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장 기안장’, 잃어버린 낭만을 찾아서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5. 04.24(목)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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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대환장 기안장’이라는 대전제 하에 모든 불편함은 낭만으로 재해석된다. 불편하니까 낭만이고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할 줄 아는 낭만의 시간이 또 청춘이라는 흐름이다. 그리하여 기안장에 온 모든 이들은, 기안장이 색다른 방식으로 선사하는 청춘의 시간을 있는 그대로 마음껏 누리고 즐기다 더없이 아쉬운 얼굴을 하고 현실로 복귀한다.

’대환장 기안장‘이 대전제로서 작용할 수 있는 중심엔, 주인장인 ‘기안84’가 존재한다. 이미 여타의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보여준,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사고방식은 웬만한 기이하고 ‘괴랄한’ 형식을 충분히 상상하고도 남을 만큼의 것이었고, 게다가 ‘대환장’이란다. 알만하다고, 어느 정도 예상을 뛰어넘는 어떤 장면을 기대하고 또 예상하며 왔을 가능성이 높다.

얼핏 ‘오징어 게임’을 떠오르게 하는 모양새이지만, 기안84의 푸릇푸릇한 시절의 환상을 잔뜩 환기한 듯한 기안장의 외관과 내부 형태는 그들의 예상과 기대를 넘치게 충족시키는 무엇이었고.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불편함과 비효율의 극치, 숙소 입구는 클라이밍을 해서 들어가야 하게끔 만들었고 밥 한번 먹으려면 봉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잠자리는 또 어떠한가. 창틀이 확장된 느낌의 공간에서 떨어짐을 방지하기 위한 끈을 매고 몸만 겨우 가려주는 천장 아래서 자야 한다.

그런데 이게 낭만이고 청춘이라는 거다. 왜 이토록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대환장’할 만한 상황과 행위가 ‘낭만’과 직결되는가. 낭만, 사전적 의미로는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다. 기안장은 시간이 없는데, 할 게 많은데,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굳이 그래야 해, 라고 되묻곤 하는 현실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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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기안장의 법칙만 통하는데,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모든 현실의 인식에서 벗어나 그저 주어진 모든 것을 재미있게, 온전히 즐기기만 하면 된다. 즉, 낭만 그 자체인 것이다. 심지어 공간마저 육지와 떨어진, 바지선 위에 있다. 물론 별관은 육지 안에 있지만 그 장소마저 외따로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니 현실이 개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숙박객들이 공통적으로 꿈꾸는 것 같다고 하는 이유이겠다. 그리고 지금은 많이 훼손되었고 훼손되고 있지만, 현실이 개입할 수 없는, 아니 개입하긴 하지만 다른 때만큼 그리 힘을 못 쓰는 시기가 우리에게 있다. 바로 청춘, 무엇이든 못 할 게 없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얻고 싶은 무엇이 있다면 어떤 불편함이나 비효율적인 상황도 거뜬히 감수할 수 있는 그러한, 푸르고 파랗게 몸과 마음의 힘이 넘치는 시기.

기안장의 낭만은 이러한 청춘을 소환시키고, 놀랍게도, 이 대목에서 뜻밖의 힐링이 찾아온다. 숙박객들이 주어진 상황이 더 불편하고 힘든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서로 돕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배려나 희생의 개념이 아니라, 손길을 내미는 사람도 그 손길을 받는 사람도 서로 돕고 협력하는 과정을 그저 즐기고 재미있게 여긴다고 할까. 어쩌면 ‘대환장 기안장’에서 선사하는 경험 중, 우리의 현실에서 가장 희소성이 강한 것이 아닐지. 그들의 ‘대환장’ 추억이 더없이 부럽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넷플릭스 ‘대환장 기안장’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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