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유진모 편집국장] “남성 때문에 지구가 이 모양이 되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깨야만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성과 여성이 상호보완 관계가 되는 양성평등의 시대가 와야 한다.”


멕시코 출신 컬트의 거장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는 3년전 내한해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그만큼 그의 영화속에서 여성은 중요하고 우월하다.


컬트의 걸작 중의 걸작 ‘엘 토포’와 더불어 마니아들을 사로잡은 1989년작 ‘성스러운 피’ 역시 결론은 남자에게 있어 엄마나 아내가 얼마나 중요한가 웅변하는 작품으로 컬트입문의 필독서다.


‘성스러운 피’는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관객들의 머릿속을 혼란하게 만드는 호러컬트지만 극단적 컬트처럼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멕시코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에 모티브를 얻어 만든 작품으로 한 가정에 내려진 저주를 바탕으로 파괴된 한 젊은이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전체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마지막의 반전이 소름끼친다.


영화는 음습하지만 색감은 화려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이면 가슴 한켠에 설움이 북받친다.


코끼리 시체에 군중이 달려드는 오프닝부터 심상치 않다.


소년 피닉스는 서로에게 집착이 강한 서커스단장 오르고와 공중곡예사 콘치타 부부의 외아들이다. 어느날 오르고가 바람피우는 것을 목격한 콘치타가 남편의 주요 부위에 황산을 뿌린다. 격분한 오르고는 콘치타의 양팔을 잘라버리고 자살한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피닉스는 큰 충격을 받고 정신병원에 갇힌다.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된 피닉스는 병원을 탈출해 어머니에게 간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팔을 대신해 환상의 마임을 펼치며 관객의 인기를 끈다.
숱한 여자들이 그에게 접근하지만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피닉스에게 살인을 명령하고 그는 엽기적인 방법으로 그녀들을 살해해 집 앞마당에 매장한다. 중간에 이 시체들이 모두 일어나는 몽상적 호러장면은 섬뜩하다.


피닉스는 소년 시절 알마를 사랑했는데 어느날 알마가 성장해 그앞에 나타난다. 예외 없이 어머니는 살해를 명령하지만 그는 처음으로 어머니의 명령을 거부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아들과 어머니의 섬뜩한 공방, 그리고 결론의 반전은 엄청난 충격을 준다.


양팔 없는 어머니와 피닉스가 펼치는 마임쇼는 영화속의 또 다른 작품으로 그 화려한 색깔은 오히려 처연하게 느껴진다.


컬트에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이라면? 상처입은 가족영화, 혹은 슬픈 사랑의 노래라는 선입견으로 보면 거북함을 조금은 덜 수 있다.


[티브이데일리 유진모 편집국장 desk@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