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이 추억과 애정이 가득 담긴 애니메이션 영화 '루카'를 소개했다.

영화 '루카'(감독 엔리코 카사로사·제작 디즈니 픽사)의 화상 컨퍼런스가 21일 오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루카'는 바다 밖 세상이 무섭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한 호기심 많은 소년 루카(제이콥 트렘블레이 목소리)가 물만 닿으면 바다 괴물로 변신하는 비밀을 감추고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특히 '업' '라따뚜이' '코코' '토이스토리4' 등 다양한 디즈니 픽사 작품에 참여한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날 "저희가 사실 방금 작업을 마쳤다. 지난 4년 동안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선보일 수 있어서 기쁘다"는 인사말을 먼저 건넨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루카'를 통해 우정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며, "저희 픽사는 항상 감동을 주는 영화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개인적인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나고 자랐는데, 열두 살 때 제 절친 알베르토를 만났다. 저는 수줍음도 있고 내향적인 아이였지만 그 친구는 달랐다. 그를 만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전까진 현재에 안주하는 삶을 살았다면 그 사상을 깨주는 친구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함에 있어서 우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는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저랑 너무나 다른 친구였기 때문에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알 수 있었고,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 어른이라면 옛 친구가 생각난다는 마음을 들었으면 좋겠고, 어린이라면 지금 옆에 있는 친구를 더 고맙게 생각하고 친하게 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루카'의 배경을 50년대 이탈리아로 정한 이유도 밝혔다. 그는 "일단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데에는 제 고향인 게 가장 컸다. 이탈리아 리비에라 해변의 여름엔 특별함이 있다. 그만의 찬란함이 있다. 절벽들도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다이빙을 자주 한다. 그런 점을 잘 녹여내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이탈리아를 향한 저의 러브레터라 볼 수 있다. 음악, 음식, 경관에 대한 찬사를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시대 상황의 경우 이탈리아 영화의 황금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이탈리아의 50년대 60년대는 이탈리아 영화의 황금기라고 볼 수 있다. 저도 이런 네오리얼리즘에 큰 영향을 받았다.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포착할 수 있는 오묘한 순간들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 또 이탈리아 영화 중에 '이탈리아식의 이혼(Divorce Italian Style, 1961)'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에 대한 오마주도 잠깐 나온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간 배경을 50년대로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루카'의 영감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말했다. 먼저 '빨간머리 앤' '미래소년 코난' 등을 제작한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며 "80년대에 일본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했는데 너무너무 좋았다. 특히 '미래소년 코난' 시리즈를 좋아했다. 그 시리즈에선 두 친구의 호흡을 중요시 여기지 않냐. 코난이 힘을 쓰는 것도 친구 덕분이다. 따지고 보면 저희 영화도 이런 모습을 오마주 하고 있다. 서로 장난을 친다거나 하는 모습이 많이 녹아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그의 감독의 작품에서 가장 좋아했던 점은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이라면서 "주변의 모든 사물들, 아무리 작은 거라도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경이로 차 있다. 그런 사랑스러운 눈이 너무 좋았다. 이런 점을 표현해내는 데에는 처음으로 바다 밖으로 나가는 주인공이 적합하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루카'는 2D와 3D가 적절하게 혼재된 비주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두 작화 스타일을 결합한 이유에 대해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컴퓨터로 작업하다 보면 정말 디테일이 다 드러나고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내가 원한 건 사실적인 게 아니었다. 조금 더 풍부한 표현을 원했다. 단순한 스타일을 가미하고 싶었다. 회화적인 세상에 들어간다는 느낌을 부여하고 싶었다. 비유하자면 소설이 아닌 시를 쓰고 싶었다. 2D만의 서정성을 그대로 3D로 가져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한국 영화에 큰 팬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을 모두 챙겨 봤고 굉장한 애정을 담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따로따로, 또 함께 작업했다. 어두운 상황에서 '루카'는 빛과 다름없었다. 이 빛을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생각에 기쁘다. 여러분들도 큰 기쁨을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며 컨퍼런스를 마무리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디즈니 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