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에게 혁명이란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
2025. 03.27(목) 1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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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이젠 엔터테인먼트의 대표가 되어 직접 아이돌그룹을 탄생시키는 중인, JYJ 멤버 김재중은 넷플릭스 ‘추라이추라이’에서 다음과 같은, 나름의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우리나라는 최장 계약기간이 7년이다 보니 투자는 5년 넘게 해놓고 회수할 시기는 3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회사로서는 쉽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투자 금액은, 일 년에 두 팀을 운영한다 치면 최소 200억 정도. 보통 데뷔를 하고 3년 뒤부터 흑자화되는 게 가장 이상적인 흐름이라고들 하나 세상일이란 게 또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원하던 성과를 받아 들지 못했을 시 아이돌 그룹만큼 기획사 또한 겪는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닐 수 없다. 아이돌 그룹 하나가 탄생하는 일에 쏟아부어지는 자본의 크기는 그토록 상당하다. 지난해 11월, 소속사 어도어에 전속계약이 해지되었음을 통보하고 명칭도, 일시적이긴 하지만 엔제이지(NJZ)로 바꾼 후 독자적인 움직임을 이어온 뉴진스(NewJeans)가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제기한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에 대해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린 직후다. 뉴진스 멤버들에 따르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활동을 잠시 멈추기로 했다고 하지만, 해당 판결의 핵심이 어도어의 기획사 지위를 인정한 것임을 상기하면 사실상 ‘존중’해서 내린 선언은 아니라고 보는 게 옳겠다. 우선 법원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겠단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고, 미국 어느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게 한국의 현실일지도 모른다며, ‘혁명가’라는 단어까지 썼으니 여전히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동행을 포기하지 않은 듯하다. 사실 법원 판결은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우선 그들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파기를 주장하는 이유, 즉 그들이 말하는 계약 위반 사유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신뢰가 깨졌다’에 관한 대목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이라 할만한 것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 따돌림을 당했다거나, 모회사 격인 하이브가 그들을 견제할 계략을 짜고 있다거나, 법적으로 어도어가 전속계약 해지를 당할 정도의 위반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사안들인 것이다.
게다가 사실로 확인되지도 않았고. 그저 어쩌다 당시 좋지 않은 상황과 맞물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그리하여 감정이 상하고 만 정황이 연이어 발생했을 뿐이란 해석이 뒤따른다고 할까. 만나서 풀 일이지, 전속계약 해지를 논하기에는 단순히 민희진 전 대표와 함께 가기 위해 펼치는 억지 주장에 불과한 느낌이 강하다. 어도어가 뉴진스를 세상에 내보낸 지 고작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받기엔, 처음부터 여러모로 불합리했단 이야기다. 뉴진스는 왜 이렇게 위험한 모험을 단행한 걸까. 데뷔 후 이른 성공으로 충분히 보상했으니 위약금을 낼 필요도 없다고 제 나름의 주장을 펼칠 만큼, 뉴진스는 등장하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상당히 빠른 기간 안에 세계의 최정상에 올랐고 여기에 민희진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게 민희진 혼자만의 힘이란 뜻은 아니며, 그렇기에 보상이라는 것 또한 단순히 투자금을 회수하는, ‘또이또이’한 액수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뉴진스가 누린 호황은, 하이브를 기반으로 어도어가 쌓은 여러 인프라와 막대한 자본, 민희진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노력이 뉴진스 자체의 역량과 합치되어 천운을 불러들이며 이룩한 성과인 까닭이다. 단지 민희진이 부각되었을 뿐. 이 부각된 자의 오만함이 뉴진스에게 민희진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었고, 꼼짝없이 휘둘려버린 이들은 치기 어린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이제 막 펼친 오색찬란한 날개를 스스로 접고 말았다.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있다기보다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것에 기반한 어떤 주장을 법원이 들어주지 않았다고, 따르기를 거부하며 반기를 드는 행위를 혁명이라고 보지 않는다. 무법자다. 현재 그들이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어도어 소속임을 받아들이고 다시금 어도어 측과 아티스트로서의 관계를 회복하여 주어진 계약기간을, 뉴진스로서 충실히 이행하는 일이다. 어쩌면 혁명은, 뉴진스가 민희진에서 벗어나 오롯한 뉴진스로서 우뚝 서는 일일지도 모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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