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그간 영화만 찾아본 마블 팬들에게 다소 생소할 새 메인 빌런 '캉'을 소개하는 선택까진 좋았지만 결과물은 글쎄. 124분을 통째로 캉을 소개하는 데 쏟아부었지만 캉만의 매력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이 과정이 지루하기까지 해 아쉬움이 더 큰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다.

15일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감독 페이튼 리드·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이하 '앤트맨3')는 슈퍼히어로 파트너인 스캇 랭(폴 러드)과 호프 반 다인(에반젤리 릴리), 호프의 부모 재닛 반 다인(미셸 파이퍼)과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 그리고 스캇의 딸 캐시(캐서린 뉴튼)가 미지의 양자 영역 세계 속에 빠져버리며 겪게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 세계 속에서 이들은 무한한 우주를 다스리는 정복자 캉(조나단 메이저스)을 대면하게 된다.

'앤트맨3'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작품이다. 전작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페이즈4의 문을 닫았다면 '앤트맨3'는 새로운 페이즈, 페이즈5의 문을 여는 작품이기 때문. MCU는 페이즈5에서 본격적으로 다중 우주 개념을 도입할 계획으로, 울트론과 타노스를 이을 메인 빌런으로는 시간을 다스리는 능력을 지닌 캉이 낙점됐다.

다만 이런 MCU의 결정은 일찍이 많은 팬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울트론과 타노스는 이전 마블 영화들에서 켜켜이 쌓아온 떡밥들을 바탕으로 탄생한 빌런인 반면, 캉은 디즈니+ 드라마 '로키'에서 갑자기 툭 등장한 캐릭터이기에 영화만 봐온 팬들 입장에선 다소 낯설 수 있다는 이유다. 분명 캉은 '로키'에서 엄청난 존재감과 위압감을 뿜어낸 빌런이지만 드라마를 보지 않는 팬들 입장에선 이를 알 방도가 없다.

MCU 역시 이런 문제점들을 인지했던 모양. 이에 MCU는 '앤트맨3'를 캉을 소개할 작품으로 선택했다. '로키'를 보지 않고도 영화 팬들이 캉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이는 악수가 됐다. 영화만 본 이들은 물론, 드라마까지 다 챙겨 보는 팬들까지 모두 실망시킬 결과물이 탄생했다. 캉을 소개하는 과정이 너무 길어 발생한 결과다. 캉 자체만 보더라도 매력을 찾기 힘든데,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떡밥을 던지는 데만 사용해 캉은 제 능력을 제대로 발산하지도 못한 채 작품에서 퇴장하게 된다.


이전 메인 빌런 울트론, 타노스와 비교하면 캉의 존재감은 더욱 아쉽다. 특히 당위성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흠이다. 먼저 AI 자비스를 기반으로 탄생한 울트론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선 인류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이유로 제노사이드를 기획했던 빌런이었고, 타노스 역시 비슷한 이유로 온 세상의 인구를 절반으로 줄였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캉이 살육을 하는 이유는 그저 복수심 때문으로, 자신을 유배시킨 다른 '캉'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다. 이점부터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 보니 관객 입장에선 새로운 빌런에게 매력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또 이전 빌런만큼의 위압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캉은 수 세기 앞선 미래 기술을 능력으로 사용하는 인물. 팔에서 나가는 에너지만으로 사람을 증발시키고 하늘을 걸어 다닐 수도 있다. 설명만 들으면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것 같지만 막상 작품 속에선 아이언맨과 별 차이 없게 그려진다. 앤트맨의 슈트에 흠집도 내지 못할 정도다. 2025년 개봉할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까지 활약할 메인 빌런이지만 벌써부터 불안한 입지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캉을 소개하는 데 러닝타임 대부분을 쏟아부은 '앤트맨3'이지만 결과적으론 매력 없는 빌런만 남게 됐다. 오히려 주인공이 양자 영역에서 만나는 감초 캐릭터들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다. 페이즈4에 돌입한 이후 연거푸 흥행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MCU에게 '앤트맨3'가 구원투수가 되지 않을까 싶었으나, 이번에도 홈런을 치기엔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앤트맨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