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현영 기자]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뮤지컬배우 박혜나. 그는 앙상블부터 시작해 명실공히 뮤지컬 디바 자리에 오르기까지 남다른 뚝심을 보였다. "감사함이 저를 지탱해주는 힘"이라며 인터뷰 내내 현재의 삶에 감사하다는 말을 되뇌인 박혜나는 무대에서 몰입하는 눈빛만큼이나 뮤지컬 인생도 진중하고 또 진중했다.

박혜나는 현재 뮤지컬 '데스노트'(연출 쿠리야마 타미야)에서 사신 렘 역을 원캐스트로 열연 중이다. 그는 서울 잠실에 위치한 집부터 공연장인 성남아트센터까지 지하철로 출근을 하고 있단다. 지하철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는 그는 지하철 출근길에 재밌다고 했다.

"작품 초반에는 지하철에서 대사도 생각하고 사신이다보니 손에 소품을 착용하는데, 익숙할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실수가 없어야하니까 이미지 컨트롤을 했어요. 그리고 캐릭터가 인간이 아니고 대사 어순이 한국말스럽지 않아요. 결론이 먼저 나오다보니 삐끗하면 대사를 유추하기 힘들어 집중을 더 했죠. 습관이 된 후에는 공연장에 가서 집중해요."

'데스노트'는 일본 유명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우연히 데스노트를 주워 악인들을 처단하는 '키라(killer)'가 된 천재 대학생 라이토(홍광호)와 그에 맞서는 명탐정 엘(김준수)의 두뇌 싸움을 주된 스토리로 한다. 작품에서 박혜나는 라이토를 동경하는 아이돌 미사(정선아)를 위해 희생하는 사신을 연기한다. 전작에서 파워풀한 고음을 뽐내던 박혜나는 이번 작품에서 저음이 주된 넘버까지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뮤지컬 넘버들이 락적이고 파워풀해요. 그런데 연출님은 제 캐릭터가 모래 이미지이길 원하셨어요. 움직일 때 모래가 떨어지는 듯 했으면 좋겠다고요. 극 중 제가 모래로 소멸되잖아요. 어쩌면 결말의 복선을 캐릭터로 보여주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솔로 넘버 '어리석은 사랑'의 키를 올리자고 했어요. 저는 고음을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저음을 하려니 성대에 무리가 오더라고요. 그런데 장면을 끌어왔을 때 저음으로 해왔기에 갑자기 고음을 할 수 없었어요. 제 안에 있던 저음을 이번 기회에 발견한거죠. 담백하게 불렀는데 관객들이 좋아해주시고 군더더기 없이 잘 전달된 것 같아요"라고 뿌듯해했다.



죽음을 소재로 했기에 어두운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데스노트'에서 렘 캐릭터는 인간이 아니지만 사랑과 희생을 지닌 가장 인간미 넘치는 독특한 캐릭터다. 그는 연습하면서 많이 울었고, 극 중 미사를 보면 노래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렘이 만약 눈물을 흘리면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당시 닥친 감정으로 눈물을 흘리기엔 사건이 너무 짧죠. 그런데 저는 감정, 상황 다 분석하고 노래를 부르니까 박혜나로서 연습 때 운거죠. 무대에서는 울지 않아요. 렘은 미사로 인해 심경이 변한 상태에서 사랑과 희생 그 정도만 보여주려고 해요. 그런데 솔직히 실제 무대에서는 인물의 감정이 남아있는지 콧물이 나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혜나는 뮤지컬 '위키드'에서는 초록 마녀 엘파바로, 이번 작품에선 하얀 사신 렘으로 분장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이에 대해 그는 "처음에는 40분~50분 걸리던 분장이 지금은 30분 만에 끝나요. 그동안 홍광호 씨, 강홍석 씨 등이 분장을 받고 나가죠. '데스노트'는 현대극이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은 분장이 심하지 않아요. 거기에 비하면 저는 과하죠. 엘파바 때도 그렇고 제 역할의 완성은 분장의 힘이에요. 언젠가 특수분장, 전신분장을 도맡을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피부가 견뎌줘야 할텐데, 제가 선이 강한 얼굴이 아니어서 큰 무대에 섰을 때 분장이 도와주는 것 같아요"라고 솔직히 이야기했다.



박혜나는 함께 출연하고 있는 홍광호, 김준수, 정선아, 강홍석 등의 배우와 연출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원작 '데스노트'의 매력과 원캐스트 또한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됐다. 그는 '위키드' '드림걸즈' 등의 주연부터 '셜록홈즈'의 홍일점 왓슨까지 쉼없는 1년을 달려오며 주목받는 배우로 성장했다. 그는 "작품을 볼 때 주인공이냐, 비중이 크고 작냐가 아니라 제가 제대로 연기를 하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데스노트'는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렘 역이 작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해서 좋아요. 사실 어깨의 부담이 적긴 해요. 그 전까지는 제가 끌어가고 관통선이 돼야 했잖아요. 지금은 즐기면서 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행복해요"라며 "원캐스트이다보니까 배우들이 그냥 가족같아요. 매일 만나고 한마디 씩하고 이제는 일주일에 하루 쉬고 와도 공연이 안정적이에요. 다른 배우들은 다르게 느낄지 몰라도 이게 원캐스트의 힘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제가 하는 일을 즐기고 싶었어요.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하잖아요. 어쩌면 제 일에 있어서 안정을 찾고 싶었죠. 경험이 많아질수록 다음 작품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거라 생각해요. 나이가 먹으면서, 기회가 주어지면서 감사하게 이룰 수 있었어요. 나이대 마다의 영향이 있어요. 지금은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서 제 역할을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해요."



2006년 데뷔한 박혜나는 내년 10주년을 맞이한다. 그는 여전히 자신에 대해 부족하다며 긴장을 놓치 않도록 채찍질했다. 박혜나의 20대는 치열했으며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마음의 그릇이 커지고 다른 사람을 포용하고 캐릭터 분석에서 생각이 깊었으면 좋겠어요. '충분하다고 생각할 때 끝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 생각이 안 들게 반성하고 정리해요"라며 "저는 두려움과 걱정이 많아 '언젠가는 이 일을 안 할 수도 있겠지'라고 한 발 떼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온 현실감 없는 아이였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일이 저의 재능에 맞는 일이었어요"라고 의외의 말을 내놓았다.

그는 "솔직히 성격적인 면에서는 뮤지컬 배우와 맞지 않는 면이 있어요. 무대 위 부딪치는 두려움과 싸워야 하고 남 앞에 드러내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이어서 더 신경 쓰고 집중하죠.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부적합하다고 생각했던 면이 박혜나의 다른 면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해요. 운좋게 부모님께 좋은 영향을 받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쌓아갈 것인지 고민해야죠"라고 고백했다.

박혜나는 쉼없이 달려온 만큼 '데스노트' 후에는 자신을 채우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무대에 온전히 집중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서는 무대에 최선을 다하고 후회없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타협하지 않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맡고 싶은 역할은 따로 없어요. 저한테 오는 역할은 다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해요. 부족함 없이 캐릭터대로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먼저 좋은 사람이 돼서 좋은 기운을 전달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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