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액트 오브 킬링', '침묵의 시선' 두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묘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전 세계 37개 이상의 영화상을 휩쓸며 해외 유력 매체와 평단의 극찬을 받고 있는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신작 '침묵의 시선'(배급 엣나인필름)이 지난 3일 개봉한 가운데 이를 기념해 전작 '액트 오브 킬링'이 재상영을 확정했다.

두 작품 모두 조슈아 오펜하이머가 연출한 작품으로 전작 또한 세게 유수 영화제에서 70개의 영화상을 휩쓸며 경이로운 수상 경력을 쌓아올렸다. 특히 '액트 오브 킬링'은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 다큐멘터리 부붐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액트오브킬링'과 '침묵의 시선'을 비교하면, '액트 오브 힐링'은 1965년 인도네시아 대학살의 주동자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뮤지컬 영화로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하고 잔혹했던 대학살을 저지른 가해자들은 죄책감없이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자랑스럽게 재연해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주며 학살과 권력에 대해 돌이켜보게 했다.

반면 '침묵의 시선'은 이로 인해 형을 잃은 동생이 50여 년이 흐른 후 형을 죽인 살인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는 과정을 그렸다. 사랑하는 이들을 죽였던 가해자들이 권력을 누리고 있는 시대에 침묵을 강요당하며 살고 있는 희생자의 현재를 비추고 있는 셈.

감독이 전작을 뮤지컬 영화라는 방식을 빌어 재연한만큼 다채로운 의상과 음악, 휘황찬란한 겉모습 속에 숨겨진 추악한 가해자들의 과거가 그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부귀영화와 대조를 이루며 대학살의 참극을 부각했다면 '침묵의 시선'은 이와 반대로 평화롭고 고요해 보이는 풍경 속에 끔찍하고 소름 끼치는 이야기를 들여놓는다.

또한 '액트 오브 킬링'이 인도네시아에서 비밀리에 상영되다 전역으로 확장돼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게 되며 현지 언론과 대중에게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학살을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작품이었다면, '침묵의 시선'은 사회라는 천이 얼마나 갈가리 찢어져 있고 또한 얼마나 처절하게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진실과 화해와 정의, 치유를 원하는지 보여준다.

실제 '액트 오브 킬링'이 아카데미시상식 최고 다큐멘터리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1965년 대학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50년간 강요된 침묵을 깨뜨린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닮고도 다른 '침묵의 시선' '액트 오브 킬링'은 이처럼 관객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다큐멘터리로써 의미를 더한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엣나인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