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이기우 "나의 해방처? 찾아가는 중이죠" [인터뷰]
2022. 06.01(수) 23:09
나의 해방일지, 이기우
나의 해방일지, 이기우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20년간 쉬지 않고 연기하며 배우로서 자신만의 자리를 구축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내면엔 작은 불안감이 싹트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감사했던 대중의 시선과 관심이 점차 '더 잘 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 하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해방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젠 자신만의 해방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배우 이기우다.

최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극본 박해영·연출 김석윤)는 견딜 수 없이 촌스런 삼남매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소생기로, 극 중 이기우는 비록 이혼했지만 인생에서 제일 잘한 건 결혼이라 생각하는 싱글대디 태훈 역을 연기했다.

이날 "'나의 해방일지'는 20년 연기를 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했던 작품이다. 유독 빨리 끝났다고 느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연기하며, 또 시청자 입장에서 보며 느낀 여운들을 오래 가져가고 싶다"는 종영 소감을 전한 이기우는 "'나의 해방일지'는 처음 대본을 읽을 때부터 되게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읽을 때마다 다양한 사람 냄새가 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러 번 대본을 읽게 됐다"고 처음 대본을 마주했을 때의 심경도 함께 밝혔다.

다만 약간의 당황스러움도 있었다. 그는 "일단 이혼남·싱글대디라는 설정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었기에 고민이 많았다. 이 부분은 절친 중 싱글대디가 있어서 그 친구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보니 표정이 많이 바뀌었더라.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미소 없이 건조하게 넘어가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을 많이 참고했다"고 설명하며, "또 한 가지 고민은 태훈이가 구씨(손석구)만큼이나 말이 없더라. 이렇게나 말이 없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대사가 없었다. 심지어 먹는 신이 더 많을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몇 안 되는 대사 안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떻게 뱉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태훈스럽게 무기력하고 힘 빠진 톤으로 연기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대사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기 위한 공부들을 많이 하다 보니 연기자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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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가 태훈을 연기하기 더 힘들었던 이유는 그와 극과 극이 성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태훈이 내향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이라면, 이기우는 반대로 사람들과 만나며 에너지를 얻는 외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태훈과 성격이 너무나도 다르다 보니 감독님이 최대한 내 성격을 걷어내고 아이처럼 연기하길 바라셨다"면서 "처음엔 조금 힘들었지만 촬영 중반이 지나면서 점점 '태훈화'되어갔다. 현장에서도 말이 없어졌다. 이제 진짜 태훈이가 됐구나 싶었다. 태훈의 성격을 이해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기우는 태훈이를 연기하며 찾은 닮은 점이 있냐는 물음엔 "태훈보다는 아니겠지만 저 역시 이성한테는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신중하기보단 절제하는 편이다. 하지만 만약 기정(이엘) 같은 분이 내게 그렇게 대시하면 태훈보다는 조금 더 표현할 것 같다. 대본을 보면서도 드라마를 보면서도 기정이 부분을 보며 정말 많이 웃었다. 기정이가 귀엽고 재밌더라. 너무 매력이 많은 인물이기에 나 역시 표현했을 것 같다"라고 솔직히 들려줬다.

내향적인 성향의 태훈을 연기하며 반성하게 된 점도 있단다. 이기우는 "태훈뿐만 아니라 '나의 해방일지' 속 캐릭터들은 대부분 내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내향적인 성격의 분들을 점차 이해하게 됐다. 내가 베푼 호의나 다가섬이 그분들께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예전엔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런 면에서 많은 걸 배우고 느끼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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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는 제목 그대로 캐릭터들이 각자의 틀 안에서 '해방'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구씨는 술과 과거로부터 해방되고, 태훈의 경우 기정의 도움으로 스스로 정해놓은 싱글대디라는 틀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에 이기우에게 있어 '해방'이 필요한 순간은 없었을지 궁금해졌다.

이기우는 "아무래도 직업 자체가 화려하다 보니 남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의식하며 살아왔고, 그걸 걷어내려 화려하지 않는 곳을 찾는 걸 즐기게 됐다. 그렇다 보니 캠핑에도 빠지게 됐다. 최근엔 드라마를 끝내고 미국에 한 달 정도 여행하고 캠핑하고 바람 쐬며 돌아다녔는데, 그곳에서 만난 분들께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느 정도 해방감이 느껴졌다. 돈이나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조금 벗어난 그 순간이 내겐 중요한 해방처였다. '진짜 잘 사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고, 가치관의 서열도 많이 바뀌었다"라고 답하며 "조금씩 답답하고 억눌러있던 것들로부터 해방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 같다. 소소하게 행복함을 찾아가는 지금 이 여정이 만족스럽다"라고 들려줬다.

데뷔 20주년을 앞둔 소감도 함께 밝혔다.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일하고 있을 줄 몰랐다. 그 부분에 있어선 대견하기도, 또 아직 이 위치 밖에 못 왔다는 점에서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기우는 "사실 난 감독님들이 쓰기에 좋은 도구는 아니다. 키가 일단 너무 크지 않냐. 감독님들이 처음 그림을 그릴 때 적합한 도구는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어릴 때 같이 연기하던 친구들이 어딨지?'라고 되돌아보면 이 시장에 없는 친구들이 더 많다. 그런 걸 보면 나는 참 행복하고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싶다. 앞으로도 시청자들과 감독님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림과 동시에 나만의 색깔을 찾으려 노력할 계획이다"라고 전해 앞으로의 발자취를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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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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