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인생에서 어떤 사건은, 그 일이 벌어지기 이전과 이후를 명확하게 가른다. 즉, 겉모습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을지라도, 이제 그 사건을 겪은 이는 안다. 자신이 절대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초등학생일 때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의 유재석과 조세호를 만나, 생전 처음 방송에 출연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사람들에게 드러낼 기회를 얻었던 아이들의 앞날은 어떠할까. 심지어 자신이 평소 하던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많은 이들에게 인상 깊은 이야기로, 마치 하나의 철학처럼 다가왔다고까지 한다.

얼떨떨한 얼굴로 시작했다가 편안한 분위기에 이끌려 자연스레 꺼내놓은 말 중 하나였을 텐데. 잔소리와 조언 명언으로, ‘신께선 저에게 남김없이 다 넣어 주셨어요’란 거리의 철학가에게서나 들을 법한 말로, 사람들, 어른들의 마음 한구석을 울컥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하여 물어보는 말에 착실히 답했을 뿐인 이들은, 정상의 스타도 쉽지 않은 ‘유퀴즈’ 재출연에 성공한다.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는 중학생이 되고, 어느새 소맥의 부드러운 목 넘김을 아는 스무 살이 되어 들어간 대학교에서 CC(캠퍼스 커플)가 되어보길 소망하며, 카메라와 상관없이 떠오른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했던 아이는, 특유의 수줍음을 보이며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린 채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청소년기에서 으레 발견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그들이 유년 시절, 우연찮게 ‘유퀴즈’를 맞닥뜨린 사건이 큰 변화를 가져다준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디에서도 쉽게 얻을 수 없는 자존감이 그들 안에 양껏 자리 잡고, 무엇을 하든 어떤 목표를 가지든, 존재만으로 가치 있는 삶임을 인식하는 힘을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의 ‘유퀴즈’는 국내외 유수의 스타들은 물론이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들이 한 번쯤 출연해 보길 소망하는, 그러한 명망 높고 공신력 있는 프로그램 아닌가. 이러한 ‘유퀴즈’에 누군가에게는 그저 ‘초딩’에 불과한 어린 시절의 ‘나’가 출연했고, 이는 절대 없어지지 않을 사실이며 자랑거리다. 이제 그들은 ‘유퀴즈‘ 출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들의 앞날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무궁무진하여, ’유퀴즈‘ 또한 때마다 그들을 초청해 들일 테니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