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하나의 이미지가 대중의 신뢰를 얻음으로 발생되는 유명세는, 황홀한 독이다. 지켜낸다면 더없이 황홀한 무엇이지만, 해당 이미지를 향한 신뢰의 감정에 조금의 흠이나 손상이 생긴다면 황홀한 기억을 뒤엎을 만큼의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하는 까닭이다.

유명 스타의 스타일리스트로, 일명 ‘슈스스(슈퍼스타 스타일리스트)’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한혜연’이 맞닥뜨린 ‘뒷광고’ 논란은 여느 유명인 혹은 인플루언서의 것과 차원이 달랐다. 대중이 그녀에게 품은 애정은,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인으로서의 능력과 그것을 신뢰하게 만드는 꾸밈없는 성품을 기반으로 한 결과였으니까.

한혜연이 선택한 패션 아이템이면 믿고 구매할 만하다, 는 사고의 흐름까지 자발적으로 만들어졌으니 말 다한 셈이다. 그녀 또한 그러한 대중의 신임에 힘입어 본인이 직접 구매한 제품들을 개인 방송 플랫폼을 통해 리뷰를 남기곤 했는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소개한 제품 중 몇 개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이라는 신조어)이 아니라 ‘뒷광고’(해당 인플루언서가 특정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고 만든 광고 목적의 콘텐츠임에도 유료 광고임을 표기하지 않는 행위)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한혜연이 지닌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눈과 솔직한 성격을 신뢰했던 이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으리라.

잘못을 시인하며 고개를 숙인 그녀의 사과에도 대중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기폭제가 되면서 감추어져 있던 수많은 ‘뒷광고’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와중 다행인 것은 덕분에 관련법이 제정되어 현재는 광고 목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받은 경우 반드시 명확하게 기재해야 하는 규정이 생겼다는 점이겠다.

해당 직종에 전문성 짙게 속해 있는 한혜연은, 2년 동안의 자숙이 필요할 정도로 스타일리스트로서, 그리고 유명인으로서 대중의 신뢰를 상실했고 그녀 본인의 명성에도 크나큰 치명타를 입었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이하 ‘금쪽 상담소’)의 오은영 박사는 이를, ‘망신을 당했다’라는 아주 적확한 표현으로 설명했는데, 그토록 당당하고 거침없던 그녀가 스스로 고개를 들 수 없는, 떳떳하지 못한 입장이 된 것이다.

한혜연은 논란이 일어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얼마간 그에 합당한 대가, 즉 마음의 고통을 치러왔고 치러야 하는 게 마땅할지도 모른다. 당시 함께 일했던 사람이 고의로 속인 부분이 있다고는 하나, 그녀가 협찬 혹은 광고를 목적으로 받았는데도 표기하지 않은 잘못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한혜연이 ‘금쪽상담소’에서 털어놓은 진심 중 하나다. 그녀가 치르고 있는 가장 큰 대가다. 하지만 하나의 논란이, 실수나 잘못이 그녀가 쌓아온 삶과 앞으로 쌓아갈 삶 전체를 망가뜨릴 수 없다. 논란이나 실수, 잘못이 있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도, 오랜 시간을 들여 그녀가 성취해온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삶과 실력 등은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한혜연을 옹호하기 위함이 아니다.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무지했던, 그녀를 신뢰했던 대중의 마음이 농락당한 것은 사실이다. 그저, 이는 비단 그녀에게만 해당하지 않는, 인생 한번 이상 잘못이나 실수를 저지르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맥락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인생의 치명타를 입어도 당신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금쪽 상담소’에서 오은영이 한혜연에게 건넨 말이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이유가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