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은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 [인터뷰]
2023. 09.11(월) 15:08
김종환
김종환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술·담배를 하지 않고, 유흥도 좋아하지 않는다. 별다른 취미가 없다 보니 할 일이 뻔하다. 음악을 만드는 것밖에 할 게 없다. 그러고 보면 나는 참 불쌍한 가수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인 김종환의 ‘웃픈’(웃기지만 슬픈) 하소연이다. 음악이 그를 불쌍한 남자로 만든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그의 ‘존재의 이유’였다.

김종환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발라드 황제다. ‘사랑을 위하여’ ‘존재의 이유’ 등 국민 애창곡들을 만들고 불렀다. 이 곡들로 앨범 누적 판매량 1000만 장을 기록하며 조용필, 김건모, 신승훈 등 당대 최고로 불리는 가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발라드 가수들뿐 아니라 ‘1세대 아이돌’ 전성시대 속에서도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에이치오티(H.O.T.)와 젝스키스 등을 제치고 골든디스크 대상을 수상한 것은 여전히 가요계에서 회자되는 얘기다.

이런 그가 최근에는 창작자로서 큰 조명을 받고 있다. 후배 가수들이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의 음악을 꺼내 부르고, 그의 음악을 부른 가수들이 톱스타 반열에 오르며 ‘흥행 보증수표’라는 새 수식어가 생겼다.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임영웅이 선곡한 ‘바램’을 비롯해 같은 오디션에서 정동원이 부른 ‘여백’, MBN ‘불타는 트롯맨’에서 황영웅이 부른 ‘백년의 약속’, TV조선 ‘미스터 로또’에서 김태연이 선곡한 ‘아모르’ 등이 김종환이 작사, 작곡한 곡이다.

이 곡들 대부분이 음원 차트와 유튜브 조회수, 방송 당시 실시간 시청률 등에서 기록적 수치를 적어냈다. 말 그대로 ‘대박’이다.

후배들의 러브콜이 의아하다면서도 한편으로 그는 “지금 모든 사람들이 외롭구나” 싶어 안쓰럽다고 했다. “겉으론 행복해 보이지만, 마음 속으론 근심 걱정”이 있어 자신의 곡에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지금 음악을 하는 음악인으로서 진짜 해야 할 일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 후배들 역시 따라오겠지란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국민의 지적 수준을 높여줄 수 있는” 음악이었다. 너무 시대를 따라가려 하기 보단 듣는 사람들이 위로받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부르길 원했다.

실제로 그의 창작 과정에는 음악을 대하는 그의 이런 철학들이 녹아있었다. 집 한 켠에 있는 작업실에서 직접 작사, 작곡, 편곡에 연주, 녹음, 믹싱, 마스터링을 모두 직접 하는데, 이를 통해 소위 말하는 ‘영혼’을 갈아 넣은 곡이 탄생했다.

그는 “요즘은 다 분업을 하는데 왜 혼자 다 하느냐고들 묻는다. 요즘 아이돌들의 곡을 보면 작사가만 10명이 붙는 경우가 있더라.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작사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 한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담아 곡을 만드는 데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운을 뗀 후 “나는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태우고 유흥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할 일이 뻔하다. 음악을 만드는 것밖에 없다. 나는 참 불쌍한 가수”라며 웃었다.

유일한 취미가 있다면 “쓸데없이 걸어다니는 것”이라며 “혼자서 쇼핑을 하고, 혼자서 시장에 다니며 떡볶이를 사 먹고, 사람들이랑 섞여서 이야기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하며 음악 소스를 얻기도 한다. 이렇게 소소하게 살아가는 게 내 취미이자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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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음악을 일이자 취미로 여기고 쉼 없이 작업물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동료들에게 곡을 주는 일만큼은 여전히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곡이 뚝딱 만들어지지 않기도 하지만, 김종환의 곡을 부른다면 꼭 히트가 돼야 한다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는 “곡을 받으러 오면 쉽게 ‘네’라고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내가 곡을 줬을 때 무조건 저 사람한테 인생곡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가끔 ‘쓰다 남은 곡 있으면 하나 주세요’라는 분들이 있는데 왜 자기 자신을 그렇게 하찮게 여기는지 모르겠다. 내가 주는 노래는 내가 부르고 싶은 곡이다. ‘아모르’ ‘바램’ ‘여백’ 등이 다 마찬가지다.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줘야 그 사람이 잘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날짜를 맞춰서 대충 곡을 준다면 가져다가 부르면서 느낌이 올 것 아닌가. 정성이 들어갔는지 안 들어갔는지는 불러보면 알 수 있다. 어찌 됐건 부른 사람이 잘 돼야 하니 신경을 많이 쓴다. 그 사람의 나이, 얼굴, 평소에 입는 옷, 말투 등 모든 것을 다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단어를 선택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그 사람한테 맞춰져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이 내 노래를 무대에서 불렀을 때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가사와 멜로디만 좋아서 되는 게 아니고 그 사람 이미지에 다 맞아야 한다. 그래야 음악을 듣는 팬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들을 수 있다. 가수마다 가진 색깔이 정확한데 맞춤옷처럼 해줘야 하는 게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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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로서의 고뇌와 희열을 이야기했지만, 그는 여전히 싱어송라이터다. 자신이 쓴 곡을 자신이 직접 부르는 일 역시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최근 활동곡은 지난 4월 낸 ‘염색’이다. 우리 마음속의 색깔만 조금 바꿔도 삶의 기적이 찾아올 테니 마음을 예쁘게 염색하자는 노랫말이 인상적인 곡이다.

1985년 데뷔, 40년차에 접어드는 내년에는 뉴욕 카네기 아이작홀에서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세계적 오케스트라들을 비롯해 밴드 비틀즈 등이 올랐던 무대다. 뉴욕에 이어 미국 콘서트 투어도 예정하고 있다. 늘 응원해주는 팬들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만나는 게 목표다.

물론 곡 작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300개가 넘는 미발표곡이 있지만, 여전히 곡을 쓰고 있고, 녹음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는 그는 색깔이 명확한, ‘김종환표 음악’으로 대중앞에 서는 게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음악인으로서의 숙명이라고 여겼다.

그는 “비틀즈나 마이클잭슨, 셀렌디온 등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는 보컬리스트들이 자기 색깔, 방향을 완전히 360도 바꾸는 경우는 없다. 자기 색깔에서 장르를 조금씩 바꿀 뿐이다. 발라드에서 록으로 가는 등 장르는 바꿀 수 있지만 느닷없이 옷을 반짝이로 바꾸고 하지는 않는다. 자기 색깔을 지키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성 있는 음악을 하되 색깔이 변하지는 않길 원하고 그걸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음악을 생각하는 기본적인 마음을 항상 유지하고 있으니 아마도 김종환이 가수 생활을 그만 두는 날까지, 그 날이 언제일 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는 시작했을 때 그 모습 그대로 가지 않을까 싶다.” (웃음)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소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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