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코로나19가 일상을 덮친 지 4년, 마스크와 손씻기가 습관이 되는 등 일상에 큰 변화가 있었다.

엔터계도 크고 작은 변화를 맞았다. ‘펜데믹’(감염병 대유행 사태)을 견디기 위한 각종 정책이 시작되며 변화와 도전이 불가피했다.

상황에 따라 바뀌는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모객이 필요한 이벤트가 중단되고, 하늘길이 막히며 해외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발이 묶였지만, ‘온라인’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대안들이 나오며 새 시장이 열렸다.

다양한 자구책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사이 ‘위드 코로나’를 거쳐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엔터계에는 여전히 ‘코로나의 잔재’가 남아있다.

◆ “저녁이 있는 삶이 열렸다”…술자리 대신 골프로 친목 도모

지난 2020년 엠넷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파문이 일었을 때, 담당인 안준영 PD가 소속사 관계자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 상당의 유흥업소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접대’를 통해 이뤄진 조작으로 피해자가 발생했기 때문, 문제의 소지가 있었고 해당 혐의 역시 안 PD의 양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연예계와 방송계 종사자가 ‘친목 다짐’ 등을 목적으로 술자리나 식사자리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소속 연예인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흔한 영업 수단이기 때문, 업계 종사자 대부분이 행하는 ‘관행’이라는 의견이었다.

코로나19는 이 ‘관행’을 바꿔놨다.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식당 영업시간이 제한되고, 모일 수 있는 인원도 한정이 되며 저녁 술자리가 불가능해졌다.

술자리는 골프나 테니스 등 ‘운동’이 대체했다. 한 가요 기획사 임원급 매니저 A씨는 티브이데일리에 “코로나가 저녁이 있는 삶을 열어줬다”라며 “술자리 대신 골프 등 운동을 하며 인사를 나누는 일이 늘었다”라고 전했다. “덕분에 건강도 좋아졌다”라며 웃기도 했다.

또 다른 기획사 실장급 매니저 B씨는 “어린 매니저들도 골프를 일찍 배우는 추세”라며 “우스갯소리로 막내들은 스크린 골프까지만 지원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위드 코로나’에 접어들며 술자리가 일부 부활하긴 했지만, ‘골프 붐’ 역시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날이 추워지며 필드에서 스크린으로 넘어와 ‘친목 도모’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이는 2023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 회식 줄어든 드라마·영화 촬영장

‘펜데믹’ 때 코로나19는 드라마·영화 촬영장에도 큰 타격을 줬다. 배우나 스태프 한 명이 걸려도 촬영이 올스톱되며 방송이나 개봉 일정이 연기되는 일이 잦았다.

메이크업을 받을 때나 카메라에 불이 들어왔을 때에는 마스크를 벗어야 하다 보니 촬영장 방역이 철저히 이뤄졌다. 현장에 오는 인원수를 제한했고, 수시로 코로나 검사 확인을 받아야 했다.

살벌한 분위기가 계속되며 회식 등은 꿈을 꾸기 어려워졌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 크고 작은 회식 자리가 잦은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런 자리가 대부분 사라졌다.

배우 전문 연예기획사 대표 C씨는 “(코로나 이후) 회식 문화가 크게 달라진 것 같다”라며 “요즘 들어 다시 시작되기는 했지만 전처럼 누군가가 주도를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조심스러워하는 느낌이 여전하다”라고 설명했다.

◆ 쇼케이스·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 ‘줌’으로 얼굴 보며 채팅창으로 질문하는 ‘인터뷰’까지

모객 이벤트 중단은 쇼케이스나 제작발표회 현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앨범을 내거나 드라마, 영화가 시작될 때 기자들과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자리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유튜브를 통해 쇼케이스나 제작발표회를 생중계하는 일이 늘었다. 대유행기에는 사실상 대부분의 행사가 비대면으로 이뤄졌고, ‘위드 코로나’에 접어든 최근에도 일정의 절반 가량이 온라인 생중계로 이뤄지고 있다.

사전에 이메일 등을 통해 받은 질문을 MC가 대신 질문해주고, 제작진이나 연예인이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는 형태다. 사진은 일괄적으로 찍어 배포했다. 인터뷰도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화상 채팅 사이트에 접속해 카메라로 얼굴을 맞대고, 채팅창으로 질문을 던지면 답을 하는 형태엿다.

장단점이 분명했다. 한 가요 기획사 홍보팀 E씨는 “현장감이 줄었다”라며 “실제로 현장을 보고 느끼는 것에서 나오는 다양한 기사나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다. 재미가 줄어든 것 같다”라고 전했다.

반면 한 홍보대행사 임원 D씨는 “온라인의 장점은 효율성이다. 동선상 이동이 어려워도 온라인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함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돌발 상황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라고 했다. 중계 상태에 따른 방송사고가 날 수는 있지만, 현장에서 나온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생각지도 못한 논란 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줄어 ‘위드 코로나’ 후에도 온라인 진행을 검토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온라인 쇼케이스나 제작발표회처럼, 코로나 자구책으로 탄생한 일부 온라인 이벤트는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살아남았다. 팬사인회 대신 나타난 영상통화 이벤트나, 월드투어 대신 생긴 글로벌 온라인 콘서트 등은 장점을 토대로 발전해 2023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티브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