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실패할지라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한국 영화에도 발전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배우 송강호의 이야기다.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송강호는 극 중 김열 감독을 연기했다.

영화 ‘밀정’ 이후 약 7년 만에 김지운 감독과 다시 만나 작업하게 된 송강호다. 이번엔 어떤 영화 여행을 떠날까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고. 송강호는 “장르를 변주해서 찍는 분이시니까 설레는 면이 강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또 사람을 괴롭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고 김지운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설렘 반, 두려움 반인 마음으로 다시 만난 김지운 감독과의 작업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님은 말씀을 많이 하시는 편이 아니다. 저를 너무 잘 알고 있고, 저도 감독님이 뭘 원하고 어떤 호흡으로 연기하는 걸 원하는지 알고 있다.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항상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촬영했다”라고 했다.

김열은 주변사람들의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영화의 결말을 만들기 위해 집착하는 인물이다. 송강호는 감독이라는 역할을 위해 특정 감독을 모티브로 삼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송강호는 “김열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설득해서 자기가 원하는 영화를 완성하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그게 조금이라도 실패로 돌아가면 본인의 야망도 실패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좌절을 동반하지 않나. 그래서 절박함에 휩싸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김열을 연기하며 지난 영화 작업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송강호는 “옛날에는 감독님들이 원하시기도 했다. 그땐 그런 환경이었다. 저는 어떤 작품 할 때에는 여덟 번 재촬영하기도 했다. 그때 제가 ‘이렇게만 나오면 100번이라도 다시 찍겠다’고 했다. 감독이 너무 미안해하면서도 고마워했다. 다시 찍은 게 그전보다 훨씬 좋았다. 옛날에는 그게 가능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 상 ‘거미집’과 같은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송강호는 “요즘에는 그렇게 할 수 없는 환경이다. 미리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찍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배우도 자기 연기를 베스트로 준비된 상태에서 첫 테이크에 해야 한다”면서 “예전에는 현장에서 바꾸기도 하고 여러 시도들도 해봤다. 그래서 무지막지하게 고생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산업 자체가 그런 시스템에서 많이 변했다”라고 했다.

이어 송강호는 “장점과 단점이 있는 것 같다. 장점은 현장에서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해답을 얻는 게 아니라 미리 해답을 얻은 다음에 가야 한다는 거다. 그러면 시간과 자본 모든 것들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없는 게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장점이 더 크다”라고 했다.

‘거미집’의 가장 큰 볼거리는 배우들의 앙상블이다. 마치 영화 현장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놓은 듯한 배우들의 앙상블이 러닝타임 내내 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여기에 영화 속 영화인 ‘거미집’도 흑백 영화로 구현돼 마치 그 시절의 영화를 보는 듯한 현실감을 준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영화 속 영화 장면이 다 흑백이라서 되게 멋있어 보였다. 저도 저기 들어가서 연기를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길 정도로 영화 속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광기 어린 연기가 너무 보기 좋았다”라고 극찬했다.

또한 송강호는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장영남 박정수 등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강호는 “배우들하고 앙상블을 맞춰가면서 열정적으로 촬영하면서 넘치는 에너지를 느꼈다”면서 “최근엔 보통 혼자서 연기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렇게 막 다섯, 여섯 명이 한 공간에서 앙상블을 맞춰가면서 밀도감을 높이는 작업들은 오랜만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송강호는 ‘거미집’을 촬영하며 영화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송강호는 “’ 거미집’을 찍으면서 ‘이게 영화지’라는 생각을 늘 했다”라고 말했다.

‘거미집’ 개봉을 앞두고 송강호는 생각이 많아 보였다. 최근 관객들의 눈이 높아지고 새로운 영화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면서 한국 영화 산업이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송강호는 “제가 ‘거미집’을 선택했듯이, 관객들에게도 한국 영화의 걸음이 고여있지 않고 한 발자국이라도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송강호는 “흥행에 실패할지언정 이런 시도들이 없더라면 우리가 틀에 박힌 영화만 할 수밖에 없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 걸 지양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작은 노력들을 해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