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정년이' 매란이 위기를 맞았다.

16일 밤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연출 정지인) 11회에서는 커져가는 영화 산업과 간판스타 문옥경(정은채)의 이탈로 위기를 맞은 매란국극단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매란국극단은 커져가는 영화 산업과 간판스타 문옥경의 이탈로 위기를 맞았다. 심지어 합동 공연 때문에 생긴 빚과 위약금마저 떠안으며 극단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았다.

극단의 유일한 희망은 이제 새로운 국극뿐. 강소복(라미란)은 권영섭(전세종)을 찾아 "웅장한 규모를 살릴 수 있는 장면이 조금 더 삽입됐으면 좋겠다. 혹시 대본 수정이 언제까지 가능하겠냐"라고 조심스레 물었으나, 권영섭마저 대답을 망설이다 "사실 영화 쪽에서 시나리오를 써보지 않겠냐 제안이 들어왔다. 이제부턴 그쪽 일에만 집중해야 할 것 같다"라며 강소복의 곁을 떠나게 됐다.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강소복은 애써 괜찮은 척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단원들에 새 국극 '신라의 여왕'을 소개하며 "권영섭 선생님이 새로 쓴 글이다. 이 대본으로 여자 주인공인 선덕여왕과 남자 주인공 김유신 역할에 대한 오디션을 열 예정이다. 연구생들에게도 제한 두지 않을 테니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은 오디션에 응시하길 바란다. 다만 윤정년은 입단 시험에 통과해야 볼 수 있다"라고 공지했다.

이를 들은 윤정년은 "규모가 상당히 큰 극인 것 같다. 사정이 안 좋다면서 이런 극을 올릴 수 있냐"라고 허영서(신예은)에 조심스레 물었고, 허영서는 "단장님 입장에선 이렇게 큰 극을 포기할 수 없을 거다. 우리가 건재하다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냐"라고 답했다.

이런 결정이 걱정되는 건 백도앵(이세영)도 마찬가지. 이에 그는 강소복을 찾아 "지금 우리 형편에 이런 대규모 극을 올리는 건 무리이지 않냐"라고 걱정했다. 이를 들은 강소복은 "걱정할 거 없다. 방금 우리 극에 투자하고 싶다는 사람이 등장했다"라며 홍매(장희진)와 만남을 가질 것이라 안심시켰다.

하지만 대가 없는 호의는 없는 법. 홍매는 무관심한 얼굴로 대본을 잠깐 보고 이내 덮더니, "작품 얘기는 이제 됐고, 국극단 건물 저한테 파시는 거 어떠냐. 값은 후하게 처 주겠다. 그 건물 사들일 때 빌린 돈도 아직 못 갚지 않았냐"라고 해 강소복을 분노케 했다. 강소복이 "그건 어떻게 알았냐"라고 되묻자 고대일(류승수)이 홍매의 동업자로 등장했고, 강소복은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넘겨라"라는 고대일의 말에 "절대 못 판다. 그 건물이 무슨 의미인 줄 아냐. 매란국극단의 기반과도 같은 건물이다"라고 소리쳤다. 이후 강소복은 임숙영(김규리)과 김금희(강채영)마저 극단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계속된 스트레스에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계속해 들려오는 안 좋은 소식에 단원들도 하나둘 극단을 떠나기 시작했다. 침체된 분위기 속 먼저 목소리를 낸 건 윤정년. 그는 "무대 올리자. 원래 내일이 내 입단 시험이지 않냐. 그거 해버리자. 심사위원이 따로 필요하냐. 길거리 나가서 누구든지 내 소리를 듣고 반응하면 그게 평가와 마찬가지이지 않냐"라며 길거리 무대를 제안했고,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냐"라는 신원철(채제니)의 의문에 허영서는 "내가 기준이 되어주겠다. 나도 나가서 공연을 할 테니, 나보다 한 사람이라도 더 모으면 우리 매란에 입단할 수 있게 되는 거다. 대신 한 사람이라도 덜 모으면 넌 이제 우리 매란에 발도 못 붙이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윤정년과 허영서는 각기 다른 곳에서 '매란국극단 신성배우 무료공연'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공연을 펼쳤다. 허영서는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이라도 하듯 순식간에 관객들에 둘러싸였으나 윤정년의 무대 앞에는 공연 시간이 임박했음에도 10여 명의 관객 밖에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곧 윤정년은 어머니와 "난 소리를 잃었지만 아직 연기는 할 순 있다. 춘향이를 하던, 심청이를 하던 그 사람이 되어보려 한다. 그래서 빈 소리를 아주 차고 넘치게 채워버리겠다"라고 약속한 것처럼 연기력으로 꽉 찬 무대를 완성했고, 관객들의 환호 속에 입단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데 성공했다.

이 공연은 정신을 차린 강소복도 보고 있었다. 그는 "소리 엉망이지 않았냐"라는 윤정년의 걱정에 "이제 너한테 꺾인 목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넌 오늘 심청이 그 자체였다. 너무 잘했다"라고 극찬했다.

다음 날 몸을 회복하고 회의에 참석한 강소복은 조심스레 "'신라의 여왕'은 아무래도 조금 무리일 것 같다. 세트를 아무리 줄여서 짓는다 해도 힘들 거다. 뭔가 새로운 작품을 해보고 싶긴 한데 쉽진 않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용근(김병춘)은 '쌍탑전설'을 추천하면서도 "다만 문제는 후반부다. 광기에 찬 예술가를 연기해야 하는데 어지간한 배우들은 다 나가떨어질 거다"라고 걱정했지만, 강소복은 고민하더니 "해보시죠. 지금의 정년이나 영서라면 해낼 수도 있다"라며 '쌍탑전설'을 새롭게 선보일 극으로 선택했다.

방송 말미 공개된 예고편에는 강소복이 매란의 마지막 국극 '쌍탑전설'을 선보이기 위해 건물을 홍매에 넘겼다는 이야기가 그려지며 앞으로의 전개를 궁금케 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정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