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취재팀] 쏟아지는 신작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공개 시기와 상관없이, 오직 작품의 힘 하나로 기어이 시청자의 마음을 훔친 작품들이 있다. 현장을 누비는 티브이데일리 취재 기자 7인이 사심을 꾹꾹 눌러 담아 추천하는 OTT 필람(必覽) 리스트를 공개한다.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

김지현 기자 엄지손가락으로 쇼츠를 넘기고, 1.25배속이 기본인 시대. 유료 결제만 하면 AI가 영상을 찍어내는 세상에서, 모든 에피소드가 원테이크로 촬영된 ‘소년의 시간’은 사람 손으로 만든 작품이 얼마나 우아한지 새삼 일깨워준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단 하나의 동선도 엇갈리지 않기 위해 수많은 리허설을 거쳤을 터. 카메라는 계산됐지만, 시선은 지독히 건조하다. 그 시선이 인물을 객관적으로 보게 하며 스릴러의 맛을 살린다. 시선을 따라 살해 용의자인 소년과 살해된 소녀, 아들을 둔 가족들을 좇다 보면 어느새 사건에 연루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엔딩이 깊고 묵직하다. 여운이, 길다.

김지하 기자 오웬 쿠퍼의 남우주연상에 걸맞은 연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웰메이드란 이런 것.

넷플릭스 ‘아리스 인 보더랜드’

김진석 기자 ‘오징어 게임3’에 피로감을 느꼈다면 반대편에 서 있는 이 작품을 보라. 성기훈과 달리 주인공 아리스는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정의를 외치기보다 선택의 결과를 온몸으로 감당한다. 그 과정에서 인물의 변화가 단계적으로 쌓이니 감정선이 흔들리지 않는다. 게임 설계 완성도도 높다. 단순한 잔혹함이 아니라 규칙을 이해하는 순간 심리전이 시작된다. 게임 하나하나가 캐릭터를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세계관은 확장되지만 감정의 균형은 끝까지 유지된다. 판이 커질수록 개인의 절박함이 또렷해지는 게 미덕. 메시지 전달 방식도 다르다. 삶의 의미를 설파하지 않고, 관객 스스로 답을 찾게 한다. 인물이 왜 여기까지 왔는가에 시선을 두니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설명보단 감정으로 수습하는 완결까지, 적어도 여정만큼은 끝까지 책임지는 작품이다.

넷플릭스 ‘퀸스 갬빗’

김한길 기자 체스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실상은 한 인물이 성장하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체스를 몰라도 보는 데 전혀 지장 없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불필요한 에피소드 없이 주인공 변화에만 집중하고, 속도를 억지로 안 올리는데 몰입감은 끝까지 간다. 안야 테일러 조이의 연기는 과하지 않게 감정을 전달한다. 대사보다 표정과 시선으로 쌓아가고, 주변 인물들도 소모품이 아니라 서사가 안정적으로 이어진다.

디즈니+ ‘탁류’

황서연 기자 예전 스타일 사극 좋아하면 무조건 봐야 한다. ‘추노’ 천성일 작가가 말아주는 김치찌개라 더 맛있다. 당시 민초들의 비참한 삶을 그대로 카메라에 비춘 듯한 디테일한 연출도 볼거리. 극은 묵직하고 템포가 느려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허나 계급에 순응하던 민초들이 각성하고 연대하는 과정,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면 만족감이 생긴다. 특히 곱상하던 로운의 변신과 연기 성장이 놀라웠고, 박지환의 자유자재 연기는 인상적이다.

넷플릭스 ‘희생자 게임’

최하나 기자 절대 스포일러 검색 금지. 수사물 덕후라면 무조건 추천이다. 아스퍼거 증후군 형사가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인데, 후반부 반전이 정말 예상치 못한 것이라 뒤통수가 얼얼하다. 2개 시즌 모두 기괴한 살인 수법과 예상을 빗나가는 진범 때문에 몰입도가 장난 아니다. ‘신의 퀴즈’, ‘TEN’ 시리즈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100% 만족할 것이다.

쿠팡플레이 ‘안나’

한서율 기자 거짓된 인생의 말로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쓴다”는 독백이자 작품의 메시지가 잘 전달됐다. 단순한 감정을 넘어 교훈까지 남겼다. 누군가에게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혹은 관심받기 위해 한 행동이 과연 자신을 위한 건지 돌아보게 만든다. 사랑받고 싶어 성공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을 보며 주변을 살피고, 그들의 결핍과 슬픔을 진심으로 감싸줘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티브이데일리 취재팀 news@tvdaily.co.kr/사진=각 작품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