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CJ ENM이 유명 제작사와 기획사를 추가 인수합병하며 더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최근엔 티빙-파라마운트와 협업을 발표한 데 이어, 미국 제작사 엔데버 콘텐츠(現 피프스시즌)까지 흡수하며 해외 시장 진출 준비까지 완료했다. 다만 빠른 확장 속도 탓에 독과점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TV드라마 부문에서 CJ ENM이 본격적으로 몸을 불리기 시작한 건 지난 2016년, 전지현 등이 속해 있던 문화창고를 인수하면서부터였다. 동년 5월엔 물적분할 형태로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하며 문화창고를 자회사로 편입했고, 이후 화앤담픽쳐스·KPJ·지티스트·길픽쳐스·JS픽쳐스·본팩토리 등 굵직한 기획사들을 추가로 인수하며 대한민국 최대 콘텐츠 제작사로 우뚝 섰다.

화앤담픽쳐스는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가 속해 있는 기획사이며, KPJ에는 '선덕여왕' '아스달 연대기' 등의 김연현·박상연 작가, 지티스트에는 '디어 마이 프렌즈'의 노희경 작가가 소속되어 있다. JS픽쳐스와 본팩토리는 각각 '산부인과' '샐러리맨 초한지' '힘쎈여자 도봉순', '미남이시네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여신강림' 등을 제작한 바 있다.

CJ ENM이 흡수한 건 국내 제작사 뿐이 아니다. 제74회 에미상 14개 부문 후보에 오른 애플 TV+ '세브란스: 단절'을 비롯해 '씨: 어둠의 나날' 등을 제작한 엔데버콘텐츠도 CJ ENM 품 안에 속해 있다. 지난 1월 7억8538만 달러(한화 1조1294억 원)를 들여 엔데버콘텐츠의 지분 80%를 인수한 CJ ENM은 최근 스튜디오의 이름을 피프스시즌으로 변경, 새 출발에 나섰다.

OTT 플랫폼에도 발을 뻗치고 있다. 2020년 티빙을 독립 법인으로 세운 뒤 3년간 4000억 원을 쏟아부었고, 6월엔 '인터스텔라' 등의 판권을 보유한 글로벌 OTT 파라마운트+와 손을 잡고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최근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을 선보인 KT 시즌과의 합병을 공식화하며 토종 OTT 1위 자리를 저격했다. 투자 규모는 1000억 원에 달한다. 이 밖에 tvN D, 채널 십오야, 스튜디오 와플 등 유튜브 채널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콘텐츠 공룡으로 등극했다.


영화 쪽에서의 영향력 역시 엄청나다. 현재 CJ ENM 산하에 있는 영화 제작사로는 '해운대' '공조2: 인터내셔날' 등의 JK필름, '뷰티 인사이드' '독전' 등의 용필름, '사일런스'와 '더 문'을 준비 중인 블라드스튜디오 등이다. 지난해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사 모호필름을 비롯해 엠메이커스, 밀리언볼트 등의 제작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모호필름은 올해 '헤어질 결심'으로 큰 사랑을 받은 제작사이며, 엠메이커스는 '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극한직업' 이병헌, '감시자들' 조의석, '아이 캔 스피크' 김현석 감독 등이 속한 감독 연합사다. 또 밀리언볼트는 애니메이션 '라바'로 유명한 스튜디오로 CJ ENM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강력한 IP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인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수많은 제작사로부터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수는 상당하다. 드라마만 해도 '아스달 연대기'와 '호텔 델루나' '구미호뎐' '갯마을 차차차' '스물다섯 스물하나' '빅마우스' 등 매달 한 편 이상의 작품들을 직접 제작·공동 제작 등의 형식으로 내놓았고, 영화와 OTT에서도 각각 1년에 두 자릿수 이상의 콘텐츠를 생산해 내고 있다. 모든 플랫폼을 합치면 CJ ENM에서만 매달 서너 편 이상의 콘텐츠를 공장처럼 찍어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CJ ENM 탓에 다른 콘텐츠가 빛날 기회를 잃고 있는 게 아니냐며 독과점 우려를 지적하고 있는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CJ ENM은 tvN과 티빙은 물론 지상파 채널과도 협업해 본인들의 콘텐츠를 송출하고 있고, 영화 쪽에서는 작품에 힘을 실어줄 자체 배급사와 CGV라는 커다란 멀티플렉스 극장이 존재한다. CGV가 CJ 영화들을 밀어준다는 비판은 수년 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나왔으며, 실제로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CGV가 자사 계열사 영화에 스크린 수와 상영 기간 등을 유리하게 제공했다며 과징금 32억 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또 최근엔 '공조2'가 밀어주기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CJ ENM의 독과점 우려는 가요 쪽에도 존재한다. 현재 CJ ENM은 스톤뮤직과 오프더레코드를 통합한 웨이크원을 중심으로 김재환·케플러 등의 스윙엔터테인먼트, 하이브와 함께 설립한 합작 레이블 빌리프랩, 힙합 가수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AOMG와 산하 레이블 에잇볼타운, 그루비룸과 pH-1 등이 소속돼 있는 하이어뮤직과 산하 레이블 에어리어까지 모두 CJ ENM 품에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하이브에 필적하는 대형 엔터사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앞선 두 회사에겐 없는 배급, 제작, 공연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다만 빠르게 불려진 몸집만큼 그 과정에선 여러 잡음도 함께했다. 가장 대표적인 건 Mnet에서 불거진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 조작 논란. 기획 단계부터 이미 최종 멤버가 정해져 있었을 뿐 아니라, 연습생을 데뷔 멤버로 만들기 위해 일부 기획사가 PD와 CP에게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 것. 가요계를 휘어잡을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이 있었기에 벌어질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지난해 CJ ENM 측은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5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현재 그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듯 엄청난 속도로 몸을 불려가고 있는 중이다. 모든 미디어 영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디즈니를 보는 듯하다. 실제로 디즈니는 영역을 가리지 않는 수많은 인수합병을 통해 ABC, ESPN, 마블, 루카스필름 등을 보유한 초대형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발돋움했다.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늘 함께한다는 점 역시 CJ ENM과 비슷하다.

일례로 디즈니는 최근 2023년 마블 작품만 총 8편 공개할 것이라 예고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디즈니, 픽사, 루카스필름, 20세기 폭스 등에서 나올 작품들까지 합치면 작품 수는 수도 없이 많다. 팀 버튼은 그런 디즈니를 향해 "디즈니에서의 작업은 매우 획일적이고 통합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양성을 위한 공간이 없다. 덤보처럼 큰 서커스단에서 일하는 기분"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디즈니와 같이 쉼없이 몸을 불린 CJ는 최근 유통·미디어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준 구창근 올리브영 대표를 CJ ENM의 새로운 대표로 내정하며 변신을 예고했다. CJ ENM에 불어올 새로운 변화를 기대해 볼법한 상황. 과연 많은 이들의 우려처럼 한국의 엔터 시장이 몇몇의 대기업의 자본으로만 흘러가는 시장으로 남게 될지, 혹은 반대로 대기업들이 K-컬쳐의 전반적인 성장을 도와 더 풍성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CJ ENM, 영화 '헤어질 결심' '극한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