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몇 개월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촬영 일정에 대한 마침표라는 점에서 시원하지만 반대로 빠져든 캐릭터를 떠나 보내야 하는 섭섭함. 그렇기에 배우들은 한 작품을 끝낸 뒤 종영 소감으로 흔히들 '시원 섭섭하다'고 표현을 한다.

김형규는 지난 12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라스트'(극본 조남국·연출 한지훈)에서 사마귀 역으로 열연했다.

사마귀는 극 중 노숙자 집단을 거느리고 지하경제를 장악한 곽흥삼(이범수)의 둘도 없는 오른 팔이다. 그는 흥삼의 곁을 지키며 해결사와 경호원으로 활약했고 보스를 지키다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

그런 김형규는 사마귀를 떠나 보내는 종영 소감에서 '시원'함을 뺀 채 섭섭함만을 강조했다. 그만큼 '라스트'의 사마귀에 흠뻑 빠져 있었다. 여전히 사마귀의 강렬함이 김형규의 행동, 말투에 남아 있었다.

김형규는 그런 사마귀로서의 역할이 끝난 소감으로 "작품이 끝나면 흔히 '시원섭섭하다'고 하는데 시원함은 전혀 없고 섭섭함만 남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최근까지도 저도 모르게 사마귀의 표정이나 행동이 나올 때가 있었다. 정말 잊기 힘들 것 같다"라고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사실 김형규는 사마귀에 대해 애정을 느끼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는 말수 적고 물잔을 건네주는 동작 하나에도 진지한 사마귀라는 인물 때문에 사소한 동작 조차 가볍지 않을까 걱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형규는 "모든 몸짓을 최소화해서 최대한 가볍지 않게 보이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초반에는 그런 상황에 적응하기가 정말 어렵더라. 4회까지는 사마귀를 몸에 익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극 초반의 고충을 고백했다.


사마귀는 동작과 대사보다 눈빛으로 많은 부분을 표현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김형규는 "사실 눈빛에 힘을 줬다기 보다 잘 웃지 않고 무표정으로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자신이 무표정일 때 턱을 당기면 강한 표정이 나왔을 뿐이라고 했다.

이런 겸손한 태도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이범수의 칭찬에도 여전했다. 이범수는 김형규의 눈빛 연기가 남달랐다고 칭찬을 했다. 그러나 정작 김형규는 대선배의 칭찬에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고 자신을 낮추기 바빴다.

이범수의 칭찬은 김형규에게 최고의 찬사일지도 모른다. 그는 지난 2011년 방송된 SBS 배우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에서 이범수와 심사위원 대 참가자로 만났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의 의미도, 이범수의 칭찬도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김형규는 "오디션 얘기를 말했더니 '네가 걔구나'라고 하셨다. 떠올려주시니 정말 기뻤고 나란히 연기할 수 있게 되니 감개무량했다"며 기뻐했다.

사마귀의 최후는 '라스트'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사마귀는 수없이 칼에 찔리면서도 외마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은 채 죽어간다. 김형규는 당시 촬영을 위해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신경을 쏟았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실제 자신이었다면 "절대 그렇게 죽지 못 했을 것"이라 농담을 던졌다.

"마지막 장면은 보기만 해도 엄청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사마귀니까 고통을 참고 절제하는데 집중했다. 꾹 참다가 흥삼(이범수)을 올려보면서 참았던 감정을 폭발 시켰다. 저를 보며 우는 형님을 보는데 저도 울컥했다. 그 때는 제가 진짜로 사마귀가 된 것 같았다"

'라스트'에서 완벽하게 사마귀 그 자체였지만 실제 김형규와 사마귀의 간극은 크다. 김형규와 사마귀의 성격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까불거리고 장난기도 있고 말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극 초반 사마귀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쓰리데이즈',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에 이어 '라스트'까지 연이어 액션 연기를 펼쳤다. 세 작품을 하면서 그는 자신의 연기 욕심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잭 나이프를 한 손으로 펴는 장면을 위해서 한 달을 꼬박 연습할 만큼 '완벽'한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김형규는 "연기를 목숨과 바꿔도 될 만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마음 가짐을 이미 10년 전부터 가져온 그다. 그렇기에 액션을 할 때도 조금 위험하더라도 스턴트맨에게 맡기기 보다 본인 스스로 하려고 했다.

확고한 연기 신념을 말하는 김형규의 얼굴에서는 은연 중에 강인한 표정의 사마귀가 비춰지기도 했다. 여전히 역할에 빠져있다는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닌 순간이었다.

남다른 각오로 몰입했기에 여전히 사마귀의 가면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는 벌써 MBC 새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극본 손영목·연출 김상협) 촬영에 돌입했다. 연기에 대한 진지한 마음이 그가 쉬지 않고 연기를 하는 원동력이다. 그렇기에 아직 오디션을 통해 발탁되는 신인임에도 쉼 없이 연기를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까지 김형규는 스타보다 배우를 외치며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 배우를 꿈꿀 때는 그저 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고백했다. 그는 목숨만큼 소중해진 연기를 위해 진짜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자 노력하는 배우다. 그렇기에 지금의 결연한 각오가 그를 더욱 성장시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정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