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철중 기자]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가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영화감독 자크 리베트(Jacques Rivette : 1928~2016) 회고전을 마련했다.

자크 리베트는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알렝 레네, 클로드 샤브롤, 에릭 로메르와 함께 프랑스 누벨바그(전통적인 영화 관습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운동)를 이끌었던 대표 감독으로 지난 1월 타계했다.

‘자크 리베트 회고전’은 6월 30일~7월 24일까지 서울 종로 서울극장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자크 리베트는 선배 감독인 장 콕토(1889~1963)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와 여러 시네클럽을 드나들며 영화를 학습했다.

그는 이 시기에 고다르, 로메르, 샤브롤 등 훗날 프랑스 누벨바그의 주역들을 만났다. ‘카이에 뒤 시네마’에 영화 비평을 쓰기도 했다.

‘카이에 뒤 시네마’는 1951년 앙드레 바쟁, 자크 도니올 발크로즈, 로 뒤카 등이 창간한 프랑스 영화 비평지이다. 이 활동을 통해 그는 영화감독뿐만 아니라 비평가로도 명성을 얻었다.

리베트는 2009년까지 총 29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이후 알츠하이머를 앓다가 올해 1월 세상을 떠났다.

그의 연출 방식은 독특했다. 전통적인 영화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소위 ‘콘티’로 불리는 촬영용 시나리오 없이 작업했다. 최종 결과물보다는 창조의 과정에 더욱 흥미를 느꼈다. 그 과정 자체를 중요시하고 즐겼다.

영화 문법도 남달랐다. 물리적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로 긴 러닝타임과 퍼즐처럼 미스터리한 이야기로 다른 누벨바그 감독들의 작품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고 실험적이었다.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새롭게 정의하고 만들어냈다”라고 평가받는 이유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영화라는 매체를 근본적으로 다시 사유하게 만들었다.

감독이 타계하고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회고전에서는 첫 장편 데뷔작 ‘파리는 우리의 것’(1960)은 물론 러닝타임이 무려 12시간 30분에 달하는 역작 ‘아웃 원’(1971)도 만날 수 있다.

‘아웃 원’은 전체 상영 시간만 반나절에 이르는 자크 리베트의 야심찬 영화적 실험작이다.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주위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자신만의 사연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서로 만나면서 다양한 사건을 만들어낸다. 8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상영작은 2015년에 디지털로 새롭게 복원한 버전이다.

더불어 1997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누드모델’, 판타지 요소들로 가득한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1974 / 러닝타임 3시간 13분), 그리고 유작인 ‘작은 산 주변에서’(2009)까지 모두 15편의 주요 작품이 상영된다.

이번 회고전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은 이들 영화를 통해 전설적인 배우들의 명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인 버킨, 미셀 피클리, 장 피에르 레오, 제랄딘 채플린, 에마뉘엘 베아르, 마리아 슈나이더 등이 그들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철중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서울아트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