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KBS가 토일미니시리즈라는 새 시간대를 편성해 내놓은 첫 작품 ‘트웰브’가 기대와 달리 고전하고 있다. 배우 마동석이 직접 기획과 제작에 이름을 올리고 주연까지 맡아 화제를 모았던 프로젝트라 더욱 뼈아프다.

9월 1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8월 31일 방송된 4회 분은 3.1%의 일일 시청률(이하 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첫 회 8.1%로 힘차게 출발했으나 2회에서 5.9%로 내려앉았고, 3회는 4.2%, 4회는 3.1%로 매회 하락했다.

‘트웰브’는 12지신을 모티브로 한 판타지 액션물로 인간 세계를 지키려는 존재들이 악의 무리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태산 역을 맡은 마동석은 제작자로서 기획에도 참여했다. 극본에도 참여, 작가로도 이름을 올렸다.

'트웰브'는 마동석에 의한, 마동석을 위한 드라마다. 이 작품의 부진한 성적이 '마동석 유니버스'의 실패라고 불리는 이유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로 트리플 천만 관객, 삼천만 관객 보유자라는 영광스런 타이틀을 보유하게 된 마동석에게 '트웰브'의 실패는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을 것이다. 영화계에서 신화를 쓴 그의 이름값이 드라마 제작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됐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드라마는 만만한 장르가 아니었다.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장기간의 회차 운영과 방송 편성 전략, 실시간 시청자 반응이 맞물리는 구조라 성격이 다르다. 시장 분석이 부족했던 것일까, 말 그대로 작품이 재미가 없는 것일까. ‘트웰브’는 시청률 하락 추이는 흥행 부진을 넘어 외면에 가까운 수치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타격이 크다. KBS는 기존 수목미니시리즈를 폐지하고 토·일 밤 9시 20분대에 미니시리즈를 편성하는 실험에 나섰다. ‘드라마 존’으로 명명하며 주말 황금시간대를 집중 공략했지만 성공의 지표가 돼야 할 첫 작품이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화려한 배우 라인업도 흥행을 담보하지는 못했다. 마동석은 물론 박형식, 서인국 등 쟁쟁한 배우들이 나섰고, 연기력이 탄탄한 성동일 등이 함께 출연해 공개 전부터 화제가 됐지만, 화려한 라인업은 시청률로 이어지지 않았다.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를 통한 동시 공개 역시 글로벌 시청자 확보를 위한 시도였으나 본방송 하락세가 두드러진 상황에서 전체 평가를 바꿀 변수로 작용하기는 쉽지 않다.

‘트웰브’의 처참한 성적은 '범죄도시'의 이미지에 갇힌 마동석이 이야기 자체의 힘, 내러티브가 이끄는 장르인 드라마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충무로에서 쌓은 기획 역량과 배우로서의 존재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리모콘으로 선택을 받는 안방에서는 영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남은 회차에서 반등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마동석이 제작자로서 넘어야 할 첫 번째 큰 고비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영화 '데몬 헌터스: 거룩한 밤'을 제외하고 말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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