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박지련 기자] 영화 '어둠 속의 외침'으로도 만들어졌던 호주 재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 등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노던테리토리 주 다윈치안법원에서 열린 체임벌린 가족 대 검찰의 최종공판에서 32년간 고통 받은 부모가 승리의 눈물을 흘렸다.

체임벌린 부부의 딸인 아자리아가 야생 들개 딩고에게 물려가 사망한 것이 맞다는 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이에 혈육 살해의 누명까지 썼던 부부는 억울함을 풀게 되며 딸의 죽음에도 진심으로 슬퍼할 수 있게 됐다.

체임벌린 부부와 생후 두 달 된 딸 아자리아는 지난 1980년 여름 호주 대륙 중앙에 있는 울루루 국립공원으로 캠핑을 떠났다. 하지만 텐트에 잠들어 있던 딸이 감쪽같이 사라지며 비극은 시작됐다. 실종된 아기를 두고 '호주산 야생 들개 딩고가 물고 갔다'는 부모의 증언과 '부모에 의한 살인'이란 검찰의 주장이 32년간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1차 재판에서 부부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1년 뒤 검찰 측이 부부의 차에서 발견된 아자리아의 혈흔과 가위를 증거로 내세우며 분위기가 뒤집어졌다. 결국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1982년 2차 공판에서 배심원단은 일제히 부인에게 살인혐의로 종신형을, 남편에겐 살인방조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1986년 울루루 깊은 골짜기의 딩고가 사는 굴에서 땅에 반쯤 파묻힌 아자리아의 재킷이 발견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노던테리토리 주정부는 4년째 옥살이 중이던 아내 린디 씨를 석방했고 이 사건을 특별 검토한 왕립위원회는 유죄 판결을 폐기했다.

1995년 열린 3차 공판에서 '사인 불명 판결'이 내려진 이후 부부의 무죄를 입증하는 증거가 속속 나왔다. 2001, 2003년 10세 미만 아이들이 잇따라 딩고에게 물려 죽는 사건이 발생한 것도 무죄에 힘을 보탰다. 딩고가 봉지를 찢지 않고도 봉지 안 고기를 꺼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법정 실험 결과도 나왔다.

결국 마지막 공판에서 부부는 무죄 판결을 받게 됐고, 이에 린디 씨는 "32년간의 고통스러운 재판이 끝나 다행"이라며 눈물지었다. 남편 마이클 씨는 "끔찍한 싸움이었다. 죽은 딸의 영혼이 이제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의 이야기는 1998년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어둠 속의 외침'으로 만들어져 편견에 사로잡힌 사회와 황색저널리즘에 대한 비판, 배심원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티브이데일리 박지련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