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티브이데일리 김민주 기자] 임권택 감독이 '서편제' 제작 당시를 되짚었다.

4일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관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 프로그램 일환으로 영화 '서편제'(감독 임권택·제작 서울음반) 스페셜 토크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임권택 감독이 참석했다.

'서편제'는 전라남도 보성 소릿재 주막을 무대로 2대에 걸친 소리꾼들의 애환을 그린 1993년작 한국 영화다. 한국영화 단관 상영작 최초로 100만 명을 넘길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임권택 감독은 '서편제'에 대해 "오래된 영화이지 않냐. 지금도 관객들이 보기에 괜찮은 영화인지 궁금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서편제'가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에 대해 "1993년에 '태백산맥'을 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제작 금지 통보가 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1년 정도 후에 '태백산맥'을 촬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김영삼이나 김대중 중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될 거라는 여론이 돌고 있었다"며 "1년 정도 놀다가 정권이 바뀌면 '태백산맥'을 제작해도 되겠다 싶어서 쉬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임권택 감독은 "그런데 1년 정도 쉬다 보니 살면서 그렇게 놀아본 적이 없었다"며 "더 이상 놀 수만은 없겠다 싶어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며 '서편제'를 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임권택 감독은 당시 '서편제'가 흥행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흥행이 될 거라는 예상도 안 했고, 흥행이 돼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갖지도 않았다"며 "그저 내 안의 정서가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듯이 완성 된 영화다. 이렇게 제 영화 중 최고로 잘 된 작품이 될 줄 몰랐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1993년 당시 대중은 판소리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임권택 감독은 "'서편제'를 제작할 당시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판소리에 관심도 없었고, 판소리를 영화로 만든다고 하면 제작비를 줄 곳도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때는 할리우드 영화와 비슷하게 영화를 만들려고도 했었다"며 "하지만 언젠가는 할리우드 영화의 아류를 벗어나 온전히 한국적인 리듬과 정서로, 한국인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한국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서편제'를 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많은 고민을 거친 만큼 '서편제'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임권택 감독은 "난 내가 만든 영화는 메이킹 필름, 시사회까지 두세 번 밖에 안 본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하찮은 것에서조차도 결함이 드러나는, 그것을 발견하고 마주하는 것은 굉장한 고통"이라며 자신이 만든 영화를 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임권택 감독은 "하지만 '서편제'는 몇 번에 걸쳐서 봤다. 결함이 없어서가 아니다"며 "우리 판소리의 힘에 끌렸다. 판소리의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걸 느꼈다"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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