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어떤 남자에 열광하는가. 샤이니의 민호같이 키가 크고 잘생겼으며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날 뿐 아니라 각종 운동까지 잘하는 남자라면 어느 여자가 반하지 않겠는가. 멋진 정장이 잘어울리거나 또는 재력이 좋아 온통 명품으로 자신을 멋지게 꾸며놓은 남자가 아나운서같은 팔방미인 매력까지 발산한다면 누구나 저 남자 한번쯤은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언제부터 남자에게서 아름다움을 찾기 시작했는지 잘 모르겠다. 호리호리하고 말도 조심스레하는 선비보다는 정의롭지 못한곳에 욕스런 단어를 내뱉기도하고 팔을 걷고 장작을 캐면서 자기 여자는 자기가 지킨다고 말할줄도 아는 거친 남자들을 매력적으로 바라보던 시대는 지나간것일까. 요즘 음악프로에서 나오는 남자 아이돌을 바라보다가 문득 멋진표정과 멋진 손동작에만 연연하는 그들의 잘생긴 얼굴속에서 음악의 진정성의 부재와 함께 남자에 대한 그리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말하면 상당히 개인적인 견해일수도 있겠으나 나에게 남자는 그의 강인함속에 기대고 싶어지는 동시에 숨겨진 연약함을 안아주고 싶은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십년이 넘게 처음 만난 이후로 그 남자만 떠올리면 섹스의 흥분을 느끼게 해주는 남자가 있다. 그는 존 콜트레인이다.

어느 남성 아이돌 그룹의 음악에서도 느낄수 없는 깊이 있는 남자의 고뇌와 스토리, 흥분과 절제, 아름다움과 추함이 그의 음악에 담겨져 있다. 그를 처음 만난 앨범이 1965년 발매된 'A Love Supreme'(impulse! Records, 1965) 이었는데 그 앨범은 그전까지 3만장정도 팔리던 앨범과는 달리 그해말까지 5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할정도로 상업적 성공까지 이룬 앨범으로 지금까지도 최고의 재즈앨범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의 마약중독이 극대화되었던 1950년대 말이후 어찌보면 한 인간으로서 끊임없이 신에게 다가가 구원과 영생을 얻고 싶었던 성장에 관한 고민이 음악적 영감으로 표현되어 나온 기도문같은 결과물이라 할수 있는 앨범이다. 이런 종교적인 색깔의 음악에서 어찌 섹스의 절정을 느낀다는 표현을 쓸수 있는가 하겠지만 클라이맥스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콜트레인의 솔로가 가져다주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듯한 벅찬 감동과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되는 형이상학적인 그의 멜로디속에서 같은 감정을 느낄수 있을것이라 믿는다.

그런 그의 음악이 섹스의 환상을 주는것은 그의 솔로 라인때문만은 아니다. 하나의 코드속에서 단순한 멜로디라인을 던져주고 음악을 시작하는 그의 무덤덤함, 사람들의 마음에 정돈됨을 주는 듣기 쉬운 멜로디보다는 속에 담아두었던 그의 철학을 거침없이 토해내는듯한 열정있는 솔로, 폭력적으로까지 들리는 그의 호흡까지 모든것이 그를 남자로 만들어주고 있다.

절규하듯 불어대는 색소폰소리에는 악기의 음색과 함께 그의 거친 숨소리와 영혼의 외침이 동시에 들어있는데 그건 결코 자기 과시용이 아니다. 남들에게 어떻게 들릴까 자신의 음악성을 끊임없이 가식으로 포장하고 싶어하는 연주자에게서는 오히려 나올수 없는 추악한 외침이다.

재즈가 늘 그렇듯이 짧은 멜로디와 코드진행을 던져주면 그것이 모티브가 되고 주제가 되어 대화가 시작이 된다. 그의 하드밥적인 사운드와 프리재즈의 결정체를 보여주는 듯한 이 앨범은 결코 콜트레인만의 작곡이라 말할수 없을만큼 네명의 연주자들 모두의 작품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서로 들어주고 반응하면서 실시간으로 작곡되어지고 완성된다. 개인적으로 원코드에 강한 멕코이 타이너의 연주는 존콜트레인의 가장 훌륭한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는 존콜트레인의 에너지를 함께 따라가줄수 있는 몇안되는 피아니스트중 하나라고 과감히 말하고 싶을 정도로 자유로운, 그리고 열려있는 코드진행을 구사하고 있다.

엘빈존스 특유의 에너지와 개성적 사운드를 극대화시켜줄수 있었던 것이 드럼셋과 함께 일반적인 재즈악기로 사용되지 않는 퍼커션들의 사용에 있었다. 소울의 느낌을 깊이 있게 끌어올려준 이런 퍼커션적인 사운드는 마치 감동을 주는 설교한편을 듣고 있는 종교적인 이미지를 상상하게 만든다.

최고의 예술작품은 그 작품 하나에서 인간으로서의, 여성, 또는 남성으로서의 그를 다 드러내는것이다. 그것이 조각이 되었든, 그림이 되었든, 또는 연주가 되었든간에 세대를 넘을수 있는 예술작품이 되려면 내면깊숙이 있는 자신의 매력적인 남성성을 또는 여성성을 가감없이 보여줘야 한다. 나는 감히 존 콜트레인 같은 남자를 꿈꾸며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남자아티스트들에게 예쁜 가면을 벗어던지라고 말하고 싶다.

[티브이데일리 지나그램 문화예술 칼럼니스트 ginagram@naver.com]

*티브이데일리 필진 중 한명인 지나(본명 서현아) 칼럼리스트는 이화여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음악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학길에 올라 버클리 음대와 NYU 대학원에서 Performance를 전공하며 늦게 시작한 음악 공부에 열정을 불살랐다. 2004년 맨해튼 블루 노트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던 그녀는 2005년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연주자겸 편곡자로 또 방송인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개인앨범 '지나그램ginagram' 을 3집까지 발표했다. 현재 상명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