스틴 민 주연의 '애프터 양'(감독 코고나다)으로 결정됐다. 애플TV+ 오리지널 '파친코'를 연출하며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한국계 감독 코고나다가 메가폰을 든 작품으로, 어떤 미래에 살고 있는 제이크 가족과 안드로이드 양의 이야기를 그린다.

폐막작은 '풀타임'(에리크 그라벨)이다. 캐나다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해온 에리크 그라벨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마켓 리서처로 일하다 4년 전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실업자가 된 쥘리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한국경쟁 및 한국단편경쟁 부문은 문석 프로그래머가 소개를 맡았다. 문 프로그래머는 "올해 영화제에는 1300편 가까운 작품이 출품됐다"라며 "전년도와 대비하면 무려 200편이 높은 수치이고, 역대 최다 수치이기도 하다. 모든 창작자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리고 싶다. 올해 출품작의 특징이 있다면 가족이나 사랑을 다룬 영화가 많다는 점이다. 그동안 사회비판적인 주제가 많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큰 변화라 생각할 수도 있다. 조심스럽게 짐작해 보자면 코로나로 인해 창작자의 시선이 내부에서 외부로 넘어간 게 아닐까 싶다. 한국경쟁 쪽은 여성 감독들의 약진이 더 두드러졌다. 선정작 9편 중 무려 7편이 여성 감독분들의 작품이었을 정도로 여성 감독의 수가 많았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오마주: 신수원, 그리고 한국여성감독'에서는 신수원 감독의 신작 '오마주'를 중심으로 신수원 감독의 '여자만세', 홍은원 감독의 '여판사', 신수원 감독의 '레인보우'를 통해 한국영화사 속 여성 감독들을 주목한다. 이 밖에 이창동 감독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지난해 타계한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를 기리며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태흥영화사의 역사를 돌아보는 '충무로 전설의 명가 태흥영화사' 등 세 개의 특별전을 통해 영화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연상호 감독과 함께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부에서는 올해의 프로그래머 연상호 감독이 자신이 선택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상호 감독은 "J스페셜이 좋아하는 영화, 소개하고 싶은 작품을 프로그래밍하는 취지라고 들었다. 요즘 들어 많이 찾아보게 되는 작품들이 있었는데 사실 저도 이 영화들을 극장에서 본 적은 없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큰 스크린에서 볼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이 선택한 작품은 자신의 것을 포함해 총 다섯 편으로 '돼지의 왕'과 '부산행', 그리고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블루 벨벳',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 가타야마 신조 감독의 '실종'이 상영된다.

이와 관련 연상호 감독은 "세 개의 작품을 최근 선정하고 다시 봤는데 엄청나게 재밌는 작품들이다. '큐어'의 경우 현지 개봉으로부터 25년 정도 지난 작품이다. 옛 영화이지만 장르적으로나 연출적으로나 요즘 영화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요즘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최근 4K로 복원됐다고 들었는데, 4K 버전으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많이 된다. '실종'의 연출을 맡은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봉준호 감독님의 조감독으로 유명한 분이다. 최근 가장 뜨거운 감독 중 하나인데, 가장 최신작이라 볼 수 있다. 일본에서도 사실 올해 개봉한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로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구로사와 기요시의 작품이 생각나기도 한다. 각 작품이 저마다의 개성이 있지만 어떠한 연결점이 있다. 세 작품을 한 번에 보시면 새로운 느낌을 보실 수 있으시지 않을까 생각된다. 기묘하고 묘한 느낌을 내는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극장에 오셔서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