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 깨진 뮤지컬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랴 [이슈&톡]
2022. 06.23(목) 09:59
옥주현 김호영
옥주현 김호영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김호영의 내부고발성 게시물로 촉발된 뮤지컬계 인맥 캐스팅 논란이 오래 전부터 '정도'가 깨진 뮤지컬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뮤지컬 '엘리자벳' 인맥 캐스팅 의혹은 지난 14일 김호영이 자신의 SNS를 통해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을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누리꾼들은 '옥장판'이 옥주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공개된 '엘리자벳' 10주년 기념 공연 캐스팅에 앞선 공연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김소현이 빠지고, 주요 캐스트에 옥주현과 친분이 있는 배우들이 캐스팅된 것에 대해 저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8월 25일부터 11월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되는 '엘리자벳'에서는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옥주현과 이지혜가 여왕 시씨 역에 더블 캐스팅 됐다. 이와 관련해 앞선 공연에서 엘리자벳을 연기해 큰 사랑을 받은 김소현이 SNS에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그간 공연 중 찍어왔던 영상들을 갈무리해 게재했다. 여기에 이번 '엘리자벳'에 출연을 확정 지은 이지훈이 "뭉클하네 에효"라는 댓글을 남겨 김소현의 출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발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에 힘이 실렸다.

인맥 캐스팅 의혹이 점차 커지자 옥주현은 지난 15일 SNS 스토리 기능을 통해 "뮤지컬 '엘리자벳' 캐스팅 관련해 억측과 추측에 대한 해명은 제가 해야 할 몫이 아닙니다"라면서 "수백억 프로젝트가 돌아가는 모든 권한은 그 주인의 몫이니 해도 제작사에서 하시겠지요. 전 무례한 억측 추측을 난무하게 한 원인 제공자들 그 이후의 기사들에 대해 고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관계 없이 주둥이와 손가락을 놀린 자 혼나야죠"라고 경고했다.

'엘리자벳'의 제작사인 EMK 뮤지컬컴퍼니도 같은날 공식 입장을 통해 "'엘리자벳'은 2022 EMK 프로덕션 오디션(2021년 12월 8일 공고)을 통해 엄홍현 프로듀서, 로버트 요한슨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을 포함하여 국내 최고의 스태프와 함께 치뤄진 강도 높은 단계별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새로운 배우들과 지난 시즌 출연자를 포함하여 VBW 원작사의 최종 승인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로 캐스팅됐다"라며 인맥 캐스팅 의혹을 직접적으로 반박했다. 또한 "라이선스 뮤지컬의 특성상, 뮤지컬 '엘리자벳'의 캐스팅은 주·조연 배우를 포함하여 앙상블 배우까지 모두 원작사의 최종 승인이 없이는 불가하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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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현과 제작사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인맥 캐스팅 의혹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옥주현의 이전 뮤지컬 출연작에 대한 루머가 우후죽순으로 불거지면서 인맥 캐스팅 의혹은 그야말로 '아사리판'이 됐다.

옥주현 측은 21일 '엘리자벳' 캐스팅 의혹과 관련해 김호영과 악플러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김호영 측은 옥주현의 고소에 대해 "김호영에 관한 기사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김호영이 지난 14일 개인 SNS에 업로드한 일과 관련해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으로 최초의 기사가 보도되었고, 이후 무수한 매체에서 추측성 기사들을 잇달아 보도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옥주현 또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으로만 상황 판단을 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 당사 및 김호영에게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이로 인해 배우의 명예를 실추 시킨 점에 있어 유감스럽다"며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엘리자벳' 인맥 캐스팅 의혹이 옥주현과 김호영의 쌍방 고소로 치닫는 가운데, 22일 남경주 최정원 박칼린 등 이른바 뮤지컬 배우 1세대 배우들이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은 인맥 캐스팅 의혹에 대해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일하는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위치와 업무에서 지켜야 할 정도가 있다"라며 "지금의 이 사태는 이 정도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방관해 온 우리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들은 ▲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된다 ▲ 스태프는 각자 자신의 파트에서 배우가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연습 진행은 물론 무대 운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등의 내용을 주장했다.

이후 최재림, 차지연, 신영숙, 정선아 등 뮤지컬 배우들이 이 성명문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동의 의사를 보냈다. 특히 '엘리자벳'과 '레베카' 등 옥주현과 다수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 온 정선아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사진과 함께 성명문을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김소현도 "#동참합니다 #뮤지컬배우김소현"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성명문을 공유했다.

이처럼 김호영의 SNS 스토리 게시글로 시작된 '엘리자벳' 인맥 캐스팅 의혹이 뮤지컬계 전체에 들불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물론 옥주현이 '엘리자벳' 캐스팅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아직까지 추측성에 불과하다. 뮤지컬 배우 1세대들의 성명문도 옥주현과 김호영 중 누군가의 편을 들어준 거라고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정도'가 깨진 뮤지컬계를 향한 뮤지컬인들의 호소는 그대로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걸 모든 뮤지컬인들이 알아야 할 때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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