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비슷한 나이의 동명이인 여배우 정유미가 최근 안방극장의 저녁과 심야시간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같은 이름으로 같은 시기 활동하는 것은 배우에게 독일까 약일까.

첫번째 정유미는 최근 방송 중인 KBS2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극본 정현정, 연출 김성윤)에서 한여름 역을 맡고 있는 1983년생 정유미다. 앞선 정유미보다 1년 늦은 2004년 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통해 데뷔한 그는 드라마 '케 세라 세라'와 영화 '사랑니' '달콤한 인생' '가족의 탄생' '차우' '10억' '내 깡패 같은 애인' 등에 출연했다.

그는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를 통해 맡은 캐릭터의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드라마 '직장의 신'과 출연중인 드라마에 이어 최근에는 영화 '맨홀'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두번째 정유미는 지난 18일 종영한 MBC 드라마 '엄마의 정원'(극본 박정란, 연출 권성창)에서 서윤주 역을 맡았던 1984년생 정유미다. 지난 2003년 광고를 통해 데뷔한 정유미는 같은해 영화 '실미도' '위대한 유산' '싱글즈' 등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드라마 '애정의 조건' '왕꽃 선녀님' '대왕세종' '보석비빔밥' '동이', 영화 '댄서의 순정' '두 사람이다' '유령 소나타' 등에 출연하며 연기 폭을 넓혔다. 드라마 '천일의 약속' '옥탑방 왕세자' 부터는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으며 최근 '엄마의 정원'과 맞물려 개봉한 영화 '터널3D'까지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거 연예계에서 동명이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함께 활동하는 동안에는 한 사람에게 쏟아질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되거나 확연하게 드러나는 기량 차이 등으로 비교의 대상이 됐다.

활동을 쉬고 있다고 해서 안전하지도 않았다. 동명이인의 배우가 사건 사고에 휘말리는 등 구설수에 오르면 이름이 똑같은 배우는 가만히 있다가도 봉변(?)을 당할 수 있었다. 최근 배우 이병헌의 사생활 논란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모델 이지연과 동명의 배우 이지연이 선의의 피해자의 예가 됐다. 이에 일부 배우들은 데뷔 전 활동 중인 배우의 이름을 피해 예명을 짓거나 개명을 선택했다.

이렇듯 좋지만은 않아 보이는 동명이인 활동에 대해 실제로 활동을 하는 배우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엄마의 정원' 촬영을 마친 후 최근 티브이데일리와 만난 정유미가 이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그는 "과거에는 신경을 많이 썼다. 같은 이름이라는 것으로 인터뷰만 해도 몇년 째다"라면서도 "서로가 활발하지 않을때 오히려 신경을 썼던 것 같다. 뭔가를 시작할때 내가 주목받고 싶은데 그쪽이 주목받기도 하고, 그쪽으로 가야할 광고 연락이 나에게 오기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요즘에는 함께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좋다. 내가 방송에 나오는 시간대와 또 다른 정유미가 나오는 시간대가 달라 저녁 내내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노출되고 있을 때가 있다"라며 "그러면 그쪽을 검색해서 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실 '엄마의 정원'이 시청률은 잘 나오지만 젊은 친구들이 찾아보는 스타일이라든지 화제성이 높은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다른 정유미씨 쪽이 미니시리즈를 해서 화제가 되니 서로 '윈윈'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정유미가 말하는 동명이인 배우의 활동은 오히려 "같아서 더 좋다"였다. 같은 이름으로 같은 시기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에 분명한 시너지 효과가 존재한다는 것.

정유미 외에도 연예계에는 많은 동명이인이 존재한다. 가수 박지윤과 방송인 박지윤, 배우 김수현, 주진모 등이 같은 이름과 성까지는 함께 쓰며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꼭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배우와 스포츠스타, 유명 작가 등이 같은 이름을 쓰는 경우도 넘쳐난다. 여기에 성은 다르지만 이름이 같은 연예인들까지 더하면 일일이 꼽는 것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많은 이들이 활동 중이다.

최근들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홍보와 마케팅이 이뤄지는 문화가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이에 포털 사이트와 SNS 상에 '이름이 노출되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는 꼭 활동 시기가 겹치지 않더라도 화제가 되는 동명이인의 존재가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과거 같은 이름의 유명인이 있으면 굳이 이름을 바꿔야 했던 시절은 '옛말'이 됐다. 연예계에서 동명이인이란 더이상 '부담'이 아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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