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민덕기의 스타예찬] 1980년대는 관능에 탐닉한 시대다. 이른바 3S라는 스포츠, 스크린, 섹스를 통한 대중 우민화 정책이 지배했던 때였다.

신군부 전두환 정권의 그 때는 정치 사회적 억압으로 울분이 쌓였던 한낮과 달리 밤은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던 시간이었다. 통행금지가 해제되고 사람들은 처음으로 심야영화 ‘애마부인’을 보며 밤을 지새웠다.

안소영 주연 정인엽 감독의 ‘애마부인’은 1982년 흥행 1위를 기록했고, 이보희 주연의 ‘어우동’(감독 이장호), 정윤희 주연의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감독 정진우) 등 다른 에로틱한 기운이 충만한 작품들 역시 크게 사랑을 받았다.

이들 영화는 한국영상자료원의 KMDb(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VOD(다시보기)에서 지금도 가장 인기 있는 작품들이다. 이 영화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름다운 여배우들의 개성적인 매력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KMDb VOD가 마련한 ‘관능여인 80년대 에로틱한 순간들’이란 제목의 7~8월 기획전은, 스크린을 끈끈하게 달궜던 이들 관능파 여배우들과 그 시절 밤의 시간들을 추억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획전을 통해 한국영상자료원은 정윤희, 이보희, 안소영, 나영희, 이기선 등 특유의 관능미로 시대를 사로잡은 여배우들과 그들의 육체를 경유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들까지 1980년대 대표작 15편을 무료로 소개한다.

한국영상자료원 관계자는 “이번 기획전은 관능의 시대, 가장 에로틱한 순간들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 여름 밤의 꿈’같은 시간을 안방에서 즐기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번 기획전에 소개될 정윤희 주연의 영화는 ‘꽃순이를 아시나요’(감독 정인엽),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감독 정진우),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안개마을’(감독 임권택) 등 4편이다.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에서 젖은 채로 물 밖에 나와 몸에 얇은 저고리 하나 걸친 장면과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에서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아버지의 벗은 등을 밀어주는 장면 등은 당시 남성들을 무장해제 시켰던 정윤희의 에로틱 연기의 압권으로 꼽힌다.

서구적 이목구비와 단아하면서도 어딘가 농염한 인상으로 작품마다 늘 색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낸 이보희. 그의 주연작으로는 ‘바보선언’(감독 이장호), ‘무릎과 무릎 사이’(감독 이장호), ‘어우동’ 등 3편이 소개된다.

이보희의 가장 관능적인 장면은 당연히 ‘어우동’에 있다. “어흠 어흠”하는 위선 가득한 양반들에게 “자네! 어떤가? 내 말을 거역해 볼 용기가 있는가? 어서 이리 와 엎드려!”라고 호령하며 자신의 발을 핥게 만드는 장면은 그가 어떻게 관능의 시대를 주름잡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80년대 초 한국 에로영화계의 여왕은 단연 안소영이다. 그가 주연한 영화 ‘애마부인’과 ‘티켓’(감독 임권택}도 기획전에서 관객을 만난다.

당시 무명이었던 안소영은 ‘애마부인’의 엄청난 성공으로 80년대 페티시의 화신이 되었다. “애마야, 니 몸은 언제 봐도 예뻐. 불꽃을 숨기고 있는 몸이야”라는 ‘애마부인’의 대사처럼 화면을 가득 채운 안소영의 육감적 몸매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던 최고 중의 최고였다.

애달픈 눈빛 연기로 주목받았던 나영희의 주연 작품으로는 1988년 최고 흥행작이었던 ‘매춘’(감독 유진선)을 비롯해 ‘백구야 훨훨 날지 마라’(감독 정진우), ‘화녀82’(감독 김기영), ‘나비 품에서 울었다’(감독 임권택) 등 4편이 소개된다.

또 TV 연기자로 데뷔하기 전 단 3편의 영화에 출연, 앙팡진 연기로 ‘충무로 섹시퀸’에 올랐던 이기선. 그의 주연작 ‘깊은 밤 갑자기’(감독 고영남), ‘버려진 청춘’(감독 고영남)도 기획전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기획전을 마련한 한국영상자료원 자료서비스부 관계자는 “80년대 에로틱한 영화들은 특히 개성적인 여배우들을 통해 만개했다”라며 “기획전에 등장하는 여배우들 모두 저마다 다른 자기다움이 분명하고, 영화 속에 강렬히 살아 있는 그들의 관능을 무시할 수 없었다”라며 “80년대 에로영화는 힘이 세다”라고 회고했다.

‘관능여인 80년대 에로틱한 순간들’ 기획전 영화들은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 KMDb VOD를 통해 8월 말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티브이데일리 민덕기의 스타예찬 news@tvdaily.co.kr / 자료제공=한국영상자료원 / 사진=사진작가 김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