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경호 기자] 대개 힙합을 하는 뮤지션은 독특한 외모에 강렬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그는 턱수염과 수더분한 헤어스타일로 구수함을 풍기며 힙합을 한다는 느낌이 없었다.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쓴 미스터 룸나인(본명 이지민)은 외모는 힙합퍼라기 보다는 통기타 하나들고 노래를 공연장에서 감수성을 자극할 것 같았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그는 10년 내공을 가진 힙합인이다.


19살 때부터 힙합 음악을 접하고, 힙합퍼의 길로 들어섰다는 룸나인은 음악을 하게 된 어린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음악을 한다는 게 감투라고 생각했죠. 난 멋있어라고 생각했고,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잘못됐다는 걸 느꼈어요. 어린시절 제 음악은 그렇게 시작됐죠"


첫 번째 미니앨범을 발매하고 대중들 앞에 선 그는 자신의 음악을 들어주는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되뇌였다.


룸나인, 예사롭지 않은 이름이다. 쉽게 다가가는 이름이라기 보다 '왜?'라는 궁금증이 든다. "어릴 때 꿈이 방이 9개 있는 집에 살고 싶은 게 있었어요. 그런 의미도 있지만, 20살 때 재밌는 말이 없을까 하다가 방구를 말장난 영어로 ROOM9이라고 하게 됐죠"





재치와 유머를 가진 이 남자는 사실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다. 학교중퇴, 그 때문에 오기와 열정이 그를 지난 10년 동안 음악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게 했다. "중학교 때 듀스를 좋아했죠. 그 때 음악을 처음 접했고, 동네에서 춤도 추고 그랬죠. 워낙 말썽도 많이 피웠고요. 그렇게 고등학교를 진학했는데, 소위 말하는 문제아들이 모인 학교였죠. 사실 제가 견디기 힘든 게 많아서 학교를 그만뒀죠"


집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중퇴한 룸나인은 이후 함께 춤을 추던 그룹에서 탈퇴하게 됐다. 이유인 즉, 스스로 춤을 못춘다는 걸 알아버려서라고 한다.


이후 친구들 홍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누군가의 랩을 듣게 되고, 본격적으로 랩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던 중 MC스나이퍼와 인연을 맺게 됐고 11년째 음악을 하며 지내왔다.


음악을 시작한 나이는 스무살 남짓. 그런데 대중들 앞에 선보인 앨범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음악에 매달리다 보면, 생활고도 있고 여러가지 문제가 있잖아요. 누군가에게 금전적인 부분에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고, 혼자 해보려는 의지로 이제서야 첫 미니앨범을 발표하게 됐죠"


어려운 시절을 보낸 룸나인은 현 소속사 대표이자 자신의 음악 동료인 MC스나이퍼에게 늘 고마워 한다고. "이전에는 녹음이라는 걸 하면 불편함을 느꼈는데, 이번에는 스타이퍼 형에게 미리 말을 했고, 형이 흔쾌히 녹음 작업을 도와줬어요. 음악선배로서 의지가 되는 형으로서 정말 고마워요"


파란만장한 청춘(?) 보내고 있는 그는 삶을 음악에 담을 수 있는 것이라며 음악적 철학에 대해 말한다. "힙합이라는 음악이 대중가요와는 조금 다르고, 솔직한 장르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떤 음악을 하던지 그 안에 제가 고스란히 담긴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누군가 제 음악을 듣고 제 삶을 봐줬으면 하죠. 물론 저도 그렇죠.


성숙해지는 나이만큼 생각도 성숙해지고 있는 룸나인은 대중들에게 보여줄 자신의 음악이 어렵지 않았으면 한다고. "대중들과는 공감하고 있는 음악을 하고 싶지 멋있고, 웅장하고 거창한 음악은 하고 싶지는 않아요. 돈이나 명예를 쫓지는 않아요. 가수로 인정받고 싶을 뿐이죠"


10년 동안 음악에 몸을 담았지만 연예인과 이렇다 할 친분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동네 형이자 배우인 심형탁이 절친으로 있었다. "2년 전부터 예비군을 함께 가게 됐는데, 친해지게 됐어요. 서로 술잔 기울이는 거 좋아해요. 외모만 다르고 성격이나 이야기거리 등 공통분모가 많아요. 형이 뮤직비디오 찍게 되면 출연해준다고 했는데, 제가 더 잘되서 형한테 출연 제의하고 싶어요"


더불어 심형탁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활짝 웃으며 말했다. "형, 예비군 1차 빠졌는데, 벌금 나오기 전에 같이 가요"


룸나인은 이번 앨범 타이틀 곡은 사랑 노래라며 자신이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앨범에 담았다고 말한다. 5곡 수록곡은 시나 소설처럼 서로 연계되어 있어 자신이 하는 이야기를 노래로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쑥쓰러워 했다.


좋은 음악에 대해 생각한다는 룸나인은 공연으로 대중들과 만남을 이어갈 거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어렵게 걸어온 길인만큼 이제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음악, 자신이 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룸나인의 눈은 열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현재 자신이 있게 해준 가족들에게 반드시 보답해야겠다는 이 남자의 꿈은 뮤지션과 룸나인(ROOM9)이다. 다소 엉뚱하기도 한 룸나인은 끝으로 "노력하는 만큼, 노력에 의해 좋은 음악이 나오겠죠"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티브이데일리 이경호 기자 sky@tvdaily.co.kr/사진=스나이퍼사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