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송강호 "봉준호ㆍ고레에다 감독, 비슷한 듯 달라요" [인터뷰]
2022. 06.17(금) 07:00
브로커, 송강호
브로커, 송강호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에 이름 석 자를 알리더니, '브로커'로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배우 커리어에 정점을 찍었다. 두 거장과 함께하며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송강호가 두 감독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들려줬다.

최근 개봉한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제작 영화사 집)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송강호는 극 중 동수(강동원)와 베이비박스에서 아이를 빼돌리는 브로커 상현 역으로 활약했다.

송강호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는 국내를 넘어 세계도 사로잡았다.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은 것. 송강호는 "내가 수상을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배우를 비롯해 특별 출연해 준 한국의 특별한 배우들, 그리고 아역들까지 제 역할을 잘 해내줬기 때문에, 또 스태프들이 잘 받쳐줬기 때문에 있을 수 있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분들이 만들어 준 거지 내가 잘해서 받은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분들의 노력과 열정과 재능으로 '브로커'라는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송강호는 다시 한번 칸 영화제를 찾은 소감도 들려줬다. "작품이 초청된 건 일곱 번째이지만 내가 직접 간 건 여섯 번째"라는 그는 "처음으로 초청된 작품이 '괴물'이었는데, 그땐 봉준호 감독 혼자 참석했었다. 직접 간 건 '밀양'이 처음으로, 전도연 씨와 함께 칸을 찾았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축제를 즐기자'라는 일관된 마음으로 칸을 찾고 있다. 수상을 앞두고 긴장되기보단 최고의 영화제에서 우리 영화가 소개된다는 것 자체가 늘 즐겁고 행복했던 것 같다. 우리 작품이 인정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라고 말했다.

다만 수상의 기쁨과는 별개로 '브로커'는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 갈리는 평가를 낳고 있다. 일부 관객은 따스한 영화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다소 지루하고 난해하다는 입장도 남기고 있는 것. 이런 평가에 대해 송강호는 "아무래도 대중적인 상업 영화나 장르 영화가 아니다 보니 상업적인 재미를 느끼기엔 힘들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편으로는 각박하고 어려운, 지금 이 시기를 관통하는 따뜻한 울림도 담고 있다. 그걸 너그러이 즐기고 받아주시면 어떨까라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있다"라며 평가는 온전히 관객의 몫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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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와 '브로커',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고레에다 감독과 처음 만난 건 10여 년 전 '밀양'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을 때"라고 회상한 송강호는 "원래부터 그분의 작품을 좋아하고 존경해 왔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연치 않게 처음 만남을 갖게 됐다. 이를 계기로 몇 년 뒤 미팅을 갖게 됐다. 그때 처음 '브로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당장 어떻게 찍자는 얘기는 안 하셨다. 몇 년 뒤에 찍을 건데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만 하셨다. 당시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찍을 때라 상황을 봐야겠다고 답했었는데 결과적으론 '기생충'이 끝나고도 한참 후에 작업하게 됐다. 덕분에 지장 없이 영화에 합류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송강호는 평소 존경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호흡을 맞춘 소감에 대해선 "그분만의 스타일이 있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테이크를 가는 게 아닌, 첫 장면을 부산에서 시작해 엔딩까지 거의 영화와 똑같은 시차로 이동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고, 이 과정에서 배우들끼리도 미묘하게 서로에 대한 감정이 쌓이게 됐다. 덕분에 더 실감 나게 몰입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아마 감독님이 그런 지점들을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감정적으로 이점이 많았다"라고 들려줬다.

이어 "감독님을 향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조금 깨졌다"라는 그는 "정교하고 완벽한 시나리오를 들고 시작하시지 않을까 싶었는데, 촬영장을 열려있는 공간으로 두고 배우들에게 해방감을 주며 자유롭게 서로 소통하며 매 신을 만들어나갔다. 그런 점이 신선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라고 전하면서, "그런 점이 봉준호 감독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공통점이 많지만 다른 점도 있어요. 일단 두 분 다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계신다는 게 비슷하죠. 반면 차이점이 있다면 디테일한 연출에서의 방법이 조금씩 차이 나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은 배우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디테일을 자발적으로 만들게 한다면, 봉준호 감독님은 모든 디테일이 이미 완벽히 준비돼 있어요. 하지만 또 놀라운 디테일이 담긴 작품을 완성한다는 점은 공통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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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가 연기한 상현은 파트너 동수, 그리고 모종의 이유로 아이를 버리는 선택을 하게 된 소영(이지은)과 조그마한 밴을 타고 국내 이곳저곳을 다니며 갓난아이 우성의 새 부모 찾기에 나선다. 영화의 대부분을 함께한 만큼 두 배우를 향한 애정이 남다를 터.

송강호는 먼저 강동원에 대해 "사석에서도 표현했었는데 정말 막냇동생 같다. 동향이라 더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외모와는 다른 소탈하고 뚝배기 같은 인간성이 너무 좋다. 또 같이 연기하면 너무 즐겁다. '의형제'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똑같았다. '브로커'를 보시면 얼마나 성숙해지고 깊이감이 생겼는지 알 수 있으실 텐데 뿌듯하고 대견하다. 성장하는 멋진 후배의 모습을 보니 행복하다"라고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이어 "이지은의 경우 옛날부터 팬이었다"며 "노래는 잘 모르지만 '최고다 이순신'을 시작으로 '나의 아저씨'까지 워낙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기에 배우로서 관심이 갔다. 아니나 다를까 함께 작업하는 데 가수로서의 성공이 그냥 이뤄지지 않았구나 싶었다. 일에 대한 태도나 깊이감, 진중함이 남다르더라. 대사 하나하나가 얼마나 내적으로 준비된 뒤에 나오는지를 똑똑히 봤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성장할 것이라 장담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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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기생충'으로 세계 영화제를 휩쓸고, '브로커'로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까지 받은 송강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송강호는 "물론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게 기쁘긴 하지만, 기나긴 배우의 인생에 있어 과정이나 목표가 될 순 없다 생각한다. 그러기에 만약 꿈이 있다면 좋은 얘기, 좋은 영화, 그리고 좋은 연기로 계속 소개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꾸준히 소통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 관객분들에게 계속 인사드릴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와 느낌으로 다가설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자 바람이다"라고 조심스레 밝혔다.

"그렇기에 외국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도 없다"면서 "'기생충' 이후로 많은 작품에서 제안이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품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고의 연기를 선보일 배우가 내가 아니기에 정중히 거절했다. '한국 작품·콘텐츠를 통해 전세계 관객들을 찾는 게, 내 역할이자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서 꾸준히 연기할 계획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송강호는 '브로커'가 어떤 작품으로 남길 바라냐는 물음에 "개인적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작품이라면 마지막엔 따뜻하게 감동을 주지 않을까?'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는데, '브로커'를 통해 감독님의 깊은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의 현실을 아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되, 동시에 뜨거운 감성도 잘 담아냈더라.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평소에 느낄 수 없었던 뜨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모처럼 극장에서 2시간가량의 러닝타임이 좋은 시간으로 남길 바란다"라고 답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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