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밴드 자우림의 음악 속 주인공은 ‘청년’이라고 했다. 이 청년이 세상을 살아내며 느낀 감정들을 지금까지 낸 앨범들에 녹여왔다는 자우림은 열한 번째 앨범에도 역시 그들만의 방법으로 청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자우림(김윤아 김진만 이선규)은 지난달 26일 정규 11집 ‘영원한 사랑’을 발매했다. 지난 2018년 발매한 10집 이후 3년여 만에 내는 정규앨범이자, 지난해 낸 스페셜 앨범 ‘홀라!’(HOLA!)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내놓는 새 앨범이다. 타이틀곡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를 포함해 총 12곡이 앨범에 담겼다. 언제나처럼 멤버들이 직접 작업한 곡들로 구성됐다.

주로 정규앨범으로 활동해왔고, 이번에도 역시 정규를 냈지만 앨범 발매에 대한 의견은 갈렸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셋 중 가장 큰 앨범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밝힌 이선규는 “12곡을 내도 2곡 정도가 사랑을 받으면 기분이 좋고 나머지 10곡은 묻힌다. 개인적으로 속이 상하고 비용적으로도 낭비란 생각을 해서 남들처럼 조그만한 앨범을 내자고 했는데 만들다 보니 12곡이 돼 버렸다. 버릇이 된 것도 같고, 곡 순서를 정하는 작업을 보면 이게 12곡이 아니면 안 되겠다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김윤아는 “힘들었다”라면서도 “앨범에서 한두 곡만 알려지고 나머지는 소모적 느낌이라는 것은 우리가 데뷔했던 20세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대중이 아는 곡은 한두 곡이면 운이 좋은 정도”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만드는 입장에서는 정규앨범이 즐겁다. 나 같은 경우에는 모든 내가 하는 직업적인 일을 통틀어 곡 작업, 앨범 구상 작업이 가장 즐겁다. 힘든 작업이지만 이게 즐거워 그만둘 수 없는 것도 있어서 우리가 즐겁다”고 했다.

또 “작은 앨범으로 2, 3곡을 낸다면 이게 최고의 곡이란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걸 못한다. ‘이걸 해야 해’를 못 한다. 한두 곡을 써서 ‘이걸 내야지’ 하는 것은 성의가 없고 여러 곡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추려야 하는데 그때 뭘 골라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다는 힘듦이 있어서 가능성 많은 12곡을 냈다”며 웃었다.

김진만 역시 “체력적, 정신적 부담은 있지만, (정규앨범을 내는 것이) 세상 뿌듯해서 만족하고 있다”라며 만족을 드러냈다.



정규 10집 이후 새 작업을 하며 보낸 3년은 특별했다. ‘코로나19’라는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며, 모두의 일상에 영향을 미쳤다. ‘홀라!’를 통해 펜데믹에 갇힌 상황을 노래했지만, 이번 앨범에도 환경 요인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김진만은 “최근 상황이 당연히 가사에 녹아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자우림답게 “뽀편적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준비를 해왔다”라고 했다.

김윤아 역시 ‘영원한 사랑’이라는 앨범에 “메시지는 사실 없다”라며 “‘홀라!’가 자우림이 유일하게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 만든 앨범이었다. ‘괜찮아. 그냥 오늘을 잘 지내자. 앞으로 가면 좋은 일이 있을 거야’라는 이야기를 던지고 싶은 유일한 앨범”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앨범은 그냥 ‘이게 지금 우리야’ ‘이게 자우림이야’ 이런 이야기”라고 했다.

1997년 데뷔, 25년 가까이 함께해 온 자우림의 음악 속 청년 이야기도 꺼냈다. 김윤아는 “자우림 음악의 중심이 되는 주인공이 있다. 1997년부터 2021년까지 같은 사람이다. 이게 내 솔로 앨범과 자우림 작업에서 가장 차이를 주는 것”이라며 “어떤 청년이다. 여성, 남성, 연령은 중요하지 않고 몇 살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가슴에 폭풍이 있어서 갈증이 있고 갈등이 많다. 숲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 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1997년부터 쭉 계속 우리랑 같이 살아온 사람이라서 이 사람이 당연히 2020년을 버티며 느낀 허무함, 절망감이 곡 속에 녹아있다. 은유적인 것은 아니고 이게 지금의 우리라고 생각한 구절이 있다. 첫 곡에 ‘세상에 흩어진 우리는 별과 별처럼 멀리 있어’라는 구절이 있는데, 직접 볼 수 없고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세상에서 많은 분들이 고립감을 느꼈을 거다. (환경은) 당연히 영향이 있었다. 세상이 변하는 것을 보며 내면의 성장, 상처가 있었을 거다. 모든 게 담겼다고 생각한다.”



타이틀곡 ‘스테이 위드 미’는 20대 여성이 압도적으로 선택한 곡이라고 했다. 타이틀곡을 고를 때 “멤버들은 도움이 안 돼 빠진다”라고 운을 뗀 멤버들은 주변 모니터링을 통해 곡 선택을 했다고 했다. 팬들 역시 “‘페이드 어웨이’가 가장 좋지만 타이틀곡은 ‘스테이 위드 미’”라고 해 타이틀곡이 선정됐다고 했다.

12곡이 만족스럽게 나와준 만큼, 곡의 순서를 배열하고 트랙을 정리하는 것 역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라고 했다. 첫 트랙은 꼭 ‘페이드 어웨이’어야 했고, 12번 트랙이 된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를 들으면 또 다시 ‘페이드 어웨이’가 자석이 붙듯 붙게 되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고 했다.

대체로 수월했지만, 그래도 있었던 작업 중 우여곡절도 전했다. 이선규가 먼저 “큰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입을 열었고 김윤하는 “하나의 에피소드”라며 “‘뻬용뻬용’이라는 곡을 녹음할 때 주로 이용하는 녹음실 스튜디오에서 사운드가 좋았다. 그런데 믹스 스튜디오에서 소리를 들으니 발가벗겨져 있더라. 정말 미세한 흠이 있었는데 이게 하나의 트랙으로 된 악기였으면 그리 큰 어려움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 트랙수가 정말 많았다. 그 모든 트랙을 3일 정도 소요해 한 땀 한 땀 다시 꿰매는 작업을 했다. 그게 녹음 과정이 아닌 믹스 스튜디오에서 발견돼 그때 약간 ‘여기서 멘탈을 잃으면 안돼’라고 했다. 그런 것 빼고는 전체적으로 수월했다”고 떠올렸다.

시간에 쫓겨 작업을 했다면서도 이선규와 김진만은 “자우림은 전통적으로 기한을 넘긴 적이 없다. 물론 기한 전에 미리 한 적도 없다”라고 했다. 김윤아는 “나는 미리 한다”라며 자신감을 보여 웃음을 줬다.



이번 앨범을 소개하며 자우림이 가장 강조한 것은 “후회 없이”였다. 언제나처럼, 이번 앨범이 마지막이 될지라도 후회가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작업물로 채워진 앨범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세 멤버가 모두 ‘전작보다 좋다’라고 느낀 앨범이라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진만은 “11집의 소망은 12집이 11집보다 좋게 나와서 ‘11집은 12집 보다 조금 안 좋았던 앨범’이라는 평을 듣는 것이란 농담을 했다. 자우림이라는 팀에게도 묘비명을 쓸 수 있다면 ‘샤이닝’이라는 가사를 적어달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11집 ‘영원한 사랑’의 전 곡을 묘비명에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규 8집을 준비할 때, 뇌신경마비가 와 병실에서 앨범을 받아야 했던 때를 떠올린 김윤아는 “(음악적으로 도약한 시기는) 9집이라고 생각한다. 형들이 8집을 들고 왔을 때 이게 내 은퇴 앨범인가 싶었다. 진지하게 얼굴을 못 움직이는 것은 둘째로 하고 귀를 못 쓰게 되면 무슨 직업을 갖고 살아야 하나 고민했다. 이후 체감상 85% 정도 회복이 됐을 때, 9집을 만들 수 있을 때는 더이상 전에 했던 식으로 음악을 만들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즐겁게 편하게’로 넘어가지 않고 9집 때부터는 형들을 들들 볶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변화였다. 이번 앨범도 조금 더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 그건 용납을 못 하겠더라. 지난해 발매한 ‘홀라!’ 3곡, 믹스 3곡, 신곡 3~4곡을 넣으면 쉽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서 내가 고집해 12곡을 넣었다. 이게 마지막 앨범이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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