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무거운 분위기와 더딘 전개 속도로 호불호 갈리는 평가를 받았던 JTBC 드라마가 변화를 꾀한다. 이젠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부진을 벗어나겠다는 계획을 밝힌 JTBC다.

올해 JTBC 드라마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부진의 연속'이었다. 두 자릿수를 기록한 작품은 단 하나도 없으며, 0%대 시청률을 기록한 것도 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토일드라마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 역시 2%대(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 중이다.

라인업에 문제가 있던 건 아니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를 통해 대세 반열에 오른 안은진의 '한 사람만'을 비롯, 수애·김강우의 '공작도시', 강하늘의 '인사이더', 염정아·전소민의 '클리닝 업' 등 걸출한 배우들이 총출동한 드라마들이 대거 포진했지만 큰 임팩트는 주지 못했고, 이요원의 '그린마더스클럽', 손예진·전미도·김지현의 '서른, 아홉', 박민영의 '기상청 사람들', '나의 아저씨' 박해영 작가의 신작 '나의 해방일지', 손현주·장승조의 '모범형사2' 등 10여 개의 드라마 중 절반만이 최고 5%가 넘는 시청률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올해 JTBC 드라마의 공통점이 있다면 초반부 힘이 약했다는 점이 있다. 좋은 성적을 거둔 작품들조차 초반부엔 2~3%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유는 초반부 서사가 묵직하고 전개 속도가 타 드라마 대비 저조한 까닭이다. 물론 이는 드라마의 작품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으나 시청자들의 눈길까지 사로잡진 못했다. 1회에 마음을 끌어당길만한 순간이 없다 보니 이들의 시선은 점차 자극적인 것들로 향하게 됐고, 시작부터 JTBC 드라마는 많은 시청자들을 잃게 됐다. 다행히 2막에 접어들며 입소문을 탄 작품들은 시청률을 회복하는 데 성공, 많은 이들의 '인생작'으로 남기도 했으나 대부분이 이에 실패하며 조용히 종영을 맞이하게 됐다.

부진이 계속되던 와중에 논란도 불거졌다. 역사 왜곡, 안기부 미화 의혹에 휘말리던 '설강화'는 "오해를 풀겠다"며 한 주에 3회를 연속 방송하는 파격 편성을 결정하기도 했으나 큰 변화를 주진 못했고, 오히려 커뮤니티를 상대로 "근거 없는 비난과 날조된 사실에 대해선 강경한 법적 대응으로 조치할 예정"이라며 입막음을 시도한 정황이 발각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처럼 부진과 논란의 한 해를 보낸 JTBC 드라마. 이들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해 보인다. 이에 JTBC 드라마는 내년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대대적인 변화에 나설 것임을 알렸다.

JTBC 윤희웅 전략편성실장은 8일 "2023년도 드라마 라인업을 준비하며 JTBC가 생각한 단 하나의 키워드는 '대중성'이다.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얼마나 많은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뒀다. 매 작품마다 시청자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여 '대중에게 사랑받는, JTBC다운 드라마'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2023 JTBC 드라마 라인업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23년에는 엄정화·김병철의 '닥터 차정숙'을 시작으로, 이보영의 '대행사', 조승우의 '신성한 이혼', 한지민·이민기의 '힙하게(가제)', 이준호·임윤아의 '킹더랜드', 이도현·라미란·안은진의 '나쁜엄마' 등이 편성표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1년차 레지던트가 된 20년차 가정주부, 광고대행사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흙수저, 사이코메트리 초능력을 지닌 수의사 등 지난해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기대를 높이고 있다.

방송을 열흘 앞둔 '재벌집 막내아들'도 '판타지 회귀물'이라는 기존 JTBC 드라마와는 다른 결을 지니고 있어 시선을 끈다. 편성 역시 파격적이다. 이례적으로 금토일에 편성하는 것은 물론, 티빙·넷플릭스·디즈니+에 동시 스트리밍 하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 OTT와 해외 OTT가 협업한 적은 있어도,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동시에 한 작품을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 더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의도가 보인다. 소재부터 편성까지 이전과는 다르다. 'SKY 캐슬' '부부의 세계' '이태원 클라쓰' 등으로 한때 드라마 성공 신화를 썼던 JTBC 드라마가 이번 변화를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드라마 팬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