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좋아하는 일이기에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었다. 그렇기에 매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매 순간 노력했다. 지금까지 배우 전여빈이 단 한순간도 허투루 연기하지 않은 이유다.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감독 김진원, 이하 ‘너시속’)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과 친구 인규를 만나고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로, 대만 드라마 ‘상견니’가 원작이다. 전여빈은 극 중 준희와 민주를 연기했다.

원작의 팬이었다는 전여빈은 원작 제작진들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너시속’에 임했다고 했다. 다만 작품을 준비하면서 원작을 레퍼런스 삼지는 않았다고 했다. 전여빈은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원작을 레퍼런스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저도 그 부분을 주의했다”고 했다.

너무나 뛰어났던 원작으로 인해 부담감이 상당했다고. 가장 큰 부담감은 1인 2역이었다. 전혀 다른 성격의 준희와 민주를 동시에 연기해야 했던 전여빈은 “마땅히 잘 수행하고 싶었던 과제”라고 했다.

그럼에도 전여빈이 1인 2역을 잘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대분이었다. 전여빈은 “글에서부터 준희와 민주 사이에 너무나 극명한 온도차이가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글에 집중하면서 한신 한신 만들고자 했다”면서 “물론 순간순간 어려움이 계속 있었다. 그때마다 감독님에게 의견을 계속 물으면서 만들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자신의 안에서 캐릭터와의 공통점을 찾아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것과 달리 전여빈은 철저히 대본에 집중했다. 오히려 캐릭터에 접근할 때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지 않는다고. 전여빈은 “배우로서의 본능으로만 캐릭터를 찾아가려고 했다. 글에서 느껴지는 언어의 호흡이라던가 에너지의 방향을 느끼려고 하는 편이다”면서 “이 인물이 나랑 닮았다고 캐치하는 순간 너무 쉽게 다가가려고 할 때가 있는 것 같아서 잘 생각 안 하려는 것 같다”라고 자신만의 뚜렷한 연기관을 전했다.

전여빈은 준희의 영혼이 민주의 몸으로 타임리프하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캐릭터의 온도를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그는 “감독님이 염려하신 부분 중 하나가 민주가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미워 보이지 않을까였다. 반대로 민주가 불쌍해지면 불쌍해질수록 준희가 미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이어 전여빈은 “민주의 영혼이 다시 자기의 몸으로 돌아왔을 때 자신이 알지 못했던 욕망이라던가 결핍을 어떻게 채우고자 하는지 잘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단순히 눈빛만이 아니라, 남들이 보기에도 준희는 파란색이고, 다시 돌아온 민주는 검은색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빨간색 같은 시각적으로나 온도적으로 다르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연준(안효섭)을 잃고 일상을 살아가는 준희를 연기할 때에도 고민이 많았단다. 전여빈은 “감독님이 회사 생활을 하는 30대의 준희를 저처럼 연기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 말이 오히려 어렵게 느껴졌다. 과연 사람이 자신의 평소 모습을 객관적으로 구현한다는 게 쉬운 일인가 싶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여빈은 “준희를 연기할 때 주변에서 이 친구의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가 해석한 준희를 그려나가려고 했다. 어느 순간엔 나한테는 없지만 내가 가장 편하게 혹은 내가 어떤 지점을 잘 살려서 할 수 있을 가라는 모먼트를 만들고 했다”라고 말했다.

“‘너시속’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 사랑은 단순히 연인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고, 일하다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너시속’은 나로서 살다가 지켜내고 싶었던 순간들에 대해서 환기하게 되는 작품이었어요. 이번 작품을 정주행 하면서 그런 순간들이 불쑥불쑥 생각이 나더라고요. 여러분 마음에는 어떤 시간과 사랑이 떠올랐을지 궁금해요.”

지난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했던 ‘너시속’을 시청자들 앞에 떠나보낸 전여빈은 작품에 대한 평가를 지금은 찾아보고 있지 않다고 했다. 오랜 시간을 할애하고 애정을 쏟아부었던 작품인 만큼 아직은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조금만 더 시간이 쌓이고 용기가 생기면 시청자들의 반응을 들여다볼 거라며 조심스레 말했다.

전여빈은 칭찬받아 마땅한 연기를 해놓고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생업으로 한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알았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순간이 쉽지 않았다.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전여빈은 여전히 제 안에 표현하고 싶은 것도,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많기 때문에 배우로서 오래 일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앞으로 긴 호흡을 갖고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제가 원하는 것처럼 일을 해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조금 긴 호흡으로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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