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민덕기의 스타예찬] 미국 영화를 이야기할 때 ‘서부영화’는 빼놓을 수 없는 아이콘이다. 영화감독 존 포드(John Ford). 그는 ‘서부영화’의 대부다. 50대 이상의 장노년층 영화 팬에게 존 포드는 존 웨인이란 키 큰 미국배우와 함께 가장 기억되는 할리우드 영화인 중 한사람이다.

‘서부영화’는 19세기 후반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법과 질서를 수호하려는 영웅과 이를 파괴하려는 악당의 대결을 주로 다룬 영화를 말한다. 20세기 할리우드 영화의 가장 대표적인 장르였으며, 존 포드는 가장 많이 또 가장 흥행이 잘 된 ‘서부영화’를 연출한 대표적인 감독이다.

미국 서부영화의 3대 걸작으로는 게리 쿠퍼 주연의 ‘하이눈’(1952), 알랜 래드 주연의 ‘셰인’(1953), 그리고 존 웨인 주연의 ‘역마차’가 꼽힌다. 이 가운데 ‘역마차’는 미국 영화 평론가들이 선정한 ‘서부영화의 백미’이며,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이 존 포드이다.

존 포드는 1894년 아일랜드 출신의 미국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올해는 그의 탄생 120년째가 되는 해이다. 세계 각국에서 그의 업적을 기리는 여러 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서울아트시네마가 영화의전당과 함께 ‘탄생 120주년 존 포드 회고전’을 열고 있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어제(14일)부터 오는 10월 5일까지 열리고 있는 이 회고전에는 존 포드의 영화 16편이 상영 중이다. 회고전에 나온 영화들은 서부극과 무성영화 시절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로 이를 통해 존 포드의 작가적 면모를 만날 수 있다.

메인 대학을 중퇴하고 할리우드로 진출한 존 포드는 조감독 생활을 거쳐 1917년 무성영화 ‘직접사격’으로 데뷔했다. 이때 그는 ‘잭 포드’란 이름을 썼다. 무성영화 시대부터 영화를 만들었던 그는 이 시대의 위대한 시네 아티스트로 꼽히는 빌 헬름 무르나우의 영향을 받았다. 무르나우는 ‘파우스트’, ‘노스페라투’, ‘마지막 웃음’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걸작들을 남긴 무성영화의 전설이다.

존 포드란 이름을 쓰기 시작한 때는 ‘카메오 커비’란 영화를 연출한 1923년부터이다. 이후 1966년에 발표한 ‘일곱 여인들’까지 다양한 장르의 150여편의 영화를 만들었으며, 1973년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존 포드 사후에 그의 마지막 작품인 다큐멘터리 ‘체스티 : 전설에 바치는 헌정’이 공개됐다.

평론가들은 그의 대표작으로 ‘역마차’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 대해 그들은 “기존 서부극에 대한 통념을 부셔버리고 비평과 대중적 성공을 동시에 이루었으며, 서부극도 지적이며 예술적이고 상업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이다”라고 평가했다.

존 포드는 ‘역마차’에서 스튜디오를 벗어나 광활하고 험준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름다운 롱샷으로 담아냈으며 서부 개척자들의 역사와 정신을 미학적으로 보여 주었다.

‘역마차’가 발표된 1939년은 그의 경력에서 경이적인 해로 주목받는다. 이 해에는 ‘역마차’를 비롯하여 ‘청년 링컨’, ‘모호크족의 북소리’ 등이 한꺼번에 발표되었다. ‘역마차’는 존 웨인 주연의 서부극이고, 나머지 두 편은 헨리 폰다가 주연한 드라마이다. 이때를 평자들은 ‘존 포드 창작력에 어떤 뮤즈가 내려앉은 해’라고 말한다. 존 포드가 45살 때다.

존 포드는 1940년 또 하나의 걸작을 탄생시킨다. 바로 ‘분노의 포도’이다. 사회비판적인 이 영화를 만든 뒤 그는 보수파들로부터 공격을 많이 받았다.

존 포드의 영화에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외로운 사람들, 아웃사이더가 주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회 혹은 공동체에서 정해놓은 책임, 의무, 규칙으로 인해 좋은 의도로 시작됐지만 나쁜 결말로 귀결되는 과정에서 이성은 비이성이 되고 선량함은 어느새 부도덕함이 되며, 편협함으로 누군가 고통 받을 때 주인공은 공동체의 질서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한 해답이 그의 회고전 영화에 담겨져 있는 셈이다.

이번 회고전은 ‘역마차’, ‘분노의 포도’,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같은 존 포드의 대표작을 비롯해 비교적 감상 기회가 적었던 ‘청년 링컨’, ‘순례여행’, ‘도망자’, ‘태양은 밝게 빛난다’와 같은 작품을 통해 ‘서부영화’로 대표되는 존 포드에서 한 걸음 나아가 그의 영화적 스타일과 특징을 더욱 넓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기대된다.

[티브이데일리 민덕기의 스타예찬 news@tvdaily.co.kr / 사진=‘역마차’스틸컷, 서적 ‘존 포드’ 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