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박화영'에 이어 또 다른 문제작의 탄생이다. 외면하고 싶었던 비행 청소년들의 현실을 담은 '어른들은 몰라요'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감독 이환·제작 돈키호테엔터테인먼트)는 열여덟 살의 나이에 돌연 임산부가 되어버린 세진(이유미)의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환 감독은 전작 '박화영'(2018)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어른들은 몰라요'에서도 가출 청소년들의 어두운 민낯을 조명했다.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불법인 줄 알면서도 행하는 절도와 성범죄, 그리고 흡연, 음주, 자해 등을 하는 비행 청소년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담아냈다. 현실을 거울로 비춘 듯 영화 속 어른들 그 누구도 이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애 뗄 거다. 그럴 거면 돈이 필요해"라며 담담히 해결책을 제시하는 세진을 무시하고, 학교와 선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각서를 작성하라 요구할 뿐이다.

마땅히 비행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경찰들은 "보호자가 없다"는 세진에게 "어쩔 수 없다. 법이 그렇다. 보호자가 없으면 보내줄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도와주겠다"며 먼저 접근하는 어른들 역시 세진을 성(性)적으로만 이용하려 한다. 봉사 단체와 산부인과조차 당장의 조치가 필요한 세진에게 입양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결국 아이를 낳으라니, 학교를 다니며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야 하는 10대들의 사정은 무시한, 참으로 '어른다운'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이미 혼란스러운 10대들은 엉성한 보호 조치와 부실한 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계속해 방황할 뿐이다.


청소년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담아냈기 때문일까. 영화의 수위는 꽤 높은 편이다. 갈등이 치닫는 몇몇의 장면은 너무 잔혹해 공포심이 들 정도다. 왜 이렇게까지 그려내야만 했나 생각해보면, 이환 감독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환 감독은 가출 청소년들의 현실을 다른 어른들처럼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고자 '박화영'을 제작한 바 있다. 그리고 이환 감독은 "시대는 변해도 세대는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 아래,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고통받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어른들을 몰라요'에 담아냈다.

'박화영'이 개봉돼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음에도, 각종 매스컴에서 청소년들의 방황 등을 보도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어른들은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무관심하다. 다수의 십 대들이 학교 폭력과 범죄 등에 연루되며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지만,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어른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남이라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때문에 '어른들은 몰라요' 속 잔혹하고 잔인한 장면들은 마치 '이곳을 보라'는 절규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리보나 저리보나 '박화영'에 이어 또 다른 문제작의 등장이 예고됐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환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관객분들께서 가슴속에 질문 하나씩 가져갈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한 것처럼, '어른들은 몰라요'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굵직한 메시지를 남기는 작품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어른들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