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사실 스타나 보통의 우리나, 주어진 삶을 살아내보고자 아등바등 애를 쓴다는 점에서 별 다를 바 없다. 아무리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가벼운 산책 한 번 마음껏 못 할 정도로 사람들이 다 아는 얼굴을 지녔어도, 현재의 위치가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언제든 전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인지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 스타나 보통의 우리나 보이지 않는 앞날이 불안하고 두려운 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불안하고 두렵다고 현재 가진 위력을 활용해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불의한 일들을 저지르진 않는다. 물론 혹자는 말하겠다. 힘이 없어서 하지 못할 뿐, 아니, 그런 유혹이 적을 뿐, 힘이 있다면 어느 누가 쉽게 부를 늘릴, 쾌락을 즐길 길을 물리칠 수 있겠느냐고. 우리의 오해와 착각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분명 쉽게 물리칠 순 없겠지만 꽤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물리친다. 몇몇은 선하고 정의로워서, 또 몇몇은 지혜로워서 자신이 현재 지닌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까닭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오히려 힘을 제대로 보유한 이들일수록 작은 비틀어짐과 균열이 언젠가 가져올 불행한 미래를 제대로 인지하고 제대로 두려워한다.

작금의 사태를 보았을 때 아이돌 산업, 즉, 스타 시스템의 정점에 있던 이들의 타락과 몰락은, 아무리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존재가 인간이라고들 한다만, 어떤 동의나 동정도 구할 수 없는, 어리석어도 너무 어리석어서 벌어진 결과다. 이 어리석음의 출처는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힘이라는 착각, 그 힘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부여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무지함에 있다. 그러니 그렇게 안하무인격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결국 스스로 파멸을 자초할 수 있었던 게다.

어쩌면 현 아이돌 산업이 가진 맹점이라 볼 수 있겠다. 가수로서의 전문성이 좀 모자라도 스타성을 보유하고 있으면 아이돌 그룹이란 이름으로 바로 무리 지어 무대 위로 투입되는 시스템 속에서,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진다. 대중의 관심이 영원한 것도 아니고 자신이 가진 능력이라고는 무리 지어 얻은 인기 뿐인데 그룹 또한 영원하지 않다. 혼자서는 노래로도 춤으로도 장담할 수 없으니 현재 누리는 부가 넘치게 풍족하다 하여도 앞날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기를 얻는 법, 스타가 되는 법 등은 앞다투어 알려주고 이끌어주면서, 자신의 존재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현 위치를 측정하는 법은, 불안과 두려움을 물리치고 살아갈 날들을 위해 제대로 고민하는 법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때마침 주변에는 자신과 비슷한 힘을 가지고 쉽게 부와 쾌락을 누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면 멋모르는 바보로 치부하는 사람들(자신만큼 혹은 자신보다 더 어리석은 사람들)의 유혹으로 넘쳐 나고, 이들에겐 비도덕적인 일들도 양심에 거리낌 없이 행해진다.

어떤 이는 아직 살아있는 양심의 경고를 듣고 뒤로 물러서지만 불행하게도 어떤 이에겐 그야말로 신세계. 힘은 이렇게 사용해야 하며 그래야 잃어버리지 않고 손에 계속 쥘 수 있겠구나 싶다. 그리고 정말 무엇이든지 가능해지는 걸 보며 착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 힘은 오롯한 자신의 것이며 누릴 자격이 있어 주어졌다고. 이렇게 어리석어도 너무 어리석은 비극의 서막이 열린 것일 터, 여기까지 우리가 그들에게 보일 수 있는 최선의, 상식 선의 이해라 하겠다.

결국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이제 아이돌 산업 및 스타 시스템이 취하는 방법을 변화시킬 때가 되었다는 거다. 그저 대중의 마음을 쥐고 흔들기만 할, 대중의 주머니를 열어줄 스타를 만드는 데에만 열중하는 게 아니라,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임을 염두에 두고 양성해야 할 터다. 그러니까 악성 종자가 될 수도, 사회 전반의 면역력을 높이는 위인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하여 주어진 힘을 제대로 인지하고 사용하도록, 다시는 승리와 정준영 같은 예가 나오지 않도록 전인격적인 다룸을 부탁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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