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가수 최종훈이 자신이 포함된 단체 대화방 멤버들과 함께 집단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확실하고, 그와 관련한 사진 및 음성 파일 등 증거까지 있는 상태인지라 출금 금지 조치가 내려질 만큼 심각하다. 즉, 웬만해선 법의 심판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뜻. 세상이 호락호락한 줄 알고 살아온 이들이 맞이한 파국이다.

종종 세상이 호락호락한 줄 알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부로 인한 것이든, 사회적 위치가 가져다 준 것이든, 유명세가 안긴 것이든 작지 않은 권력을 얻게 된 사람들로, 주로 자신의 말 한 마디에, 행동 하나에 껌뻑 죽는 사람들을 주변에 둔 결과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도 되는, 어떤 행동을 해도 용납되는 그러한 세계, 여기서 비롯된 비릿한 맛에 중독이 된 사람들은 더 이상 제동이 불가능한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세상이 주는 특혜는, 엄밀히 말해 그들이 받고 있다 착각하는 세상의 특혜는 어찌 되었든 유효기간을 지닌다. 더 이상 그들의 횡포를 방종할 수만은 없는 어떤 불가항력적 힘이 일으킨 우연하지만 또 필연적인 사고에 의해 멈춰질 때가 오는 것이다. 물론 운이 좋게 이것을 피해가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그들이 정말 운이 좋아 피해간 것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승리와 정준영, 최종훈 등이 그러하다. 세상의 권력을 등에 업고 안 되는 것 없이 살아온 그들에게, 드디어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얼굴을 내비치게 되었으니.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했고 알아도 딱히 처벌치 못할 거라 여겼던 그들의 행동이, 분명 별 일 아니라 치부했을 작은 이들의 상관관계 속에서 예상치 못하게 그 속내를 드러냈고, 이제 그들의 삶은 아무런 보호막 없이 엄격한 선악의 잣대 위에 올려졌다.

이는 고 장자연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터. 다 묻혔다, 이제 들추어질 리 없다 했겠다만, 세상은 그리 쉽게 잊지 않고, 쉽게 묻어 버리지 않는다. 단지 제대로 밝혀질 수 있을, 적절한 시기를 노리고 있을 뿐, 그러니까 시간 문제일 뿐 진실이 그 고개를 들고 쏘아볼 날이, 어떤 거짓말도 남김 없이 들통날 날이 반드시 찾아오는 것이다.

지금은 겨우 나타난 증인의 신빙성에 관한 얽히고설킨 일들로 인하여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번 눈을 뜨기 시작한 진실은 그 상대가 어떤 대단한 존재여도 절대 다시 눈을 감는 일은 없기에, 우리가 눈을 억지로 감지만 않는다면, 억지로 감게 하지만 않는다면 고 장자연의 억울함이 풀릴 날도, 세상을 호락호락하게 보았던 그들이 파국을 맞이할 날도 머지 않았다.

승리나 정준영, 최종훈 등이 맞닥뜨린 현 상황을 남 일이라 여겨선 안 되리라. 세상을 호락호락하게 보고 가지고 논 대가는 반드시 치를 터, 세상에 영원한 일이란 없는 것처럼 발뺌도 한계가 있고 거짓말도 한계가 있으며 권력에 의한 보호막도 한계가 있음을 기억하여, 아직 파국이 이르지 않은 지금이라도 온전한 진실을 밝혀 주기를. 세상도, 우리도, 모든 걸 안다 여기지만 멋모르는 당신들이 보는 바처럼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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