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유진모 편집국장] 엑소시즘(Exorcism)은 악령쫓기 의식을 말한다. 국내에는 무당 퇴마사 등이 있고 천주교 기독교 등이 주류인 서구사회에는 교단에서 배출된 엑소시스트들이 있다.


미국의 거장 윌리엄 프리드킨은 1973년 오컬트 무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 '엑소시스트'를 만들어냈고 이 영화는 엄청난 흥행과 더불어 엑소시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뒤 수많은 아류작들이 대거 쏟아져나왔지만 '엑소시스트'의 완성도와 공포와는 거리가 멀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거장 프리드킨은 '엑소시스트' 이후 졸작들만 찍어내 명성에 흠집을 낸다. 원작 개봉이후 거의 30년이 지나 디렉터스컷 버전이 국내 재개봉돼 마니아들을 흥분시킨 바 있다.


미국의 대니얼 스탬 감독은 이 '엑소시스트'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확실한 '라스트 엑소시즘'으로 내달 2일 국내관객과 만난다. 그러나 때로는 '엑소시스트'를 오마주하거나 비웃는 극과 극의 아이디어가 금세 드러나고 영악한 호러 마니아라면 금세 눈치챌 서너번의 반전 등 새로울 게 별로 없는 , '블레어 위치' '엑소시스트' '엔젤 하트' 등에서 차용한 것이 의심되는 내용들로 채워져있다.


3대째 엑소시즘을 해온 중년의 마커스 목사는 사랑하는 아내, 눈에 넣어도 안아플 외아들 저스틴 등과 함께 안정된 삶을 살아간다. 어려서부터 이미 성령을 받은 것으로 아버지에 의해 홍보에 이용당하며 자라온 그는 갖가지 특수효과 등으로 사탄을 만들어내고 또 쫓아내는 사기행위로 돈을 벌어왔다.


조산으로 태어나 위험을 맞은 저스틴이 기사회생한 뒤 하나님에게 감사한 게 아니라 의사에게 고마워한 그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고 한 다큐멘터리 팀의 제의에 의해 엑소시즘의 실체를 밝히는 동영상을 찍는다.


자신도 엑소시즘 도중 한명의 아이를 죽게 한 적이 있고 바티칸의 새 교황이 본격적인 엑소시즘 아카데미를 운영한다고 발표해 전세계 많은 아이들의 희생이 걱정돼 개과천선한 것.


때마침 아이반우드의 한 사람이 도움을 요청한다. 다큐멘터리팀과 함께 그곳으로 자동차를 몰아 달려간 마커스는 한 이상한 소년을 발견한다. 그런데 그는 중장년의 의뢰인 루이스의 아들. 2년전 암으로 아내를 잃고 아들 케일럽 딸 넬과 함께 살아가는 루이스는 지나칠 정도로 하나님을 신봉하는 기독교인이다.


그러나 이곳은 외세의 침입이 잦았던 곳으로 그만큼 다양한 종교와 미신이 숨쉬는 음습한 동네다.


루이스의 집은 숲속 외딴 곳의 단독주택이다. 밤마다 칼로 추정되는 도구에 의해 동물들이 죽어나간다는 게 문제. 그런데 그 살생자는 바로 넬이다. 낮에는 멀쩡하다가 밤만 되면 동물들을 죽이는데 정작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마커스는 자신의 전가의 보도와 다름 없는, 대대로 내려오는 엑소시즘 책 '환희의 정원'을 꺼낸다. 이 책을 루이스에게 보여주며 지금 넬에게 찾아온 사탄은 가장 막강한 아발람이라고 겁을 준다. 그는 순서대로 속임수를 써서 엑소시즘을 행하고 두둑한 돈을 챙긴 뒤 집에서 자고가라는 루이스의 친절을 뿌리치고 모텔에 투숙한다.


그런데 한밤중 넬이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집에서 8Km나 떨어진 모텔에 나타난다. 그녀는 코에서 피를 흘리는가 하면 이상한 이물질을 토해내기도 한다. '엑소시스트'의 오마주 첫번째.


급한 마커스 일행은 넬을 데리고 병원에 간 뒤 정신과치료를 부탁하지만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거절만 되받는다. 할 수 없이 마커스는 루이스에게 정신과 치료를 강권하지만 루이스는 엑소시즘을 더해달라는 주문만 할 뿐이다.


다큐PD 아이리스는 우연히 병원에서 녹음한 내용을 듣던 중 깜짝 놀라 마커스를 부른다. 넬은 임신중이었던 것. 아이리스는 루이스를 욕하며 넬을 데리고 도망가자고 하지만 마커스는 신중하게 대처하자고 달랜다. 그러던 중 또 넬이 이상한 행동을 벌인다. 케일럽을 찌른 뒤 도망가거나 날뛰거나 하는 것.


케일럽은 응급조치를 해주는 마커스에게 급하게 아버지 몰래 쪽지를 건넨다. 여기에는 아버지와 넬 두사람만 남게 하지 말라는 의미심장한 글이 써있었다.


마커스는 그 동네의 저명한 목사 맨리를 찾아가 루이스를 설득해줄 것을 부탁한다. 맨리는 루이스와 만난지 오래됐고 불편한 사이라고 곤란해하면서 루이스의 미팅 승낙을 받아내면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마커스는 두번째 엑소시즘을 행한다. 그런데 갑자기 넬의 목소리 톤이 바뀌며 마커스에게 '난 아발람인데 너는 나를 안믿는다'고 일갈한다. 또한 갑자기 목이 돌아가는가 하면 허리가 뒤로 90도 꺾이는 등 심상찮은 변화를 보인다. 두번째 '엑소시스트' 오마주.


그러나 그 광분은 오래 가지 않는다. 마커스가 '넌 아발람이 아니라 넬이야'라고 외치며 기도를 하자 넬은 얌전하고 불쌍한 소녀로 되돌아온다.


이것으로 상황끝. 맨리 목사도 와서 넬에게 기도를 해주고 넬은 아이 아버지가 시내 카페에서 일하는 로건이란 청년이라고 고백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을 향해 차를 몰던 마커스는 마침 로건이 일하는 카페 리시스를 발견하고 차를 세운다. 그리고 로건은 충격적인 말을 들려주는데.


고정된 카메라가 아닌, 핸드헬드 카메라를 사용한 때문에 쉴 새 없이 화면이 흔들리거나 포커스도 잘 맞지 않기도 한다. 물론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 자체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설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독의 사고가 참으로 단세포적이다.


두세번의 반전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이런 류의 영화의 특징은 초반이 지루하다는 점. 이 영화 역시 그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엑소시즘 자체는 사기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엑소시즘을 이용한 사기로 돈을 번다. 감독은 여기서 기획을 시작한 것 같다.


현대의학을 무시하고 오로지 하나님과 주님만을 광신하는 루이스의 캐릭터는 개신교와 광신도에 대한 일침이다.


약간의 사회적 문제 등을 지적하고 지역사회의 지도층을 조롱하며 군더더기가 별로 없는 연출과 스피드감은 그럭저럭 인정할만하다. 피칠갑 괴기칸텐츠 음향효과 특수효과 등으로 일차적 공포만을 주는 영화보다는 확실히 앞선 것큼만은 틀림 없지만 이런 영화를 좋아하고 싫어하고는 관객의 몫이다.


[티브이데일리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